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두산 출발]두산 오너家는 왜 퓨얼셀을 포기하지 못할까'수소연료전지' 경쟁력 확보, 신재생에너지 관련 핵심 계열사
박기수 기자공개 2021-01-14 12:43:58
[편집자주]
2020년은 두산그룹의 사사에 남을 만한 해다. 중공업기업으로 변신한 '2기' 두산그룹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책은행에 SOS를 요청한 해이기 때문이다. 두산은 두산만의 방식으로 대처했다. 자구안 달성을 위해 오너와 회사 모두가 노력했다. 이제 두산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서 기회를 찾는 '3기 두산'으로 거듭난다. 다시 뛰기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하다. 동력을 되찾기 위한 두산의 잔여 과제는 무엇인지, 또 3기 두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더벨이 취재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2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작년 구조조정을 시작한 두산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심사중 하나는 ㈜두산에서 분할된 두산솔루스와 두산퓨얼셀 중 어떤 계열사가 팔리는 지였다. 두 회사 모두 최근 재계에서 가장 핫한 산업군을 영위하고 있는 중이었다. 솔루스는 전기차배터리 소재인 전지박과 동박을, 퓨얼셀은 신재생에너지(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두산 오너 측의 선택은 솔루스 매각이었다.솔루스를 비롯해 두산타워, 모트롤BG(유압기), 두산인프라코어(매각 진행 중) 등을 현금화했음에도 여전히 '3조 자구안'을 달성하기에는 "갈 길이 멀었다"라는 평가가 짙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2기 두산'의 핵심 회사인 두산밥캣 매각론이 다시금 피어오르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 쉽게 말해 자구안 달성을 위해 두산이 어떤 회사를 또 판다고 가정하면 밥캣 말고는 후보가 될 만한 곳이 없다는 게 시장 일각의 평가다.
두산이 매각으로 큰 돈을 쥘 수 있는 회사로는 두산퓨얼셀도 있다. 심지어 두산퓨얼셀은 매각된 두산솔루스와 마찬가지로 2019년 분할 직후 주가 폭등으로 시장가치가 크게 불어난 기업이다. 분할 직후 5000원대로 시작한 주가가 현재는 5만원 중반까지 치솟아 시가총액이 3조원을 뚫은 상태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퓨얼셀 매각에 대한 예측을 쉽사리 하지 못하고 있다. 두산그룹 역시 퓨얼셀 매각에 대한 그 어떤 시그널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만큼 다가올 '3기 두산'에서 퓨얼셀이 차지하는 의미와 상징성이 크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뒤덮였던 작년은 세계 주요 국가들이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한 기념비적인 해이기도 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당선인은 2월 취임 후 파리 협약 재가입을 선언했고,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역시 다가올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5~60%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변국인 일본 역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하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세우고,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향후 10년 간 풍력 및 태양광 발전에 100기가와트(GW) 증설을 계획하면서 2030년을 기점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계획을 세웠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2017년 7.6% 수준에 그쳤던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 20%까지, 2040년 30~35%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30년 내로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여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탄소 중립'을 목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성'에서 '현실'로 무게추가 급격히 쏠린 시점이 바로 작년이었다.
두산퓨얼셀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신재생에너지와 가장 밀접한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다. 두산퓨얼셀의 주력 사업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이용한 인산형 연료전지(PAFC)다. 흔히 '수소연료전지'로 불리는 이 에너지원은 연소과정이 없어 산화물 발생이 거의 없어 친환경 발전원으로 불린다.
정부는 이 '수소'를 콕 집어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비전 및 주요 추진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2018년 기준 1800대에 그치는 수소차를 2022년에는 8.1만대, 2040년에는 640만대로 늘리고, 발전용 연료전지 역시 2018년 307메가와트(MW)에서 2040년 15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 골자다.
또한 '3기 두산'의 정체성이 친환경 에너지 공급자라는 점에서도 퓨얼셀은 두산이 절대 버릴 수 없는 카드로 평가 받는다. 시장 관계자는 "두산밥캣을 팔더라도 두산퓨얼셀은 팔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라면서 "국내에서 수소연료전지 경쟁력이 뛰어난 업체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끝난 두산그룹에서 퓨얼셀이 차지하는 위상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산퓨얼셀은 현재 수소를 비롯해 액화석유가스(LPG), 천연가스(NG) 등을 원료로 하는 연료전지 모델 3개를 갖추고 있다. 삼천리ES와 서부발전, 두산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을 주요 매출처로 두며 현재 시점에서도 의미 있는 현금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작년 3분기 누적 두산퓨얼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42억원, 20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6.7%를 기록했다. 순차입금 역시 음(-)을 기록하고 있어 그룹 상황을 배제하고 단일 기업으로만 따지면 재무적 부담도 크지 않은 상태다.
작년 말에는 34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익산공장의 연료전지 설비 증설을 위해 574억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증설 후에는 연간 생산능력이 275MW로 늘어날 전망이다. 증설 전 생산능력은 127MW에 그쳤다.
시장 관계자는 "2기 두산때와 마찬가지로 3기 두산의 주요 계열사는 두산중공업이 될 것으로 보이나 두산퓨얼셀의 사업 영역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핵심 산업으로 평가 받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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