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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한화]사익편취 안전지대? 내부거래위, 올해 심의 '제로'④독립성·투명성 '최고 수준', "공정거래법 개정 감안, 내부거래 축소 노력"

박상희 기자공개 2020-12-30 08:32:1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4일 14: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확대됐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26.76%로 사익편취 사각지대로 분류되다 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이 됐다.

㈜한화는 오래 전부터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를 두고 구성 및 운영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공정거래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 결과 올해 내부거래 심의 관련 회의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올해는 내부거래위원회가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내부거래위 독립성 '최고 수준'…사외이사추천위보다 엄격하게 운영

㈜한화가 내부거래 운영을 강화하기 시작한 것은 '아픈' 역사에서 시작됐다. 2012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배임 혐의 관련 검찰의 공소 사실을 증시 마감 이후 뒤늦게 공시를 한 것이 상장폐지 위기까지 이어지는 등 역풍을 불렀다.

화들짝 놀란 ㈜한화는 서둘러 투명경영 제고방안을 발표했고 거기엔 내부거래위원회 운영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한 승인을 담당하는 의사결정기구의 위원장을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해서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자산과 유가증권, 자금을 거래할 때는 공정거래법이 규정하는 대규모 내부거래제도의 기준 금액인 50억원보다 엄격한 기준인 30억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후에도 내부거래위원회 운영은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했다. 사내이사 2명을 포함하던 내부거래위원회 구성은 지난해부터 사외이사로만 채워 독립성을 높였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사내이사가 포함되는 것을 감안하면 내부거래위원회의 독립성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장 임기도 1년으로 정해 매년 새로 선임토록 했다. 투명성을 강화한 조치다.


내부거래위원회 구성과 운영이 점차 엄격해지고 깐깐해지는 기조와는 달리 위원회 활동은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2016년 내부거래위원회는 총 4회 개최됐고 7건 의안에 대해 심의했다. 2017년과 2018년 개최 횟수는 5회다. 지난해는 위원회가 3번 열렸다.

올해의 경우 9월까지 내부거래위원회 개최가 단 한차례에 그쳤다. 이마저도 위원장을 선임하기 위해 열린 3월 회의가 마지막이었다. 4분기에도 내부거래 심의를 위한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한화 관계자는 "올해 내부거래 심의를 위한 내부거래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심의 기준이 되는 30억원 이상 내부거래가 없었다는 의미다.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나 거래 변경, 임대차 계약 등의 내부거래나 계약을 승인하기 위한 심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았단 의미다. ㈜한화 관계자는 이와 관련 "내부거래 심의 대상이 감소하면서 위원회 활동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익편취 사각지대서 규제 대상으로 바뀌어…내부거래 줄이기 '안감힘'

올해 내부거래 심의가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것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화는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대상에 포함됐다.

종전에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30% 이상(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20% 이상) 보유한 계열사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었다. 이전 기준으로 한화그룹에서 사익편취 대상 계열사로 눈총을 받았던 곳은 에이치솔루션이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김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법 개정으로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준이 상장·비상장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됐다. 오너일가 지분율이 26.76%인 ㈜한화는 이전까지는 사익편취 사각지대에 속한 기업으로 분류됐지만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규제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은 최근에야 이뤄졌지만 내부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은 일찌감치 예고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화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된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때문에 업계는 ㈜한화가 개정안 통과를 염두에 두고 내부거래를 줄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화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축소하려는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왔다"면서 "올해 내부거래 심의가 열리지 않았던 것은 이같은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4331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내부거래 금액은 3292억원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7.43%다. 공정위 기준은 국내에 국한된 것으로 해외법인과의 거래 등은 포함하지 않는다. 2018년 기준 매출액은 5조2242억원, 이 가운데 내부거래 규모는 3179억원을 기록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6.09%다.

공정위의 내부거래 감독기준은 △계열사와 상품·용역 거래액 연간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에서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 △정상가격과 거래조건의 차이 7% 이상 등으로 이 가운데 하나라도 해당되면 조사대상에 올라간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화는 내부거래 비중은 12% 미만이지만 연간 거래액은 2000억원 이상이라 공정위 조사 대상이 된다. ㈜한화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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