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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카카오]김범수와 마크 저커버그, 닮은 듯 다른 오너십⑥제왕적 vs 덜 제왕적…이사회 구색 갖춘 오너경영 추구

원충희 기자공개 2020-12-14 07: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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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톡 이용자가 1000만명을 돌파한 2011년 4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경쟁자는 세계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트위터"라고 말했다. 서비스 형태는 다르지만 결국 이들과 마주치게 될 것이란 예견도 덧붙였다.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져가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저는 10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세력을 확장 중이다. 스토리에 게시물을 올릴 수 있는 인스타그램 등으로 세계를 석권했던 페이스북은 이제 카카오와 직접적으로 부딪힐 수 있는 영역까지 들어왔다.

김 의장이 경쟁상대로 꼽았던 페이스북의 수장은 그 유명한 마크 저커버그다. IT기업 창업자들은 기존 재벌과 달리 탈권위적, 수평적 리더십으로 알려졌지만 모두가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미국 내에서 제왕적 오너십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이사회 의장(Chairman)이며 단독으로 의결권 57.9%를 행사하는 최대주주다. 이사회, 경영진, 주주를 모두 한손에 쥐고 움직이는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이사회가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견제되지 않는 마크 저커버그의 힘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던 에두아르도 새버린과의 소송전, 페이스북을 반독점법으로 해체해야 한다는 창업멤버 크리스 휴스의 주장, 왓츠앱·오큘러스·인스타그램 등 페이스북이 인수한 기업의 창업자들이 모두 떠나간 점 등 그의 경영스타일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계속 나온다.

특히 개인정보를 유용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이 터지면서 일부 연기금 주주가 그의 해임안을 밀고 나섰다. 저커버그를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퇴시키고 독립 의장을 선출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차등의결권을 통해 1주당 10배 의결권을 지닌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동등의결권을 도입하자는 주주제안이 때마다 나오지만 실현될 가망성은 희박하다.

카카오는 어떨까. 창업자 김범수는 이사회 의장과 최대주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직접 보유한 지분 14.17%,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11.26%, 회사 임원 등 특수관계자를 모두 합치면 25.66% 수준이다. 국내에선 차등의결권을 허용치 않고 있어 김 의장의 의결권은 3분의 1을 넘지 못한다.

다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지분이 3.7%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최대주주로서의 위상과 지배력은 확고하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 성장 과정에서 지분희석이 불가피했으나 김 의장은 지분율 방어에 상당히 성공한 셈이다.

든든한 지배력 덕분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일부주주의 반대에도 불구, 논란이 될 만한 주총 안건을 밀어붙여 관철시킬 수 있었다. 피아오얀리 중국 텐센트 게임즈 부사장, 이규철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한국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물론 출석주주의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는 이사회 소집통지 기간 단축안건도 통과시켰다.

오늘날 재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오너에 집중된 힘을 분산시키는 지배구조를 이상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간 총수일가의 독단경영으로 불거진 폐단을 보면서 제왕적 오너에게 기득권 포기와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이런 흐름을 강하게 거부한다. 어설프게 대세를 따르느니 자신이 확실한 책임경영을 펼치는 게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비쳐진다. 반면 김 의장은 이 같은 사회적 요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카카오 창업 이후 대표이사와 의장직을 분리하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덜 제왕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다만 경영방향의 대세를 움직이는 인물이 그라는 점에서 오너 경영의 본질은 놓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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