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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WA가 쏘아올린 VC 펀딩난]종투사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 출자 숨통 틔울까⑤직접적 수혜 가능성 사실상 없어…"선택지 다양, 굳이 VC 안찾을듯"

이기정 기자공개 2025-05-21 09:10:58

[편집자주]

RWA(위험가중자산) 강화로 국내 벤처캐피탈(VC)의 펀딩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바젤3 규제 도입에 따라 국내 은행계 금융회사는 벤처펀드 출자에 '투기'에 준하는 400%의 RWA를 적용하게 됐다. 'RWA 관리'가 금융지주의 최우선 과제가 되면서 벤처펀드에 대한 출자가 급격히 감소했고 벤처캐피탈은 펀드레이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벨이 RWA 가중치 변동으로 인해 벤처캐피탈이 겪게 된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제도 개선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9일 06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종합투자회사(이하 종투사)의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를 추진하면서 벤처캐피탈(VC)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금융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벤처펀드 출자가 많지 았았던 증권사들이 출자자(LP)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신규로 벤처펀드 출자를 검토하거나 출자 규모 상향을 검토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험자본 범주에 VC 출자 외에도 다른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종투사들은 향후 시장 환경을 고려해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VC업계는 실망하는 기색이다. 은행계 금융사들이 RWA(위험가중자산) 관리 영향으로 출자를 줄여가는 상황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보다 직접적인 개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정안 통과시 최소 수조원 공급 예상…증권업계는 아직 '눈치보기'

더벨이 국내 운용자산(AUM) 1조원 이상 VC 1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 5곳이 증권사로부터 출자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금융 업종인 캐피탈(출자 경험 하우스 9곳), 보험사(7곳), 은행(7곳)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은 수치다.

출자에 나선 증권사는 모두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 라이선스를 확보한 하우스들이었다.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10곳이 해당한다.

금융위원회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

금융위가 지난 4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VC업계에서는 종투사들의 벤처펀드 출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은행계 금융사들이 RWA 관리를 이유로 출자를 축소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LP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고방안에는 종투사들이 발행어음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자금을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올 2분기 중 관련 내용을 예고한 후 연내 개정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의무 공급 비중은 내년부터 점차적으로 늘릴 예정이다.

발행어음 사업은 종투사 가운데 자기자본이 4조원이 넘는 곳만 할 수 있다. 해당하는 하우스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곳으로 이중 삼성증권을 제외한 4곳이 실제 사업을 영위 중이다. 다른 5곳 종투사의 경우 연내 자기자본 규모를 늘려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투사들이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정으로 수조원 이상의 자금이 모험자본으로 공급되는 셈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종투사의 전체 자산 가운데 모험자본에 투입된 자산 비중은 2.23% 수준에 불과하다.

모험자본에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및 주식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채권담보부증권(P-CBO) 매입 △상생결제 및 VC·신기사·하이일드펀드 투자 등이 포함된다. 금융위는 내년 10%를 시작으로 2028년 25%까지 의무 투입 비중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곳들은 어떤 방법으로 모험자본을 공급할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준비 중인 곳들은 아직은 논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출자 회의적 반응 대다수…김학균 VC협회장 "업계 의견 모아 목소리 낼 것"

증권사들은 벤처펀드 출자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른 여러 선택지가 있는데 굳이 출자에 나설 필요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VC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종투사 관계자는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로 선택지인 벤처펀드 출자를 다시 한번 검토는 할 것 같다"며 "다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출자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회수 시장이 경색돼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달라지면 그때 다시 논의를 시작하는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또 다른 종투사 관계자 역시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며 "트랙레코드가 매우 우수한 VC에 출자를 한다면 모를까 의무 비율을 맞추기 위해 VC업계 전반에 출자를 선택하는 경우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벤처펀드 출자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선호도 자체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VC업계는 개정 과정에서 벤처펀드 출자 의무 비중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은 "모험자본에 새로운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VC업계에 직접적인 수혜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의무적으로 벤처펀드 출자 비율을 명시화하는게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협회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건의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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