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7일 13: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재계의 관심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에 쏠려있다.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 선임안 표결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재계는 이번 개정안이 '대주주 견제'라는 입법 취지와 달리 투기세력의 경영권 위협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재계의 반발이 거센 건 기업에서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사하는 감사위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필요시 이사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영업에 관한 보고 요구권과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외부감사인을 선정하는 것도 감사위원회의 몫이다.


대한항공의 감사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소속 위원 3명 전원(임채민·김동재·박현주)이 사외이사로 현행법상 기준(3분의 2 이상)을 초과 충족하고 있다. 당연히 감사위원장(임채민)도 사외이사다. 최근 주요 기업들은 이사회와 이사회 산하 위원회의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외이사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감사위원회는 기본적으로 구성 절차부터 까다롭다. 이사회 추천으로 위원회에 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야 선임이 가능하다. 특히 대주주의 영향력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한 '3%룰'도 적용된다. 현행법만으로도 다른 위원회들 대비 독립성 측면에선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대한항공은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수차례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올 초 이사회를 열고 '감사위원회의 결의에 대해 이사회가 재결의할 수 없다'는 조항을 정관에 추가했다.

작년엔 감사위원회의 직무영역 중 내부감사부서의 감사계획을 기존 '보고'에서 '심의'로 변경하고 외부감사인과의 비감사용역계약 검토 및 승인을 추가했다. 기존보다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을 확대한 것이다. 이는 KCGI의 경영권 공격에 맞서 그룹 전반의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하나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 밖에 감사위원회 개최 전 위원들에게 의안요지서와 보충자료를 제공하는 등 안건 검토 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있다. 또한 사내 그룹웨어 아이디를 부여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재무 정보를 세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문성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에 재무·회계전문가(경력 5년 이상)가 1명 이상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한다. 회사의 내부통제나 재무보고에 대한 감독 등 주어진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선 전문성이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대한항공은 현재 3명 중 김동재, 박현주 위원 등 2명이 해당 조건을 충족한다.


김동재 위원은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를 끝낸 재무·회계분야 학위보유자다. 1994년 일리노이 어바나-샴페인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며 국제재무 등 국제경영에 대해 가르쳤다. 1996년부터는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M&A 관련 기업가치산정 회계와 재무분석을 포함한 글로벌 전략 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박현주 위원은 금융기관·정부·증권유관기관 등에서 재직한 금융 전문가다. 2012~2015년 한국SC트랜잭션뱅킹본부 전무를, 2016~2019년엔 SC제일은행 커머셜기업총괄본부 부행장보를 지냈다. 당시 경영위원회와 기업여신리스크위원회, 자산부채관리위원회 등의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역임하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뉴욕멜론은행 한국대표를 맡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감사위원회 내 재무전문가는 1명(김동재 위원)이었으나 3월 주총에서 박현주 위원이 추가 선임되며 2명으로 늘었다. 당시 임기 만료로 물러난 정진수 전 위원은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화우에서 대표변호사로 근무 중인 법조계 인사였다. 대한항공은 법률전문가 대신 재무전문가로 빈 자리를 채웠다. 전문성 제고를 위한 조치다.


특히 대한항공은 감사위원이 효과적인 직무수행에 필요한 역량과 지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적절한 교육 제공 여부는 기업지배구조를 평가하는 핵심지표 중 하나다. 대한항공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이행(O)'으로 표기했다.

작년엔 다섯 차례 교육을 실시했으나 올해는 6회(11월 초 기준)로 횟수가 더 늘어났다. 특히 신임 위원인 박현주 위원에게는 별도의 교육도 이뤄졌다. 감사위원회 전반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관련 자료도 제공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