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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현대차]'엘리엇 학습효과' 다양성 확보 시동2019년 주총, 폐쇄적 사외이사 구조 타파...성별·국적 다양성 미진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16 14:00:0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1일 16: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자동차 회사 BMW의 최대주주인 크반트(Quandt) 패밀리는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 사외이사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오너 일가는 사내이사를 맡고 사외이사는 외부인이 맡는 것으로 이원화 돼 있는 국내 기업 이사회와는 차이가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한 현대차도 이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오너 중심의 책임경영 풍토가 강한 현대차에 BMW식 이사회를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오너 입맛에 맞는 인물들로만 이사회를 채우느냐, 모두가 '예스(Yes)'라고 할 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레드팀(Red team)이나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이사회에 두고 있느냐는 다른 얘기다. 이사회 멤버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단 의미다.

현대차는 현재 이사회 멤버 11명 가운데 2명이 외국 국적 소유자다. 사외이사는 전원 외부인물로 구성하되 변호사나 공정위, 국세청 전관을 비롯한 교수 등을 선호해 왔지만 엘리엇 사태 이후로는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현대차 이사회는 위험에 대비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의 근원인 다양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여성이나 외국인 사외이사 등 성별·국적 다양성 확보에는 미진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토요타 리콜 사태, 반면교사…이사회 폐쇄적 구조 개방해야

일본 자동차회사 토요타는 10년 전인 2010년 초 최악의 리콜 사태를 겪었다. 당시 업계는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토요타가 2009년부터 제기됐던 가속 페달 결함 문제에 대해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것은 이사회에 다양성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내놓았다.

영국의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분석에 따르면 리콜 사태를 겪었을 때 토요타 이사회에는 총 29명의 이사가 있었다. 모두 수십 년 동안 내부 승진을 통해 그 자리에 앉은 일본인들이었다. 성별과 성장 배경, 국적, 인종 같은 면에서 다양성과 이질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토요타 이사회에 대한 지적은 현대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오너 중심의 효율성을 내세운 이사회 구조는 그간 '거수기'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처음 현대차 사내이사로 합류한 2010년 이후 최근까지 열린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이사회 멤버가 2019년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되기 이전 사내이사 4명 가운데 2명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과 정 회장 등 오너일가 2명이었다. 사외이사 5명은 외부인사로 구성되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장은 이사회 의장이던 정 명예회장이 관행적으로 맡아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큰 구조였다.

대표적으로 2008년 3월부터 2011년 3월까지 3년 간 현대차 사외이사를 맡았던 김광년 변호사(법무법인 삼한)는 당시 현대·기아차의 구매총괄본부장을 지낸 김승년 사장의 친형이었다. 이처럼 네트워크에 기반한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 의사결정 독립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엘리엇 사태, 이사회 변화 개편 계기…사외이사 다양화 시동

국내 대기업 사외이사는 크게 로펌 소속 변호사, 대학교 교수 등이 주류를 이룬다. 현대차도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 출신의 전관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2010년 이후 현대차 사외이사를 맡았던 이들을 살펴보면 강일형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전 대전지방국세청장), 임영철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전 공정거래위원회 정책국 국장), 오세빈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 이동규 전 공정위 사무처장, 이병국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이다.

3년 임기를 마친 후 재선임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오세빈 변호사, 남성일 교수, 이유재 교수 등 상당수 사외이사가 6년 동안 재임했다. 네트워크 기반의 사외이사 선임과 장기 재임은 현대차 이사회가 오너와 사내이사 중심이라는 방증이기도 했다.

◇금융·자본시장 전문가 강화 추세…외국계 주주 중요성 확인

현대차 이사회 구조 변화를 촉발시킨건 외부로부터의 압박이었다.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 사태가 대표적이었다. 엘리엇은 지난해 주총을 앞두고 이사회의 폐쇄적인 구조를 지적하며 현대차의 경쟁사 대표 다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강수를 뒀다. 현대차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지만 이사회 구성에 대한 지적은 뼈아팠다.

현대차는 곧바로 이사회 개편에 착수했다. 2019년부터 기존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되던 이사회 수를 11명으로 늘렸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수를 각각 1명씩 충원했다.

이사회 운영 규정을 바꿔 사내이사가 맡아오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장도 사외이사가 맡도록 했다. 20년 가까이 정 명예회장이 독식하던 사추위원장을 외부인물에 맡긴 것이다. 현재 사추위원장은 최은수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현재 사외이사 6명 가운데 지난해 주총에서 선임된 윤치원·유진 오·이상승 등 3명은 최은수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아 주재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통과한 후 이사회 심의를 거쳐 후보에 오른 인물들이다.

외국 국적 소유자도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다양화도 꾀했다. 지난해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합류한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대표적이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담당한 전문가로 지난 2015년 현대차에 합류했다. 사외이사인 유진 오씨도 외국 국적 소유자다.

엘리엇 사태 이후 사외이사는 금융 및 자본시장 전문가로 채워지는 분위기다. 윤치원 UBS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은 금융시장 전문가, 유진 오 전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는 글로벌 투자 전문가다.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 사태를 겪으며 외국인 주주의 중요성을 깨달은 현대차가 변호사 및 교수 일색이던 사외이사진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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