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중고차매매 진출 파장]중고차금융 '투톱' 현대 vs KB캐피탈 판도 바뀔까④딜러 공생 모델 타격 불가피…마이데이터, 전기차시장 선점 등 활로 모색
이장준 기자공개 2020-11-30 08:12:35
[편집자주]
현대차그룹의 중고차매매업 진출 예고로 캐피탈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중고차금융 주도권을 쥐고 있던 가운데 이제는 강력한 경쟁 구도 속에서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불건전한 '레몬마켓'을 정화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도 있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금융계에 미칠 파장을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26일 10: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고차금융시장은 현대캐피탈 독주 체제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중고차 딜러에게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제휴를 맺은 상당수가 이탈했다. 다른 캐피탈사들은 이에 대한 반사효과를 누렸다.특히 KB캐피탈은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KB차차차'를 꾸리고 딜러들을 끌어들이며 고속 성장했다. 중고차금융에서만큼은 현대캐피탈에 버금갈 정도로 고속 성장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뛰어들면 또다시 현재 '투톱' 체제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온라인 플랫폼까지 만들면 딜러와 공생하는 구조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KB캐피탈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B캐피탈도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사업)에 KB차차차를 접목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고수수료 정책 타파…논캡티브도 반사이익
2017년 금융감독원은 '중고차 금융시장의 불합리한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표준약관'을 발표했다. 캐피탈사가 중고차 딜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지급하는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중개상에게 주는 '고(高) 인센티브'는 고객의 금리로 전가됐다.
표준약관에는 대출한도 산정 원칙을 명시해 소비자 부담 증가를 예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출한도는 중고차 가격(화물차 등 영업 프리미엄 포함)에 등록비, 보험료 등 각종 부대비용을 합산해 계산하도록 했다. 가령 매매가의 10% 이상은 딜러 측에 수수료로 지급하지 못하는 등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이는 당시 현대캐피탈 측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지나친 수수료 지급으로 인센티브 경쟁이 과열돼 금감원에 딜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없애겠다고 했다"며 "비용을 아낀 만큼 고객 금리에 반영해 혜택으로 돌려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중고차 판매자 대출에 대해 중개인에게 지급하는 간접수수료를 폐지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절감된 비용으로 고객 금리에 거품을 뺄 수 있었다. 하지만 여신전문금융업법이나 감독규정이 아닌 가이드라인인 만큼 강제성이 없어 규제를 지키는 여전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는 중고차금융을 취급하는 주요 캐피탈사 금리에도 반영돼있다. 현대캐피탈 금리가 가장 낮은 편이다. 지난달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할부금융 일반상품(다이렉트 포함) 평균 금리는 9.77%였다. KB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의 평균 금리는 각각 11.09%, 9.92%를 기록했다.
다이렉트 상품 금리만 놓고 보면 하나캐피탈(6.88%)이 현대캐피탈(7.4%)보다 평균금리가 낮다. 하지만 딜러 수수료가 포함된 일반상품에서는 금리가 역전됐다. 그만큼 중개수수료 지급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캐피탈이 가이드라인에 맞춰 딜러에게 주는 수수료를 제한하자 제휴를 맺은 상당수 업체가 이탈했다. 이들은 다른 캐피탈사와 제휴를 맺고 자동차 판매 시 소개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 전반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중고차금융시장에서 절대 강자 없이 여러 캐피탈사가 난립하게 된 배경이다.
◇격차 좁힌 KB캐피탈, 다시 밀려날까
가장 성장세가 눈에 띄는 건 KB캐피탈이다. 2015년 말 8075억원이었던 중고차할부·론 자산은 올 6월 말 기준 1조7616억원으로 성장했다. 2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현대캐피탈의 중고차자산은 1조3430억원에서 1조8289억원으로 늘어났다.
중고차리스·렌탈자산 규모를 따로 집계하지 않으나, 중고차 할부금융과 오토론부문에서는 현대캐피탈을 거의 따라잡은 상황이다.
성공 비결은 2016년 선보인 중고차 온라인 플랫폼 'KB차차차'가 거론된다. 출시 당시 중고차 등록 매물 대수는 1만5247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SK엔카(2000년 출시)를 꺾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현재 등록 매물 대수는 14만대가 넘은 상황이다.
중고차 딜러들과 공생 관계에 놓여있다. KB차차차에 매물을 등록할 때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대신 중고 매매상사를 클라이언트로 끌어들여 매물을 수월하게 거래하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고객이 중고차금융을 이용할 때 KB캐피탈을 추천하는 식으로 '윈윈' 하는 모델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KB캐피탈에 가장 타격을 많이 줄 것으로 내다본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KB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비즈니스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플랫폼을 통해 시장을 선점했지만 그만큼 영향도 많이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가 온라인 판매에 나서 오픈 플랫폼을 꾸릴 것으로 점쳐진다. KB차차차의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현대차가 제한된 범위 내 중고차만 매매하는 등 방안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고차 매물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KB캐피탈에 미치는 파급력도 달라질 전망이다.
KB차차차에 등록된 매물 가운데 3년 이내 연식의 현대·기아차 물량은 약 10%로 전해진다. 만약 현대차가 상생 방안으로 3년 이내 중고차만 취급한다면 타격이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연식을 5년 이내로만 확대해도 KB차차차 등록 매물의 16% 가량 되는 만큼 부담이 될 전망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차의 중고차 물량을 전담하지 않더라도 현대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이 중고차금융시장 '투톱' 체제를 흔들 수 있다.
◇KB캐피탈, 자동차금융 의존↓ 그룹 차원 플랫폼 강화
KB캐피탈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 일환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KB캐피탈의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자산은 각각 1조5427억원, 889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각각 13.4%, 7.7%씩 차지한다. 개인금융은 1년 전보다 4000억원 가까이 늘어났고, 기업금융은 2배 이상 자산이 증가했다. 물론 여전히 자동차금융이 전체 영업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9%로 의존도가 높다.
아울러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KB차차차를 접목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 여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자동차를 비롯해 일정 부문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며 "작지만 확실한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전기차사업에도 관심을 보인다. 전기차 매매시장을 선점하고 전기차금융도 제공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배터리나 유통업체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낼 구상이다. 3년 전부터 테슬라 한도조회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할 채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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