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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현대차]토요타보다 지배구조는 개방적, 보수제도는 다양성 필요보수위 설치 후 총액 감액…토요타, 사내이사 보수총액 낮추고 주식 보상제 도입

박상희 기자공개 2020-11-19 10:00:3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17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는 2013년에야 사외이사를 처음으로 선임했다. 2000년대 초반 일찌감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도입한 현대차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토요타 이사회보다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이사회 보수 제도는 어떨까.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뒤늦게 보수위원회를 설치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 사외이사 보수가 글로벌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며 제안했던 보수위원회 설치가 받아들여진 결과다.

보수위원회 설치 전후를 비교할 때 사외이사 보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 보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경쟁사인 토요타는 현금 보수 한도를 감액하는 대신 보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성장한 현대차도 이사 보수 제도의 다양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뒤늦게' 도입한 보수위…이원희 사장, '안정성' 이유로 위원 포함

현대차 이사회는 산하에 위원회를 4개 두고 있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투명경영위원회, 그리고 보수위원회 등이다.

산하 위원회 가운데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2000년대 초반 설립돼 역사가 꽤 오래됐다. 투명경영위원회로 이름을 바꾼 윤리위원회는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수사를 계기로 설립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내 위원회 중의 하나로 보수위원회를 설치하고 보수위원회 규정을 제정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는 상법상 상장사가 설치해야 한다. 이와 달리 보수위원회는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기업이 원하지 않으면 굳이 보수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된다.

현대차가 뒤늦게 보수위원회 설치를 결정한 것은 엘리엇 영향이 컸다. 지난해 초 엘리엇은 "현대차의 사외이사 보수는 글로벌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며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쟁력에 걸맞은 보수를 이사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국내외 관행에 걸맞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보수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 보수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현대차는 2019년 3월 제51기 정기주총에서 보수위원회 설치를 반영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을 승인 받았다. 이후 10월 제4차 정기이사회에서 보수위원회 규정을 제정했다.

보수위원회는 이사회 규정에 따라 총인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현재 보수위원회 위원은 총 3명으로, 사외이사 윤치원(위원장), 이병국, 사내이사 이원희로 구성돼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보수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감사위원회 및 투명경영위원회가 전원 사외이사로만 구성되는 것과 차이가 있다. 5명으로 꾸려진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도 사내이사가 2명 포함된다.

재계 관계자는 "감사위원회나 투명경영위원회가 감시나 견제, 관리·감독 기능이 강한 반면 보수위원회는 회사 운영과 보다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국내서 보수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이 많지 않다보니 초기에 제도를 도입한 현대차가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사내이사를 포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보수총액 150억→135억으로 감액…"실적 저하 때문"

당초 보수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던 엘리엇은 사외이사 보수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보수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공감하고 실제로 위원회를 설치한 현대차 이사회의 보수 한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8년 이사회 보수총액 내지 최고한도액은 150억원이었고, 2019년은 135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실제 지급된 보수총액도 같은 기간 124억원에서 116억원으로 감소했다. 2018년 이사회 멤버 수는 9명이고, 2019년은 11명이다. 이사 수는 더 늘었는데 보수총액과 실제 지급된 보수총액은 오히려 감소한 셈이다.

보수위원회 설립 이후 열린 올 3월 정기 주총에서 가결된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살펴보면 올해 역시 보수총액은 135억원으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감사위원 포함)를 구분해 살펴보면 2018년 사내이사에게 지급된 보수총액은 119억원에서 2019년 11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사외이사는 같은기간 5억1200만원에서 5억8900만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다만 사외이사 수가 5명에서 6명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감소한 것이다. 보수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던 엘리엇이 사외이사 보수 상향을 요구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현대차는 보수위원회 설치와 보수총액 한도 감소와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수위원회 설치 이후 보수총액 한도와 실제 지급총액이 줄어든 것은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금만 지급 보수제도 손질해야"…정의선 회장, '자사주 매입' 책임경영 벤치마크

일각에선 이사의 보수를 현금으로만 지급하는 현 제도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원 보수의 일부를 자사 주식으로 지급하는 '양도 제한부 주식 보수제도' 도입을 결정한 토요타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토요타는 주식 보수제도에 대해 사외이사를 제외한 이사에 대해 중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을 촉구하고, 경영자로서 한층 더 강한 책임감을 갖고 주주와 같은 시선에 선 경영을 추진하도록 도모하기위해서라고 도입 목적을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 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해 현대차 주가가 크게 빠지자 책임 경영 차원에서 수 차례에 걸쳐 주식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 재직 기간이 수십년에 이르는 사내이사의 경우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책임감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보수 가운데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나눠주는 방안도 검토할만 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높은 보수 한도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기도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이다. 토요타의 경우 주식 보수제도를 도입하면서 현금 보수 한도를 기존에 승인된 연액 40억 엔(약 426억 원) 이내에서 연액 30억 엔(약 320억 원) 이내(이중 사외이사는 연액 3억 엔 이내)로 감액했다. 대신 주식 보수한도를 새롭게 연간 40억엔 이내로 설정했다. 현금과 주식을 합한 보수총액은 늘어나는 구조다.

현대차 관계자는 "등기이사에게 현금 대신 주식을 보수로 주는 경우는 일찍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향후 주식 보수 제도 도입 여부 등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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