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네이버]경쟁사 '구글'과 다른 책임경영 축④알파벳, 차등의결권 통해 51% 행사…네이버, 소유·경영 분리
원충희 기자공개 2020-11-05 08:40:37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4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글은 미국 검색시장의 80%, 전 세계의 92%에 달하는 점유율을 가진 초대형 공룡이다. 이런 구글도 제대로 장악 못한 시장이 한국이다. 네이버가 이미 검색시장(검색횟수 기준)의 70%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에 대항하는 토종 포털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다.두 회사는 IT 혁명과 함께 등장한 신흥재벌이란 공통점이 있지만 이사회 운영에선 크게 엇갈리는 모습이다. 네이버가 소유·경영이 분리된 구조라면 구글은 창업자들이 여전히 절대적 지배력을 행사한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이사회 구성원은 11명에 이른다. 존 헤네시 전 스탠포드대학 총장을 의장으로 3명의 사내이사와 8명의 사외이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내이사는 인도계 미국인인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이다. 공동창업자들은 작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보직만 맡고 있다.
네이버보다 이사 수가 많고 창업자들이 이사회에 남아있다는 점이 뚜렷한 차이로 보인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2017년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았으며 2018년에는 등기이사에서도 사퇴했다.
대기업의 창업자 혹은 총수 일가의 이사회 참여여부를 두고 세간의 반응은 엇갈린다. 총수 일가가 권리만 챙기고 책임은 피하려고 한다는 비판과 소유·경영을 분리하는 시도라는 호평이 교차한다.
한쪽에서는 책임경영을 위해 창업자 등 오너가 이사회에서 직을 맡아야 한다고 보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창업자가 꼭 경영전면에 나설 필요 없이 경영기능을 전문경영인과 외부독립이사로 구성된 이사회에 위임하는 게 더 낫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전자에 가깝다. 책임경영의 축이 창업자들에게 있다. 비록 경영일선에 물러났다 해도 이들의 지배력은 막강하다.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한 주식을 특정인에게 주는 '차등의결권' 덕분이다. 알파벳의 보통주 196만주를 보유한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의결권은 2.6%인 반면 래리 페이지(1995만주)와 세르게이 브린(1919만주)의 의결권은 각각 26.1%, 25.1%로 합산 51%가 넘는다.
일반주주들이 가진 클래스A 보통주는 주당 1의결권을 갖는 반면 창업자들이 보유한 클래스B 보통주는 주당 10배 의결권이 있기 때문이다. 2004년 기업공개(IPO) 당시 단기이익을 좇는 월스트리트 방식에서 벗어나 장기전략 수립을 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동일의결권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가 지금까지 꾸준한 상황이다. 지난 주주총회에도 동일의결권이 주주제안으로 올라갔으나 알파벳 이사회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이해진 GIO의 보통주 지분이 3.73%(612만9725주), 의결권은 4.22%로 구글 창업자들에 비해 상당히 적은 수준이다. 다만 네이버는 자사주가 총 주식의 11.51%에 이를 정도로 많아 창업자의 지배력을 떠받치고 있으며 미래에셋, CJ 등 우호지분도 있다. 물론 의결권 50% 이상을 가진 구글 창업자들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이 GIO의 사퇴 후 네이버는 외부독립이사인 변대규 의장와 전문경영인 한성숙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사회 경영 체제를 구축한 상태다. 구글과 달리 책임경영의 축이 창업자보다 이사회에 쏠린 구조다.
두 체제 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 지배구조라고 말하긴 힘들다. 구글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IT공룡으로 성장했고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버는 한국에서 독보적인 점유율을 유지하며 구글의 대항마 역할을 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시장 진출도 꾸준히 타진하고 있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도 타진하고 있다. 어떤 체제를 따르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체제를 어떻게 운영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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