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04일 08시0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산 만화영화 문제작 '2020 우주의 원더키디'의 시대 배경이 드디어 과거가 됐다. 어린 시절에도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내용은 잘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 와서 다시 봐도 시대를 앞서 간 작품의 작중 배경과 작금의 현실 간 괴리는 크다.반대의 의미로 뜨악한 구석도 있다. 막연히 2020년 쯤 되면 이역만리 외계행성를 자유롭게 드나들겠거니 했는데 웬걸, 우주 진출은 언감생심. 지구 탈출은 커녕 철들고 나서 자의든 타의든 집 안에 이리 오래 갇혀 있기는 처음이다. 원더키디와는 다른 평행 우주 속 인류가 이렇게 허무한 종말을 맞는 게 아닐까하는 상상도 해 본다.
그래도 만화 내용 중 현실과 그럴싸하게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지금껏 인간은 도달하지 못한 영역에서 결과를 내고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킨다는 점이 매우 닮았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현재까지 관측된 패러다임의 대 변화 또한 AI로부터 비롯된다. 대형 제약사들이 '신약개발 시간 단축'에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시작했다.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을 앞세울 경우 10년이 걸리는 신약 파이프라인 R&D 기간을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게 핵심이다.
대격변을 위한 조건도 갖춰졌다. 통상 FDA 문턱을 넘어 신약을 출시까지 10년을 내다봐야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료제와 백신을 내놓기까진 채 1년도 걸리지 않는 상황을 경험했다. 물론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만큼 사태가 심각한 영향이 가장 크다. 다만 인류는 그리고 업계는 앞서 놀라운 선례가 생겼다는 자체에 주목한다.
이같은 변화의 선봉장으론 미국 바이오벤처 로이반트(Roivant)가 꼽힌다. 로이반트의 사명은 투자수익률(Return On Investment)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바이오테라퓨틱스나 바이오로직스 등을 사용한 타사와는 태생과 정체성이 다르단 점을 사명에서도 드러낸다.
로이반트의 기업 모토는 신약개발 시간 절감이 곧 투자수익 제고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GSK, 화이자, 바이엘 등 글로벌 빅파마들이 동참했다. 20년 만의 FDA 품목허가 획득으로 국산 신약 주권을 세운 SK도 가세했다. SK는 그간 신약개발을 위해 수천억원의 적자에도 뚝심을 굽히지 않았는데 변화하는 조류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이 '시간'을 사기 위해 나서자 비상장 투자에서도 움직임이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작년 들어 AI 비상장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기다림이 바이오텍의 미덕이라는 고리타분한 투자 성향은 죄인 취급받을 듯한 분위기도 관측된다.
바이오텍이 적극적으로 시간을 사기 시작하면 투자 효율은 증가하고 업계 발전은 가속화한다. 인류의 건강 증진이라는 명제가 뒤로 밀려난 듯도 보이지만 기우로 보는 게 맞다. 여러 디스토피아적 공상과학기술은 만화 속 한 장면에 그친다는 것을 깨달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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