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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PE 애뉴얼 리포트]스틱, 한해 농사 잘 지었다…전 분야서 성과해외 투자·바이아웃 눈길…내년 엑시트 '과제'

김혜란 기자공개 2020-12-16 09:45:19

[편집자주]

2020년은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던 한해였다. 그리고 그 여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PE업계도 마찬가지였다. 상반기까지 극심한 딜 가뭄에 시달리면서 기존 계획의 불가피한 조정도 발생했다. 코로나19라는 전지구적 재앙속에 PE 운용사들의 한해는 어땠을까. 투자와 회수, 펀딩을 중심으로 자세히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15일 11: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투자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스틱인베스트먼트의 활발한 행보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해외 투자를 세 건 성사시켰고, 대표 펀드 중 하나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Special Situation)를 활용한 첫 단독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에도 성공했다. 상반기부터 새롭게 도전한 5000억원 규모 아시아 투자전용 블라인드펀드 결성 작업도 시장의 관심 속에 순항하고 있다.

스틱이 대형 바이아웃 투자에서 성과를 많이 내는 운용사는 아니지만, 올 한해 투자 건을 들여다보면 스틱만의 색깔을 드러내기엔 충분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와 'SSF'라는 두 바퀴가 힘차게 굴러가며 스틱만의 길을 개척했고, 국내 대표 PEF 운용사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SSF 클로징 완료·팬아시아펀드 결성 '순항'…투자 실탄 확보 주력

스틱은 아시아 그로쓰캐피탈을 주력으로 하는 투자1본부와 1조2200억원 규모 SS펀드를 운용하는 투자2·3본부를 두 축으로 한다. 1본부와 2·3본부 모두 올해 펀딩 성과를 냈다.

1본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새 블라인드 펀드인 '스틱글로벌성장혁신펀드' 조성 작업에 착수했다. 해외 투자 비중이 80%에 달하는 기록을 만든 1본부의 4호 블라인드펀드 '팬아시아4차산업그로쓰캐피탈'(3170억원)이 80%가량 소진되자 팬아시아펀드 2호격 펀드 조성에 나선 것이다. 2호격 펀드는 1호보다 규모를 대폭 키운 50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6월 수출입은행의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최근 산업은행을 앵커 LP로 확보하는 등 펀딩 작업은 순항하고 있다. 그동안 팬아시아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1본부의 실력이 입증되면서 주요 기관들의 출자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팬아시아펀드 시리즈의 투자 영역은 중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 등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 지역으로 설정됐다.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면서 스틱이 가진 해외 투자 풀을 투자기업에 소개하는 등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낸다는 계획이다.

2·3본부의 SSF2호펀드의 경우 올해 멀티클로징을 완료했다. 앞서 SSF2호는 지난해 8월 1조1900억원 규모로 1차 클로징하며 하우스 역사상 첫 조 단위 펀드 탄생이란 기록을 만들었다. 이후 해외 LP들로부터 출자받아 펀드 사이즈를 1조5000억원까지 키운다는 계획이었지만, 1조2200억원으로 최종 클로징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코로나19 변수 탓에 글로벌 LP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인도 사히아드리병원·그랩·쥬비스다이어트 투자 연이어 성사

1본부는 국내 운용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꾸준하게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해외 투자 실적을 쌓아왔다. 올해도 팬아시아펀드를 활용해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서 첫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두 번째 인도 투자 건을 성사시켰다.

스틱은 지난 5월 인도 서부 푸네(Pune)시에 소재한 병원 체인 기업 사히아드리 병원(Sahyadri Hospitals)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사히아드리병원은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 푸네시를 중심으로 중·대형 병원 8개를 소유한 병원체인 기업이다. 영리기관의 의료기관 투자가 제한된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병원 체인 투자가 성사됐단 점에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이미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인도 병원 투자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데, 스틱이 국내 운용사 중에선 선도적으로 나서 투자 포문을 연 셈이다. 인도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면서 의료를 포함한 사회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사히아드리병원의 성장잠재력도 크다는 것이 글로벌 시장의 평가다. 중국 공유자전거업체 디디바이크(1000만달러), 클라우드기업 뉴베리글로벌(500만달러) 투자도 올해 집행됐다. 올해 안에 추가로 1건의 투자가 예정돼있어 이를 포함하면 팬아시아펀드 소진율은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3본부 역시 SSF2호를 활용해 두 건의 굵직한 딜을 성사시켰다. SS펀드는 대주주가 처한 '특수한 상황' 탓에 지분 일부나 경영권을 팔고자 할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올해엔 SSF의 투자 범위를 처음으로 동남아 지역으로 확장한 점과 이 펀드를 활용해 첫 단독 바이아웃 딜이 성사됐단 점이 스틱 입장에서 뜻깊었다.

지난 7월 동남아시아 테크핀 기업 그랩(2억달러) 투자와 10월 딜 클로징된 다이어트컨설팅 기업 쥬비스다이어트 인수(2400억원) 건에도 SSF2호가 활용됐다. 그랩의 경우 SK그룹과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글로벌 투자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왔다. 스틱은 그랩이 모바일결제시스템 '그랩페이', 음식배달서비스 '그랩푸드' 등 금융과 식품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며 차량공유 사업을 넘어 '테크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랩 투자에는 SSF2호에서 약 1000억원을 투입했다. 나머지는 우선 브릿지론으로 마련해 딜을 종결했다. 이는 내년 SSF2호 펀드 출자자(LP)를 대상으로 코인베스트먼트(Coinvestment, 공동투자) 펀드를 결성해 대체할 계획이다.

쥬비스다이어트의 경우 스틱이 경쟁입찰에서 승리했다는 점, SS펀드를 활용해 단독 GP로 하는 첫 바이아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틱은 쥬비스다이어트가 단순히 미용 목적의 체중 감량을 돕는 컨설팅 회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성장성과 확장성이 크다고 봤다. 적극적인 밸류업을 통해 전 세대를 아우르는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건강 종합 플랫폼으로 크게 키울 계획이다.


◇유비케어 엑시트 성공…해외·SSF 투자 도전 지속

엑시트 성과도 양호한 편이다. 지난 2월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업체 유비케어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다. GC녹십자헬스케어-시냅틱인베스트먼트에 보유 지분을 약 200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한 지 4년 만에 투자원금 대비 두 배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2013년 투자한 선박·로봇 전장품(컨트롤러) 제조업체 오리온테크놀리지의 경우 8년 만에 엑시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를 지난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매각가는 약 400억원이다.

스틱의 내년 과제도 역시 엑시트다. 자동차부품사 대성엘텍, 동물질병 진단용 키트 전문업체 메디안디노스틱, 조선·플랜트 기자재 업체 현대피팅 등 엑시트 기회를 엿보는 포트폴리오가 다수 있다.

SSF1호도 내년 여러 포트폴리오의 투자금 회수를 시도할 전망이다. 현재 모든 투자자산이 IPO에 성공했거나 IPO 절차에 돌입한 상태라 1~2년 안에 상당 부분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SSF1호의 첫 딜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의 경우 내년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고, HK이노엔이나 한컴라이프케어 역시 내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피에 상장한 빅히트의 경우 일부 엑시트 했고 나머지는 블록딜을 통한 투자금 회수 시점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3본부가 담당하는 국민연금 코퍼레이트파트너십펀드의 첫 엑시트 시험대가 될 중국 냉동냉장물류회사 CJ로킨(옛 룽칭물류) 매각 작업도 내년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현재 모건스탠리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앞서 스틱은 2014년 3월 국민연금과 CJ그룹이 조성한 코파펀드에서 국민연금의 GP로 낙점받아 CJ로킨, 브라질 세멘테스 셀렉타, 베트남 제마뎁 등 3건을 포트폴리오로 담았다.

또 블라인드펀드 사이즈가 커진 만큼 라지캡 바이아웃 투자에서도 성과를 내고, 그동안짐중해온 해외 투자 확대 노력이 꾸준히 열매 맺게 하는 것도 스틱의 내년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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