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20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이비엘바이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계획은 다소 전격적이었다. 시기적으로도 뒤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지금까진 파킨슨병 치료제 등 기존 파이프라인 R&D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자수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테마주들의 주가 상승도 의사결정에 한몫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고작 두 달만에 개발 중단 소식을 알렸다. 임상시험 지연에 따라 향후 사업성 측면이 우려돼 파트너사와의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주가는 폭락했다. 이상훈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으로선 아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 것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셈이다.
개발중단 발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투자자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했다. 공시사항도 아니었고 은근슬쩍 뭉갤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공개될 사항이라면 선제적으로 투자자에 알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치료제 또는 백신을 개발하겠다고 나선 업체 상당수가 R&D 진행 상황을 둘러싸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정규 대표가 이끄는 브릿지바이오 역시 ‘자진신고’로 주목을 받은 기업이다. 지난 6월 초 진행된 IR이 그랬다. 이 대표는 해외 빅파마로 기술이전된 파이프라인의 임상 지연 사실을 언급했다. 해당 거래는 지난해 바이오기업이 단행한 최대 규모의 라이선스 아웃 딜이었다. 결국 이달 초 권리 반환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미 예고된 ‘악재’였기 때문일까. 주가 하락은 예상보다 덜했다.
바이오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향후 R&D 플랜을 제시하지만 계획대로 성과를 달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를 공개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모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은 바이오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다. 에이비엘바이오나 브릿지바이오의 사례가 이례적인 이유다. IR 역시 장밋빛 전망만이 아닌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 타사와 차별화된다.
에이치엘비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환매중단 사태로 논란이 된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400억원을 날릴 상황이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이를 선제적으로 밝히는 것과 동시에 직접 사재를 출연, 손실을 막겠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펀드 투자를 문제 삼기보다 진 회장의 ‘책임 경영’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일부 바이오 기업이 고위험자산 투자 사실을 숨기려다 뒤늦게 알려져 비난을 자초한 점과 대비된다.
매도 먼저 맞아야 덜 아픈 법이다. 앞에서 언급한 바이오기업들이 시장에 시사하는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마 하는 마음에 숨겼다가 향후에 더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 어려워진다. 투명하지 못한 회사가 투자자들한테 외면당하는 건 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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