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 분사 후 투자유치 검토 [항공업 구조조정]의사결정 앞두고 CS와 물밑논의…EV 최대 1조 거론
최익환 기자공개 2020-12-23 07:56:18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정비와 항공기 부품제작 등을 담당해온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분사해 외부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항공기 정비와 동체·부품생산을 아우르는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에 아시아나항공의 정비사업을 합쳐 투자유치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후 상장과 유관기업 인수까지 고려되는데, 일단 투자유치에 적용될 기업가치(EV)는 최대 1조원이 거론된다.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내부적으로 항공우주사업본부에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을 유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한진그룹 차원의 최종 의사결정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논의 절차가 남아있는데, 우선 대한항공은 크레디트스위스(CS) 등과 자문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유치가 거론되는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7404억원 △영업이익 385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30억원 수준의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외 민항기와 대한민국 공군·미국 공군의 군용기 정비는 물론 보잉787의 동체와 아파치(AH-6)·수리온 등의 로터와 동체 역시 생산하고 있다.
작업이 가시화될 경우 대한항공은 항공우주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으로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종결 이전이라도 정비사업을 영업양수도 형태 등으로 넘겨받아 대형화를 진행할 경우 투자유치 과정에서 유의미한 수준의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하다. 기존의 EBITDA 등 실적과 향후 계상될 대한항공에서의 내부매출 등을 고려하면 1조원 이상의 EV가 투자유치 과정에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전에라도 정비분야 통합을 선행하기 위해 대한항공의 분사 후 투자유치가 시도되는 것”이라며 “그동안 해외에 외주정비를 맡겨온 아시아나항공의 비용절감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지난 7월 기내식·기내판매사업부의 매각작업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항공우주사업본부와 마일리지사업부 등의 매각 관련 컨설팅 용역을 CS에 맡겨온 바 있다. 거래의 종결성과 신속성 측면에서 최우선 매각대상으로 거론된 기내식사업부가 가장 먼저 매물로 등장했고, 차순위로 거론되던 MRO 사업과 마일리지사업은 매각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기내식기판사업본부 매각이 본격화되던 시기는 이미 한진그룹과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물밑에서 논의를 이어가던 때다. 아시아나항공 등의 기존 공급계약 정리를 위해 외부 투자자에게 빠르게 경영권을 넘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 선 기내식기판사업본부와 달리, 항공우주사업부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능을 통합해 투자를 받는 게 유리하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기내식기판사업부 매각이 최근 완료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계약 처리 방안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정된 상황이라 과거보다는 정비분야의 통합을 추진하기 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내외부에선 항공우주사업본부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기업공개(IPO)를 시도해 기업가치를 한 번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도 나온다.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되면 투자금을 활용해 정비용량 확충을 위한 시설투자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자연스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및 산하 LCC를 제외한 다른 고객들에 대한 매출 확대가 가능해진다.
정부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측면지원하면서 내놓은 MRO 통합 구상 역시 대한항공을 통한 국내 항공우주산업의 통합을 염두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지주사 한진칼 지분 10%와 다양한 경영계약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입장에선 보다 수월한 통합이 가능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특히 업계 일각에선 이번 투자유치 추진이 한국항공우주(KAI)에 대한 인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과 2012년 등 총 네 차례에 거쳐 KAI의 인수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항공업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MRO 등에 대한 구조재편 방안도 함께 마련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이에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회사 관계자는 "정비사업(MRO)에 대한 별도 법인을 설립하거나 다른 기업과의 통합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라며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을 포함하면 자체 정비 물량도 상당한 수준이어서 통합만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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