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車 벤처 리포트]'전자파 차폐재' 엔트리움, 자율주행 소재 공략전장부품 오작동 방지, '고주파·저주파 동시 차단' 강점
박동우 기자공개 2020-12-09 07:28:39
[편집자주]
'미래차'는 올해 정부가 채택한 3대 신성장 산업 중 하나다. 벤처캐피탈업계는 자율주행차, 전기차와 관련된 유망 업체들에 투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미래차산업에 뛰어든 부품사 등 중소벤처기업을 조명하고 관련 산업 생태계 동향과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8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율주행차는 1000개 넘는 반도체를 집약한 산물이다. 자연스레 전자파 간섭을 막는 필요성이 부각됐다. 각각의 칩에서 나오는 파장이 부품에 오작동을 일으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엔트리움은 전자파 방출을 막는 '차폐재'로 두각을 드러낸 벤처기업이다. 캡스톤파트너스를 필두로 산업은행, 현대기술투자, SJ투자파트너스 등 투자사들이 관심을 쏟았다. 고주파와 저주파를 동시에 차단하는 경쟁력을 무기로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수요가 늘어나리라는 기대를 품었다.
◇성장 스토리 : 삼성전자 출신 정세영 대표, 디스플레이 '도전성 입자' 국산화
엔트리움의 문을 연 정세영 대표는 'ICT 부품 전문가'로 통한다. 대학에서 재료공학을 공부한 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서 10년 동안 활약했다. 반도체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소재들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정 대표는 국내외 벤더(협력사)들과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창업하겠다는 결심을 품었다. 반도체 섹터가 팽창하는 만큼 소재를 생산하는 업종에 뛰어들면 성공하겠다는 자신감이 싹텄다.
2013년 회사를 차리고 첫 도전한 영역은 '이방전도성접착필름(ACF)' 분야였다. 디스플레이를 만들 때 접착제 용도로 쓰는 도전성 입자를 국산화하는 과제에 주력했다. 창업 첫해 팁스(TIPS) 지원을 받아 2015년 독자 생산하는 길을 열었다. 타이완을 시작으로 수출 전선을 넓혔다.
기술력을 축적하면서 전자파 차폐재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정 대표는 "단일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가 점차 늘어나는 동향을 유심히 살폈다"며 "각각의 칩에서 나오는 파장이 다른 부품의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이 대두됐고 이를 막는 게 관건이었다"고 밝혔다.
전자파 차단에 방점을 찍고 연구한 노력은 3년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반도체 분야 대기업의 협력사 지위도 따냈다. 2018년 약 63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86억원까지 늘었다.
◇기술 경쟁력 : 고주파·저주파 동시 차단, '차폐재 코팅' 공정 편의 증진
전자파는 주파수에 따라 고주파와 저주파로 나뉜다. 엔트리움은 30㎒~40㎓를 고주파로, 30㎒ 미만의 대역은 저주파로 본다.
엔트리움은 고주파와 저주파를 동시에 막아주는 차폐재를 선보였다. 1000개 넘는 칩이 장착된 자율주행차에 적합한 소재다. 특정 주파수 대역에 맞춰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존 제품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그동안 업계는 '쉴드캔(shield can)'이라는 금속 덮개를 반도체에 씌웠다. 납땜으로 쉴드캔을 붙이면서 자연스레 집적회로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쳤다. 금속 분말을 플라스틱과 혼합해 신소재를 만드는 방식 역시 물질의 내구성과 기계적 신뢰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단점을 안고 있었다.
엔트리움이 전자파를 차단하는 방식은 남다르다. 엔트리움은 '코팅'과 '자성 테이프 부착'으로 공정 편의를 한층 높였다. 고주파가 발생하는 반도체에는 스프레이를 뿌린다. 전기 전도율이 우수한 물질을 코팅해 차폐 특성을 개선한다. 저주파 부품에는 자성을 띤 금속 테이프를 붙인다.
엔트리움은 차폐재 코팅 공정에 쓰는 장비를 고객사에 공급할 역량도 갖췄다. 한 시간에 7000개의 반도체 칩을 코팅할 수 있다. 코팅된 칩 1000개를 기준으로 하면 양산 수율은 99%다.
기계 값을 3억원 안팎으로 책정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열을 가해 특정 물질을 반도체 웨이퍼에 붙이는 물리적기상증착(PVD) 장비가 대당 30억~70억원에 거래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투자사 평가 : 자율주행차 안전성 향상, 신소재 '나비솔' 성장동력 주목
엔트리움이 창업 후 지금까지 유치한 자금은 120억원을 웃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네 차례에 걸쳐 48억원을 베팅했다. 한국벤처투자 일자리매칭펀드, 산업은행, 기업은행, 대경창업투자, 현대기술투자, SJ투자파트너스, AJ캐피탈파트너스 등도 실탄을 지원했다. 이들은 엔트리움이 R&D에 속도를 내고 제품 양산 공정을 구축하는 데 힘을 실었다.
벤처캐피탈들은 주력 사업 아이템인 '전자파 차폐재'를 적용할 분야가 무궁무진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 자율주행차 부문에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도체 등 전자 부품이 차량에 탑재되면서 파장 간섭이 일어나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성조 캡스톤파트너스 팀장은 "차량용 반도체의 성능을 고도화할수록 발생원과 수용체 양쪽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불필요한 전자파)를 차단하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며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엔트리움의 전자파 간섭 방지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회사들과 협력하는 동향을 감안하면 머지않아 미래차 섹터까지 판로가 열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엔트리움은 2017년 SK하이닉스가 선정한 '기술혁신기업' 명단에 들 정도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글로벌 기업, OSAT(반도체 패키지 테스트) 회사, 칩 조립에 특화한 업체 등 30여곳과 협업을 이어왔다.
엔트리움은 자율주행차 부품 시장으로 진입하기에 앞서 신성장동력도 갖췄다. 항균·항바이러스 소재인 '나비솔(NAVISOL)'이 엔트리움의 또 다른 먹거리다. 산화아연, 칼슘 등 5개 성분을 섞었다. 차폐재 제조에 쓰던 코팅 기술도 접목했다.
나비솔에는 양이온이 바이러스나 세균을 끌어당기는 원리가 녹아들었다. 코팅된 표면에서 인체에 지장 없을 수준의 활성산소가 뿜어져 나오면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사멸한다. 공공기관과 복지시설을 대상으로 납품하고 있다. 엔트리움이 안정적인 매출처를 구축하면서 완성차 밸류체인 안착까지 맞닥뜨리는 실적 불안을 상쇄할 길이 열렸다.
최근 자율주행차 개발에 특화한 신생기업이 엔트리움에 러브콜을 보냈다. 이 회사는 공항과 병원을 겨냥한 1인용 비히클(vehicle)을 개발 중이다. 감염병 위험이 높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차량 내부에 나비솔을 코팅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온 상황이다.
최 팀장은 "엔트리움은 '전자파 차폐재' 연구에 우직하게 매달린 끝에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다졌다"며 "자율주행차가 고도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완성차 관련 고객사를 확보할 기반은 이미 마련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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