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패스 '300억 기숙사' 내년 비메모리 호황 척도될까 기숙사 건설 공시에 업계 이목, 천안 · 괴산 클러스터 확장 신호탄 분석
조영갑 기자공개 2020-12-28 08:20:57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3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니, 혹시 기숙사에 워터파크라도 지으시는 겁니까?”지난 18일 네패스가 신규시설투자 관련 공시를 하자 한국거래소의 담당자는 네패스 측에 이렇게 반문했다. 보기 드문 규모의 기숙사 건설 비용 탓이다. 네패스는 300억원 규모의 기숙사를 2022년 6월 말까지 건설한다. 자기자본의 1892억원의 15.85%에 해당하는 액수다. 네패스는 건설 목적을 “사세확장에 따른 직원숙소 확보”라고 밝혔다.
일단 기숙사 건설 비용의 공시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코스닥 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는 자기자본의 100분의 10 이상의 신규시설투자, 세칙에서 정하는 시설외 투자, 시설증설 또는 별도 공장의 신설 등에 대해 공시의 의무가 있다. 네패스의 경우처럼 생산설비가 아닌 기숙사 시설 등의 건설을 ‘투자’ 행위로 보느냐, 단순한 자산증식으로 보느냐에 따라 관점이 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네패스가 관련 공시를 게재한 것은 대규모 지출인데다 궁극적으로 기숙사 건설이 투자행위라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네패스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에서도 공시의무 여부에 대해 갸웃했지만, (기숙사 건설 사실을) 투자자 및 시장에 알려야 한다는 내부 방침이 있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네패스의 재투자’다. 기숙사 투자와 연계된 시스템(비메모리) 반도체 섹터 투자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네패스는 지난 11월 반도체 테스트 부문 자회사인 네패스아크를 코스닥에 안착시키면서 620억원 가량의 공모자금을 유치했다. 공모자금 대부분은 시설투자와 시스템 반도체 장비 구입에 투입됐다. 범핑 및 패키징(네패스)→테스트(네패스아크) 식의 밸류체인이 1차적으로 완성됐다.
네패스는 현재 천안과 괴산 등을 중심으로 토탈 패키징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곳에서 패키징을 한 후 네패스아크에서 테스트를 한 후 출하하는 방식이다. 패키징 라인구축에 2021년까지 약 1500억원 가량이 투입된다. 내년 후속 투자가 완료되면 천안 사업장만 10k(월 1만장)에 이르는생산능력(capa)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네패스의 특화기술인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은 기존 300x300㎜ 원형 웨이퍼가 아닌 600x600㎜ 각형 웨이퍼에 패키징을 하는 방식이다. 집적도가 월등히 높다.
FO-PLP는 단자 배선을 칩 외부로 빼내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고, 집적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디바이스가 광대역화되고, 융합(convergence) 되는 추세에서 SoC(시스템온칩), 5G PMIC(전력제어반도체) 등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 기술을 특화시켜 비메모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대만의 TSMC에 맞서 네패스는 기판이 없고 효율성이 뛰어난 FO-PLP 패키징 기술을 대표 메뉴로 맞서겠다는 포부다.
기숙사 건설은 폭발적인 외형 확장의 ‘신호탄’ 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우선 라인이 지속적으로 확장됨에 따라 대규모 인력 충원이 불가피하다. 현재 천안 사업장에는 약 200여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네패스는 기숙사의 규모와 수용인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여타 공공기관 및 법인 기숙사의 건설비용에 빗대어 봤을 때 최소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병구 회장은 네패스를 시스템 반도체 후공정 분야의 글로벌 톱티어로 키우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면서 “우수한 인력을 대거 유치하는 하는 동시에 클러스터의 인프라 역시 국내 대기업에 준하는 규모로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패스 관계자 역시 “천안 및 괴산 사업장은 인프라 초기 단계라 임직원들이 출퇴근의 불편을 감수하면서 근무하고 있는데, 향후 지속적으로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패스는 내년 천안과 괴산 사업장을 중심으로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의 큰 그림을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패스는 북미 통신용 칩 최대고객을 대상으로 한 PMIC 패키징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르면 내년 1분기 고객사의 품질인증(qual)을 획득하고, 양산공급에 돌입한다.
당장 2분기부터 매출액 산입이 예상된다. 여기에 테스트 물량은 네패스아크로 고스란히 공급된다. 매출원가가 낮아지면서 영업이익율이 상승하는 구조다. 내년 괴산 사업장까지 완공되면 패키징의 속도와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외 고객사 라인업만 20곳 이상이다. 여기에 국내 주요 시스템 칩 메이커 (삼성전자LSI, 동운아나텍, 실리콘마이터스 등)의 발주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맞춰 생산시설 증설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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