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분쟁]2010년대 초 '분리막 분쟁' 양상처럼 되나'소송→맞소송→맞소송 취하'를 위한 소송
박기수 기자공개 2019-10-28 07:48:11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 2010년대 초 벌어졌었던 양 사간의 '분리막 분쟁' 과정이 다시 한번 조명받고 있다. 4월 말부터 시작된 양 사간 분쟁이 2010년대 초 극적 합의로 종결된 분리막 분쟁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이번 분쟁의 결말도 비슷한 방향으로 매듭지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특허 분쟁'은 4월 말부터 불거진 양 사간 분쟁의 일부다. 특허 분쟁의 결과가 전체 분쟁의 향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2010년대 초 분리막 분쟁 전례까지 꺼내든 양사는 여러 지점에서 의견 충돌을 빚고 있다. 2010년대 초 분리막 분쟁의 사실 관계는 어땠고, 현재의 양사는 어디서 충돌을 빚고 있으며, 양사의 특허권 분쟁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어떨까.
◇2010년대 초 분리막 분쟁, 사실관계는
분리막 분쟁의 시작은 2011년 12월로, 시작점은 LG화학이었다. 당시 LG화학은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에 대한 특허를 SK이노베이션이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금지소송을 제기했던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곧바로 특허심판원에 LG화학 특허에 대한 무효심판을 제기했다. 특허무효심판이란 유효하게 설정등록 된 특허권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무효화시키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을 뜻한다.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로 되받아친것이 아니라 '아예 LG화학의 특허를 취소해달라'는 카드를 내민 것이다. 특허심판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의 특허가 선행 기술과 큰 차이가 없다고 심결한 셈이다.
LG화학은 곧바로 2심 법원인 '특허 법원'에 특허무효심판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항소)했다. 다만 이때도 특허 법원은 LG화학의 소송 취소 요청을 기각하고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이 시점은 2013년 4월로 양 사간 분쟁이 발발한 지 약 1년 반이 되던 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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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SK이노베이션의 승리로 끝나는 줄만 알았던 분리막 분쟁은 LG화학이 특허청으로부터 범위를 구체화한 후 특허를 다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2심까지 패소했던 LG화학은 대법원에 정정심판을 제기했고 대법원이 소송 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다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상황이 왔다. 파기환송은 상위 법원이 곧바로 판결을 내리기 힘든 상황에서 소송 건을 다시 하위 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뜻한다.
다만 LG화학은 1심으로 돌아온 재판결에서도 패소했다. 서울지방법원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하면서다. LG화학은 또다시 항소에 나섰다.
이때가 벌써 2014년으로 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훌쩍 지난 시점이었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었던 2014년 4월 말 LG화학은 "소송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정당한 대가를 내고 특허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겠다"면서 항소심을 취하했다. 그리고 같은 해 말 SK이노베이션 역시 LG화학의 요청에 따라 특허무효 및 정정무효 심결취소소송을 취하하면서 양사는 극적 합의를 보게 됐다.
합의 당시 양사는 합의서에 향후 10년간 국내·외에서 현재 분쟁 중인 분리막 특허와 관련한 특허침해금지나 손해배상 청구 또는 특허무효를 주장하는 쟁송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했던 바 있다. 올해는 합의가 맺어진 지 5년이 지난 시점이다.
◇양사 의견 충돌, 어디서?
이달 22일 SK이노베이션이 서울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까닭은 5년 전 극적 합의 당시 양 사가 맺은 조약을 LG화학이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2일 입장문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LG화학이 제출한 2차 소송(특허침해금지청구)은 지난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양 사간 체결한 분리막 특허(KR 775,310/이하 KR 310)에 대해 △대상 특허로 국내·국외 쟁송하지 않겠다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의 합의를 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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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현지시간 기준 지난달 26일 ITC와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던 바 있다. LG화학이 문제 삼은 특허 건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중 'US 7,662,517(US 517)'과 후속 특허인 'US 7,638,241 (US 241), US 7,709,152 (US 152)' 등 3건에 대한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집중 조명하는 건은 US 517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US 517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특허침해를 주장했다 패소한 국내 특허(KR 310)와 완벽하게 동일한 특허"라고 밝혔다. US 517은 5년 전 쟁송하지 않기로 합의한 특허 KR 310과 동등하기 때문에 쟁송을 걸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그러나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있다. US 517과 KR 310은 다르다는 것이다. LG화학은 "당시 합의서상 대상특허는 한국 특허이고, 이번에 제소한 특허는 미국 특허"라면서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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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직접 LG화학이 제기한 ITC 소송 소장 일부를 공개했다. 소장에는 US 517과 KR 310가 'correspond to(일치하다·대응하다)'라고 명시돼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correspond to'를 '일치하다'로 해석해 "LG화학 본인들도 두 특허가 일치한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소장을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LG화학은 '대응하다'라고 해석해 US 517과 KR 310은 똑같은 특허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즉 LG화학은 5년 전 합의를 깬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논란이 되는 'correspond to'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 변호사 출신인 한 국제법 전공 교수는 "해당 단어는 공식 문서상에서는 아주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이기 때문에 전체 분쟁 과정과 문맥을 봐야 하는데, '한국 특허에 비길 만한 정도'의 의미로 쓰인 것 같다"라면서 "다만 합의서에 나온 단어나 합의서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설사 똑같은 특허에 대해서 쟁송하지 않기도 했더라도 실제 LG화학이 문제 삼고 있는 특허가 합의문에서 이야기하는 특허와 동일한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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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분쟁 자체보다 전체 분쟁에 주는 영향에 주목해야"
4월 말부터 시작돼 특허권 분쟁으로까지 번진 양 사간 분쟁 양상을 업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업계는 특허권 분쟁은 4월 말부터 시작된 배터리 분쟁의 일부이기 때문에 특허권 분쟁 그 자체보다 이 결과가 전체 분쟁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애초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특허 소송을 건 것은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에 특허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었다"라면서 "SK이노베이션 역시 양 사간 분쟁의 시작이었던 4월 말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한 맞대응 개념으로 특허 소송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허권 분쟁은 전체 분쟁을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분쟁 초반부터 현재까지 LG는 '끝까지 가자'는 입장이고, SK는 '끝까지 가도 좋으나 분리막 분쟁 때 양사가 입은 내상을 다시 입지 않기 위해 조기 합의'를 하자는 입장"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2010년대 초 벌어졌던 분리막 분쟁이 합의로 끝났다는 전례를 참고삼아 이번 분쟁도 비슷한 구도로 만드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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