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공정위 '독과점' 과태료 판결 뒤집혔다 고등법원에서 일부 승소, 주요 근거 특약 '문제없다' 판결
이은솔 기자공개 2020-10-23 07:37:35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2일 13: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리안리재보험이 공정위원회가 부과한 78억원의 과태료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당시 정부가 코리안리의 국내 재보험 시장 독과점에 제재를 가한 첫 사례여서 큰 이목을 끌었던 사안이다. 공정위가 주요 근거로 삼은 '특약' 부분에서 법원이 코리안리의 손을 들어줘 판결이 뒤집혔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5일 코리안리가 공정위를 대상으로 제기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코리안리는 21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전달받았다.
공정위는 2018년 12월 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코리안리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과태료 76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일반 항공보험 재보험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거래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항공보험은 경찰청, 소방서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구조나 산불 진화 등에 활용하는 헬리콥터나 소형항공기가 가입하는 보험이다. 전체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가 커 재보험이 필수적이다. 공정위가 판결을 내릴 당시의 연간 시장 규모는 300억원 내외였다.
공정위가 지적한 내용은 크게 '특약'과 '요율' 두 가지다. 먼저 특약 부분에서는 코리안리가 국내 손해보험사들과 '항공보험 재보험 특약'을 체결해 해외 재보험사들과의 거래를 방해했다고 봤다. 코리안리는 1999년부터 항공보험 시장에 진출한 국내 손보사들과 재보험 물량 전부를 코리안리에만 출재하도록 하는 특약을 체결했다. 당시 코리안리의 항공재보험 점유율은 88%에 달했다.
보험 요율을 통해 보험료를 담합한 부분도 지적했다. 공공기관은 공개 입찰을 통해 관용 헬기 보험 계약을 맺고 공고가 나오면 보험사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응찰했다. 그동안 컨소시엄은 항상 같은 가격을 써서 사실상 공개 입찰의 의미가 없었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자신들이 제시한 요율만 사용하도록 한 게 원인이라고 봤다.
코리안리는 이듬해 4월 공정위에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올해까지 수 차례에 거쳐 변론을 이어왔다.
법원에서는 공정위가 지적했던 특약 부분에서 코리안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은 코리안리와 항공재보험을 계약할 경우 다른 재보험사와는 계약하지 못한다는 손해보험사와의 특약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사와의 계약으로 일부 제한하는 것은 특약의 원래 성격으로 본 것이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공정위는 당시 코리안리와 계약할 경우 다른 재보험사와는 계약하지 못한다는 '특약' 부문을 문제 삼았는데 법원에서 이는 특약의 원래 성격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다만 코리안리가 산정한 요율이 부당하다는 공정위의 문제 제기는 받아들여져 일부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리의 일반항공보험 평균요율은 공정위가 문제를 제기하기 이전 해까지 0.79% 수준을 보이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이후 0.51%까지 하락했다. 코리안리가 요율을 내려 보험료를 인하할 수 있음에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보험료를 유지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과징금도 경감될 예정이다. 전체 행위에 대해서 우선 문제가 되는 행위의 범위가 요율 부분으로 줄어들었고, 최초 과징금 부과 시에는 1999년부터 약 20년간 특약을 운영해온 부분을 문제삼았으나 법원 판결을 통해 문제가 되는 기간도 줄어들었다.
줄어든 과징금은 추후 당기순익으로 환입된다. 코리안리는 이미 과징금을 납부하고 2018년 손실처리도 마쳤다. 다만 공정위와 코리안리에서 대법원에 상고할 가능성도 남아있는만큼 최종적으로 과징금이 결정되려면 수 년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공정위도 상고를 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판결문을 최근에 전달받아 아직 법리적 검토를 마치지 못한 상태"라며 "원고 일부 패소 부분에 대한 대법원 상고 여부는 판결문 분석 후 이사회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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