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지인이 불만을 토로했다. 기사를 읽고 동남아시아에서 종가집김치가 그렇게 잘 팔린다는 대상 주식을 샀는데 도무지 주가가 오르지 않는다. 회사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연말까지 이어지는 불 마켓(Bull Market) 속에서 바이오나 반도체 기업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대감만으로 '따상'을 치고 있다. 반면 식품사들은 하나같이 소외됐다. 각사에 다니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식품주는 사는게 아니다'라는 자조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식품업계는 올해 일제히 호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로 늘어난 내식 수요가 성장을 떠받치는 탄탄한 기반이 됐고 수출이 가세했다. 영화관 대체재로 선택받은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K푸드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가 상승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가 해외 매출에 힘입어 단일 브랜드 사상 처음 연매출 1조원을 찍은 것은 상징적이다. 업계에서도 해외 진출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오뚜기마저 올해 수출 매출 비중이 10%를 넘어섰다.
자본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소비자들은 각종 가정간편식(HMR)을 주문했지만 투자자들은 식품주를 사지 않았다. CJ제일제당을 비롯해 대상, 오뚜기, 오리온, 풀무원 등 식품사들의 주가는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평년 수준에 머물렀다. 하다못해 올해 실적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내년도 기저 효과를 우려해 식품에 투자하기를 기피한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다.
식품업계의 성장은 구조적이다. '코로나19 덕분에'가 아니라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달성한 성적표다. 사재기 현상이 실제로 발생했던 라면 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식품사들은 코로나19로 위기에 직면했다.
식품사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했다. SPC그룹, 풀무원, 동원은 온라인 유통 전문가를 영입하고 자체 모바일·인터넷 플랫폼을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점차 성장하는 전방의 새벽배송 시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물류 시설을 확충하고 후방물류 속도를 높였다. 해외 수출을 위해 잇따라 현지 기업을 M&A하거나 제조공장을 짓는 등 투자를 이어갔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구조적 성장의 도약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본시장은 여전히 식품업계의 투자 매력도를 낮게 본다. 어쩌면 '성장성이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인지도 몰랐다.
식품업계는 아랑곳없이 '넥스트 스텝'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사업 계획안을 취재하다 보면 디지털 채널 고도화와 물류·IT 인프라 확충 등이 빠지지 않는다. 해외 설비투자도 올해 대비 늘어난다. 시장의 시의적절한 투자 마중물까지 더해진다면 우리 기업 중에서도 아지노모도, 켈로그, 네슬레가 나오는 것이 먼 미래 일만은 아닐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