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금융 차기 리더는]8년만에 '농협맨' 선출, 토종 자신감·직원 동기 부여관료출신 배제 '깜짝 인사', 금융지주 서열 4위 자체역량 제고
손현지 기자공개 2020-12-23 14:39:40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2일 1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H농협금융지주가 8년 만에 내부 출신 회장을 배출했다. 농협금융 이사회가 당초부터 '내부' 후보 선정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대외적으로는 농협이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하고 농협 직원들에게도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다.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금융 이사회는 이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병환 농협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임했다. 농협금융이 2012년 '농협맨'이었던 신충식 초대 회장 이후 줄곧 관료 출신 회장을 발탁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깜짝 인사'로 여겨진다.
이번 깜짝인사는 농협금융 임추위원들의 결단이 만든 결과물이다. 지난 18일 임추위에서부터 내부출신을 선정하자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전언이다. 이를 위해 임추위원들은 농협금융지주 경영지원팀과 활발하게 의견을 교류했다.
농협금융은 경영지원팀에서 내부출신 회장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있다. 매년 30명 안팎으로 리스트를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내부후보들의 경영능력 등 자격요건을 검증한다.
농협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에게 우리도 회장이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목적도 컸다"며 "대외적으로 더는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내부출신 회장 선임 기조는 사실상 후보 선정에서부터 감지됐다. 농협금융 이사회는 지난 11일 열렸던 임추위에서 20명 안팎으로 추렸던 1차 숏리스트도 내부와 외부 후보 비율을 5대 5로 맞춰 구성했다. 막판 숏리스트(손병환 농협은행장, 외부 1명)까지 비율을 균등하게 유지했다.
그간 외부출신 중심으로 후보군을 구성해왔던 기조와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대목이다. 과거에는 관행적으로 회장 숏리스트 전원이 외부출신 후보로 구성됐다. 2016년 이후 임추위가 추린 숏리스트르 보면 줄곧 재임 중인 회장(김용환·김광수)과 외부출신 2명을 포함해 총 3명 정도로 추려졌다. 사실상 정통 농협맨들은 최종 회장 후보에서 배제됐던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내부출신 회장을 원하는 노조의 강경한 목소리를 반영한 부분도 있다. 현재 농협금융지주 노조는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 농협생명, 농협손보 등을 아우르는 '단일노조'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농협그룹 조직원들의 결속력이 높아 입김이 세다는 평가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농협지주 노조가 이사회 측에 내부출신 후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주가 독립 출범한 지 10년이 다 된 만큼 자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손 행장의 차기 회장 선임은 농협금융이 대형 금융지주사 못지 않은 탄탄한 내실을 갖췄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외부인사를 영입하지 않고 자체 역량만으로 차기 회장을 선임할 정도로 지배구조가 탄탄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농협금융은 우리금융을 제치고 순이익 규모 4위권에 들며 주요 금융지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계열사마다 해결해야 할 이슈도 산적해 있는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 필요했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보험계열사의 경우 당장 농협조합의 방카슈랑스 특례 유예기간 만료도 대비해야한다. 방카슈랑스 룰이란 은행 창구에서 특정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판매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인데 해당 유예기간이 오는 2022년 3월로 끝난다.
손 행장은 농협맨 중에서도 손꼽히는 기획·전략통이다.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2019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농협은행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농협금융의 최근 호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금융지주사 대부분 내부 출신 수장을 채택하고 있다"며 "이제 농협도 내부에서 인재를 뽑을 때가 됐다는 시각이 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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