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M&A]'균등감자 반대' 강경하던 금호석화, 기류 변한 까닭은가처분 기각 결정 후 통합에 우호적 분위기…우기홍 사장 "주총 통과 예상"
유수진 기자공개 2020-12-03 13:25:3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2일 18: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이 아시아나항공의 무상감자가 무난히 주주총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의 표심에 눈길이 쏠린다. 금호석화는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무상감자를 추진하려 하자 직접 찾아가 반대의 뜻을 전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최근 기류 변화 움직임이 감지된다. 여전히 주총에서 행사할 의결권의 방향을 확정짓지는 않았지만 찬성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는데다 산업은행이 추가적인 차등감자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2일 "아직 주총에서 어떻게 의결권을 행사할 지 미정"이라면서도 "이번에 반드시 차등감자를 해야한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호석화는 꾸준히 산업은행과 접촉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4일 서울 강서구 오쇠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자본금 감소의 건'을 표결에 부친다. 3대1 균등 무상감자를 실시해 기존 1조1162억원이었던 자본금을 3721억원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선 이번 감자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래야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말 기준 자본금 1억1162억원, 자본총계 5561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50.18%인 상태다. 적자 누적에 따른 결손금도 1조4736억원에 달한다. 3분기 화물 운송에 집중해 134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 반등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동안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균등 무상감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감자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최대주주 금호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결정이란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 부실에 대한 책임을 대주주 외의 나머지 주주들이 함께 짊어져선 안된다는 논리다.
때문에 균등감자가 아닌 차등감자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나항공이 스스로 균등감자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간 산업은행은 통상 기업 구조조정시 대주주에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차등감자를 진행해 왔지만 이번엔 균등감자를 결정했다.
재계에서는 금호석화가 이번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감자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지분을 60% 가까이 쥐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험로가 예상됐다.
이번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선 출석주주 과반,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 주주 구성은 금호산업(30.77%), 금호석화(11.02%), 소액주주(58.20%) 등이다.
하지만 지난달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발표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가가 꾸준히 오르는 등 기업가치가 개선될 거란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금호석화 측도 "다행"이라며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한진그룹의 발표 전인 지난달 13일 4290원이에서 2일 기준 5430원으로 27% 가량 올랐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2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최근 주가만 봐도 알수 있듯 통합이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유리하다는 게 대부분의 인식"이라며 "이번 인수가 아시아나항공 주주들에게도 좋은 일이라서 결의가 안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이번 균등감자 이후 추가적인 차등감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도 금호산업의 마음을 움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산업은행은 내년 초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인수한 영구 전환사채(CB)를 출자전환하면서 차등감자를 실시해 금호산업의 지분을 사실상 완전히 소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등감자를 주장해온 금호석화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금호석화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에도 2대 주주로 남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매각이나 소각 등 어떤 방식으로든 금호산업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전량(30.77%)을 담보로 갖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금호산업은 이제 산업은행의 처분만 기다리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균등감자로 끝나면 다행이고 지분 소각이 결정되더라도 별다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추가적인 차등감자를 검토한 적이 없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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