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방을 새로 하나 샀다. 폐차 가죽 시트로 만든 친환경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이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소셜 임팩트(Social Impact)' 기업에 대한 관심이 소비로 이어졌다.소셜 임팩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셜 임팩트는 낯선 표현이었다. 지금은 임팩트 투자, 소셜벤처 같은 단어들이 업계에서 널리 통용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처음으로 국내 소셜벤처 업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정교한 지원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대차, SK, 하나금융 등 주요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셜 임팩트 기업을 모으고 지원한다. 이처럼 대세로 떠오르자 마케팅 효과나 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투자나 기업으로 치장하는 이른바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이 판치고 있다.
벤처캐피탈 업계는 옥석을 가리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기반 혈액 진단 플랫폼 기업 '노을(NOUL)'이 좋은 사례로 회자된다. 현재 노을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이동영 전 공동대표는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제3세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창업에 나섰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목표로 노을을 창업했다. 병원이나 실험실을 칩 하나에 옮겨 놓은 것을 의미하는 랩온어칩(Lab on a chip) 기술을 통한 '스마트 말라리아 진단 플랫폼(miLab)' 개발에 성공했다. 인력이나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웠던 개발도상국이 주 타깃이다.
기업설명회(IR) 때도 사회적 가치를 우선시한다. 실제 제품이 나오면 진단을 하는데 1달러도 들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책정해 노을이 가진 기술이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미션에 공감하는 구성원, 투자자와 회사를 이끌어간다. 대형사부터 전문 벤처캐피탈, 신생 벤처캐피탈까지 다양한 하우스들이 줄을 서가며 노을에 투자한다.
벤처캐피탈은 투자 회수(엑시트)를 통해 수익을 낸다. 노을에 베팅 한 벤처캐피탈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업계에선 노을과 같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곧 사회 공헌 활동이라고 말한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커지면서 벤처캐피탈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제2, 제3의 노을을 발굴해 건강한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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