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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합병 기업 리뷰]유에스티, '신사업' 2차전지 분리막 개발 지연 왜①양산 테스트 결과 '미충족', 내년 상반기 R&D 완료 목표

김형락 기자공개 2020-12-31 07:47:09

[편집자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상장이 증시 입성 등용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2개 기업이 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안착했다. 스팩 합병 상장은 대대적으로 공모주 청약을 진행하는 일반 기업공개(IPO)와 달리 이미 조달된 자금을 품에 안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상장 이후에도 주목받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더벨은 스팩 합병 기업들의 사업 현황, 지배구조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29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상장사 유에스티가 2차전지 분리막 연구개발(R&D)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제품 양산을 위한 테스트에서 발목이 잡혔다. 양산 테스트를 지속해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을 마칠 방침이다. 스테인리스 강관을 생산하는 단일 사업구조에 벗어나 자체 개발한 분리막을 추가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유에스티는 2차전지 분리막을 새로운 먹거리로 낙점했다. 전기차(EV)용 배터리에 특화된 분리막 R&D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반영하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연구와 함께 양산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유에스티는 2017년 5월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고 2차전지 분리막 R&D에 착수했다. 2016년을 기점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배터리 분리막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리막은 양극물질, 음극물질, 전해액 등과 함께 전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다.


분리막 R&D는 매출 정체구간을 돌파하는 카드였다. 유에스티는 2016년부터 매출액이 500억원대에 묶여있다. 2016년 매출 506억원을 기록한 뒤 △2017년 502억원 △2018년 496억원 △2019년 524억원으로 성장 한계가 나타났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약 38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수준에 머물러있다. 영업이익률은 7~10%를 오르내리지만 추가 성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스테인리스 강관 단일사업으로 매출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시장 여건이다. 국내 스테인리스 강관시장 점유율이 굳어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에스티는 2016년부터 꾸준히 10%대 시장점유율을 지키고 있다.

유에스티는 스테인리스 강관 제조업체다. 1990년 포스코가 세운 스테인리스 강관 공장에서 출발해 30여 년간 스테인리스 강관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배관용, 열교환기용, 기계구조용 강관을 국내외 액화천연가스(LNG)기지와 해양 구조물, 조선, 발전설비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한 차례 최대주주가 바뀌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지했다. 1996년 6월 미주제강이 스테인리스 강관 공장을 인수하면서 포스코 품에서 떠났다. 2009년에는 황금에스티그룹으로 편입됐다. 미주제강이 공장을 물적분할해 황금에스티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2018년부터 매출 다변화 발판을 다져나갔다. 그해 3월 신영해피투모로우제3호기업인수목적(스팩)과 합병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스팩 공모자금 50억원이 유에스티로 귀속되면서 투자 실탄을 마련했다. 공모자금은 2차전지 분리막 R&D(30억원)와 스테인리스 강관사업 신규 설비 확충자금(20억원)으로 분배했다.

상장 이후 '하이브리드 분리막' 개발을 본격화했다. 매년 2억원을 연구개발비에 투입했다. 지난 9월 말까지 분리막 연구개발비로 배정한 30억원 중 4억원을 썼다. 나머지 26억원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금융상품에 예치해뒀다. 추후 연신기(Film 확장기), 연구인력 충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유에스티는 기존 건식분리막(기계적 인장에 의해 구멍 형성)과 습식분리막(화학적 상분리에 의해 구멍 형성)이 가진 단점을 피하고,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개발 목표를 설정했다. 습식분리막에서 사용하는 상분리 원리로 기공을 형성해 제조공정이 안정적이면서, 건식분리막처럼 용제를 사용하지 않아 제조비용을 낮추는 방안이다.

2018년 분리막 견본 제조시설(파일럿 라인)을 설치하고, 공정 내재화를 이뤘다. 잠재 고객사에 견본품도 납품했다. 지난해 전지 메이커들의 요구 조건을 반영하는 품질 조정 단계에 진입했다. 기초 원료를 개선하고, 바뀐 연신(길이를 늘임) 조건을 통해 기계적 특성도 향상했다.

하지만 분리막 개발기간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다. 상장을 준비할 때만 해도 2018년까지 기술 개발을 마칠 계획이었다. 상장 이후 2019년 하반기로 개발기간을 한 차례 미뤘다. 지난해 다시 개발 완료시점을 내년 상반기로 수정했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설비 제작사와 설비 제작 검토에 들어갔지만 양산 테스트에서 성과물을 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에스티 관계자는 "2차전지 분리막 시제품이 양산 가능하다는 결과물이 나와야만 배터리 제조업체에 납품할 수 있다"며 "양산 테스트 단계에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R&D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일럿 라인을 확장하기보다는 기존 라인을 유지하면서 양산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겠다"며 "분리막 개발 완료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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