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지배력 희석' 라온시큐어 오너, 콜옵션 행사하나8회차 물량 전환시 지분율 16%대 하락, 최대 '지분 6%·이익 29억원' 수혜
방글아 기자공개 2020-12-10 08:12:39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보보안 솔루션업체 '라온시큐어'가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전환 청구되면서 창업주 이순형 대표의 지배력 리스크가 대두되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한 차례 리픽싱 돼 전환되면서 발행될 주식 수가 최대주주 보유량을 넘어선 탓이다. 이에 이 대표가 CB 콜옵션 조항을 활용해 지배력 방어에 나설지 주목된다.회사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 지분율 등을 고려하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자사주 형태로 취득해 이 대표의 지배력을 보완하는 꽃놀이패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라온시큐어는 올해 3분기까지 52억원가량의 파생상품평가손실을 계상했다. 이는 지난해 발행한 8회차 CB와 관련된 것으로 실질적인 현금유출은 수반하지 않는 회계상 손실이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지배력 희석 가능성 탓에 오너십 측면에서 라온시큐어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전환가액이 주가의 65% 수준까지 낮아지며 벌어진 손실 폭만큼 CB 채권자들이 저가에 주식을 대량 취득할 수 있어서다. 실제 발행 1년여만인 현재까지 권면총액(180억원) 중 절반 이상이 전환 청구됐다.
8회차 CB애 대한 전환청구권이 전량 행사되면 신주 685만7141주가 상장된다. 이는 라온시큐어 총발행주식 수의 20.75%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이순형 대표 지분율(20.38%)을 웃도는 규모다. 지난해 8월 발행 당시 646만3196주(20.32%)주 상장을 염두에 두고 전환가액을 책정했지만 올해 2월 주가 하락으로 한 차례 리픽싱된 영향이 컸다.
이 대표는 특수관계자 지분을 합쳐 지분율 21.42%로 라온시큐어를 지배하고 있다. 1998년 설립 후 경영 과정에서 벤처캐피탈(VC) 등 외부에서 주요 성장 재원을 마련한 것이 지배력 약화의 원인이 됐다. 이 대표 외에 이정아 사장과 김운봉 상무가 각각 0.93%, 0.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8회차 CB 전환청구권 행사에 따른 지분율 희석이다. 전환청구권 행사로 신주 상장이 마무리되면 이 대표 지분율은 16.87%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 사장과 김 상무 보유 지분을 통틀어도 채 20%가 안 된다. 임원 2명 외엔 우호 지분이 돼 줄 백기사가 전무해 지배력을 십분 발휘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 같은 오너십 리스크를 잠재울 수단으로 8회차 CB에 붙어 있는 콜옵션이 거론된다. 라온시큐어는 8회차 CB 발행 당시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제3자 CB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뒀다. 최대 취득 한도는 63억원으로 현재의 전환가액을 기준으로 하면 240만주(6.01%)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대표가 콜옵션을 통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 희석된 지분율 회복 수준을 넘어 2.51%포인트가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투자자별로 최대 35%까지 콜옵션 조건을 사전에 걸어둔 덕이다. 투자자는 NH증권과 아주IB투자 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위드윈인베스트먼트, SBI인베스트먼트 등 총 5인이다.
평가차익 규모도 상당해 실제 행사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최대 한도(63억원)까지 매수할 경우 이 대표가 안게 될 평가 차익은 이달 4일 종가(3825원) 기준 약 29억원에 달한다. 콜옵션 이율은 2.02~4.07%로 현재 40%대인 평가 수익률에 한참 못 미쳐 행사 동기가 높다.
이 대표가 아닌 라온시큐어가 자기주식 취득 형태로 콜옵션을 행사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로서는 개인적인 부담 없이 지배력을 보완할 꽃놀이패가 된다. 현재 라온시큐어는 현금성 자산과 기타유동금융자산으로 251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자금이 풍부한데다 유통주식 수가 많아 인수 여력이 큰 상황이다.
다만 회사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라온시큐어 관계자는 "이 대표의 콜옵션 행사 여부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현재까지 권면총액 중 91억여원이 청구됐고 청구자와 관련해선 공시된 내용 외에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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