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재추진 STX조선, 구조조정 어떻게 진행됐나 부채 대폭 감축…채권단 '절반의 성공' 평가
최익환 기자공개 2020-10-23 08:00:43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1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년만에 매각 작업이 다시 추진되는 STX조선해양은 그동안 채권단 자율협약과 기업회생절차 등을 겪으며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특히 회생절차를 거치며 8조원이 넘던 부채를 1조원 아래로 줄였다. 다만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작업이 다소 지연돼 왔다는 점은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21일 구조조정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매각주관사로 EY한영을 선정하고 조만간 매각을 공식화 할 계획이다. 이번에 매물로 나오는 거래대상은 산업은행(35.26%)을 포함해 △수출입은행(19.66%) △농협은행(16.53%) △우리은행(7.99%) 등 채권단이 보유한 STX조선해양 보통주 100%다.
매물로 재등장한 STX조선해양은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어온 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 모습이다. 특히 옛 STX그룹에 인수되고 조선업 호황을 바탕으로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부상한 뒤부터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돼 왔고, 이 과정에서 한 차례 법원 기업회생 절차를 거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기 때문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STX조선해양은 STX팬오션을 포함한 다수 선사들로부터 수주잔고를 상당수 받아놓은 상태로, 중국 다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조선소도 완공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그룹 전체로 전이됐고, 결국 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3년 7월 그룹 계열사들과 함께 채권단 자율협약에 진입했다.
당시 채권단은 4조5000억원의 자금을 STX조선해양에 투입했으나, 미진한 구조조정 성과에 반발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일부가 추가 자금지원을 거부하고 채권단을 탈퇴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채권단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회사를 2016년 5월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을 결정했다.
회생절차를 통해 STX조선해양은 8조원이 넘는 부채를 1조원대 아래의 회생채무로 전환할 수 있었다. 2017년 회생절차 졸업 후 정상기업으로 복귀하긴 했지만 변제자금 마련으로 인한 만성적인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선박 신조를 위한 돈이 부족해진 것이다.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위해 산업은행은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주문했고, 회사는 △방산사업권 △사원아파트 △행암공장 △STX프랑스 일부 지분 등 비핵심자산을 모두 매각했다. 이들 중 부동산 매각으로만 1000억원이 넘는 유동성을 확보해 신규 수주와 RG 발급에도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수주절벽이 이어진 올해에도 국내 선사로부터 탱커선 3척을 수주하는 등 구조조정의 성과가 일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처럼 지난 7년의 시간동안 STX조선해양이 각고의 노력끝에 일부 성과를 내긴 했지만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는 시각이 다수다. 특히 자율협약을 거치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회사가 회생절차에 진입했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초반 작업은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자율협약 초기 고강도의 자구안을 요구해 STX조선해양의 몸집을 줄이는 등 작업이 진행됐더라면 채권단의 여신지원 폭이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구조조정 초기 작업의 실패로 결국 회생절차까지 다녀왔다는 점에서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은 시간만 잡아먹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매각작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이미 예비적우선매수권자(스토킹호스)로 KHI-연합자산관리(유암코) 컨소시엄이 유력한 상황으로, 지난 2018년 매각 결렬 당시에 비해 업황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점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은 7년간의 구조조정 끝에 새 주인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그동안 시간이 좀 걸리긴 했으나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났다는 점에서 이번 매각작업을 통해 채권단의 일부 여신회수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