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CB 프리즘]한양디지텍 1·2회차 CB, 수익률 '세 배' 격차 배경은2019년에 6개월 간격 발행, CNH캐피탈 '첫 물꼬' 후 구조조정 투심 몰려
방글아 기자공개 2021-01-18 07:47:04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1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양디지텍 1·2회차 전환사채(CB)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반년여 격차를 두고 발행했지만 그 사이 전환가액이 30% 이상 벌어지면서 수익률은 세 배가량 차이가 난다. 불안정한 실적 가운데서도 첫 CB를 발행한 후 발빠른 해외 사업 구조조정이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CB 잭팟의 기회는 오너일가 외에 처음으로 투자에 나섰던 CNH캐피탈에 집중될 전망이다.한양디지텍이 2019년 1월에 80억원 규모로 발행한 1회차 CB는 현재(12일 종가 기준) 69.0%의 평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같은해 8월 발행한 120억원 규모 2회차 CB는 23.9%로 나타났다. 두 CB의 수익률 차이만 2.89배인 셈이다.
한양디지텍 오너일가는 두 CB에 50% 한도로 설정한 매도청구권(콜옵션)을 부여받아 양쪽 모두에서 투자 잭팟 기회를 얻었다. 투자자 중에선 1회차 CB에 나홀로 베팅한 CNH캐피탈이 투자 결실을 가장 많이 가져갈 수 있게 됐다.
CNH캐피탈은 자체 자금으로 70%를 출자한 엔에스씨신기술투자조합제6호를 통해 한양디지텍 1회차 CB를 전액 인수했다. 출자비율을 감안하면 19억원가량의 평가 차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불확실성이 높았던 한양디지텍 CB 발행의 첫 물꼬를 터주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된 셈이다.
첫 CB 발행 전까지 한양디지텍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운전자금을 차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2016년 D램 가격 하락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역성장 영향으로 2016년 적자로 전환한 뒤 2년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2017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슈퍼사이클을 맞아 자금 수요가 높았지만 불안정한 실적으로 인해 과감히 투자를 약속한 곳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CNB캐피탈이 CB 투자를 결정하면서 80억원 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한양디지텍은 이를 기반으로 해외사업 구조조정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면서 투자심리를 되돌리며 반전 국면을 맞았다.
우선 2019년 4월 베트남 자회사에 400만달러(한화 약 45억원)를 증자해 시설을 증설키로 했다. 이어 같은해 6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골칫거리가 된 중국 자회사 처분을 발빠르게 진행했다. 현지 LCD 업체와 실마리를 찾아 104억원에 매각했다. 그리고 유입 자금의 절반가량을 싱가포르 자회사에 투자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사업을 확장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한다는 구상으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법률 이슈도 해소했다. 코리아써키트와 대덕전자가 한양디지텍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1심 법원이 원고에 기각 결정을 내려 한양디지텍 손을 들어줬다. 잇따라 리스크가 해소되자 사업 전망에 기대감이 실리기 시작했고 이는 자연스레 주가 부양으로 이어졌다.
이에 1회차 CB 발행 후 반년 만에 이뤄진 2회차 CB 발행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4%였던 만기이자율은 3%로 줄고 견조한 주가 흐름으로 인해 전환가액도 3095원에서 4512원으로 올려잡았다.
이 같은 조건에도 신한지주, 신한캐피탈, 효성캐피탈, 무림그룹 등 굵직한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출자한 엠씨신기술투자조합1호이 120억원을 베팅했다.
이후에도 한양디지텍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업 성과에 이어진 기관 투자자 화답에 박스권이 옮겨간 모습이다. 2019년 초까지 3000원 안팎을 오르내리던 주가가 그해 말 5800원대로 올라섰고 현재 50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경영 위기 가운데 손을 뻗은 CB가 경영 활동에 요긴한 재무 수단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엔 영업 실적에서도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작년 3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50.3% 성장한 1123억원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양디지텍은 2019년 4분기부터 나타났던 호조세가 작년의 경우 3분기부터 시작됐던 만큼 지난해 결산에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양디지텍 관계자는 "작년엔 3분기 이미 흑자를 달성해 결산 시 흑자는 자연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CB 전환 청구로 부채비율도 낮아지고 있어 향후 긍정적인 흐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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