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씨, 올해 워스트 IPO 되나 [IPO 그 후]공모가 대비 주가 40% 하회…FI 아닌 대주주만 구주매출
이경주 기자공개 2020-10-28 13:47:0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26일 1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칫솔모 제조사 비비씨가 올해 워스트(worst) IPO(기업공개)로 기록될 전망이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나 하회한 탓이다. 이 탓에 비비씨 IPO 전략은 투자자들에겐 향후 기피해야 할 참고사례가 되고 있다.비비씨는 글로벌 테이퍼모 1위라는 사업 경쟁력을 믿고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공격적으로 제시했다. 유일한 수혜자는 강기태 대표와 창업주 강연복씨였다. 이들만 구주매출로 자금회수(엑시트)를 했다. 구주매출에 참여하지 못한 재무적투자자(FI)는 상장 직후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현재 주가 흐름을 만들어냈다.
◇공모가 대비 40.7% 폭락…64건 IPO발행사 중 하락폭 1위
코스닥 상장사인 비비씨는 26일 1만82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달 21일 공모가 3만700원으로 상장한 이후 22영업일만의 주가다. 공모가 대비 40.72% 폭락한 가격이다. 비비씨는 상장 첫날 종가(2만2300원)부터 공모가 대비 27.3% 낮은 가격으로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하락이 지속됐다. 22영업일 평균주가는 공모가 대비 33.3% 낮은 2만490원이다.
이 탓에 올해 상장된 64개 기업 중 주가 하락폭이 1위인 워스트(worst) 발행사가 됐다. 2위는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로 하락폭이 32.7%, 3위 엔피디는 31.94%다. 다만 2, 3위 기업들은 코로나19 펜데믹 초입인 3월 초중순에 상장했다는 사유가 있었다. 회사 펀더멘털과 증시 모두 급격한 변동을 겪으면서 밸류에이션이 기대했던 것보다 낮아질 수 있다.
반면 올 하반기부턴 동학개미운동으로 증시와 발행시장(IPO)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하반기 이후로 하락폭 40%를 찍은 기업은 비비씨가 유일하다. 4위인 미코바이오메드는 10월22일 상장했으며 하락폭은 30.33%다. 하락폭 10개사 평균 하락율은 24.57%다. 모두 1위인 비비씨와 큰 격차를 보인다.
◇밸류에이션 고평가 재조명…PER 29배 LG생건 포함
비비씨 IPO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선 밸류에이션이 공격적이었다는 평가다.
비비씨는 1998년 강연복 회장이 설립했다. 화장품용 브러시를 생산하다 2004년부터 테이퍼모 국산화에 도전했다. 강 회장의 사촌동생인 강기태 대표가 2006년부터 비비씨에 합류하면서 사업을 체계화하고 글로벌시장까지 개척해 냈다. 강 대표는 경원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출신으로 애경산업에서 근무했었다.
비비씨는 테이퍼모 칫솔모로 글로벌 톱5(P&G, 유니레버와 콜게이트, 라이온, GSK) 생활용품 제조사를 고객사로 유치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칫솔모 시장 국내 점유율 70%로 1위, 글로벌 7%로 3위를 기록해냈다. 테이퍼모만 따지면 1위다.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을 상당히 높은 수준인 23.8배로 정했다. 덕분에 올 상반기 순이익이 40억원에 불과했지만, IPO밸류(할인 전)는 2014억원으로 산출했다. 피어그룹에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주가가 급등한 LG생활건강(PER 29배)을 포함시킨 덕이다.
다만 LG생활건강은 화장품이 주력이다. 주가급등도 주요 수출국인 중국 화장품 매출확대에 기인한다. 올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비비씨가 PER을 의도적으로 높이기 위해 LG생활건강을 피어그룹에 넣은 정황이다.
◇회장·대표만 엑시트…FI 물량 오버행 촉발
높은 밸류는 시장친화적이지 않은 공모구조와 결부되면서 최악의 결과를 냈다. 비비씨는 전체 공모주식(120만주)의 21.17%(25만4000주)를 구주매출했는데 전량 핵심경영진 지분이었다. 강 대표가 11만4000주, 강 회장이 14만주였다. 공모가 기준 각각 43억원, 35억원 규모 물량이다.
구주매출은 공모주주들이 반기지 않는 선택이다. 통상 발행사는 성장을 위한 명분으로 IPO를 하는데, 구주매출은 회사가 아닌 구주주 주머니를 채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FI(재무적투자자)가 아닌 핵심경영진 구주매출은 거래소 차원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야하는 대주주가 오히려 IPO를 자산현금화 수단으로 삼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워낙 높은 경우엔 대주주 구주매출 명분이 있다. 구주매출을 해야 지분 분산요건(코스닥 기타주주 비중 75%)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경우다. 반면 비비씨는 강 회장과 강 대표 합산 지분율이 상장 전 기준 44.8%, 상장 후 기준 31.9%로 높은 편이 아니다.
구주매출로 자금회수(엑시트)를 해야 할 FI(재무적투자자)들은 오히려 구주 매출을 하지 않았다. 이는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으로 이어져 주가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FI 보유지분 19.23%(상장 후 기준)가 상장 당일 풀렸으며, 한 달 뒤엔 FI 보호예수 지분(13.58%)이 추가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높은 밸류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핵심경영진이 됐다. 강 대표는 주가가 폭락하자 이달 16일 1만주를 주당 2만227원(총 2억227만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뒤늦게 책임경영 의지를 표한 것이지만 구주매출 이력 탓에 의미가 반감되고 있다. 비싼 값에 공모주주들에게 넘긴 주식을 싼값에 되사 지분율을 보충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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