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분당 두산타워 신사옥 시대를 열었다. 개발과정에서 수차례 구조조정을 겪은 탓에 새 출발을 위해 모인 계열 입주사는 착공 당시 약속했던 곳들과 이름을 달리한 곳도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부지개발을 초기부터 관장했던 두산건설이 빠진 점이다.두산건설이 성남시에 신사옥 입주를 약속한게 5년전 일이다. 당시 두산건설을 포함해 5개 계열사가 입주하겠다고 협약을 맺었다. 이후에도 못 미더워하는 인허가 관계자를 설득시키기 위해 입주를 확답했다.
착공을 거쳐 입주가 임박한 시점에 이르자 두산건설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분당 신사옥 입주 가능성은 낮다. 논현동 사옥에 남은 임차기한을 해결하지 않아서다.
두산건설은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소유의 논현동 사옥 매각 과정에서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했다. 이변이 없는 한 매수자가 확정되면 두산건설의 기존 임차계약도 승계될 가능성이 높다. 임차만기가 2028년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도 굳이 확보된 임차인을 버리고 새로 구할 이유가 적다. 논현동 사옥은 연면적이 1만2000여평으로 공실을 채우기가 만만찮은 규모다. 두산건설이 내는 임대료 조건을 충족할만한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려운 편이다.
물론 아직 협상의 여지는 있다. 우선협상대상자와 거래가 여전히 지속중이다. 극적으로 새 임차인을 찾거나 리모델링을 위해 내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두산건설이 분당으로 이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성남시와의 협상안에는 기존 입주를 계획한 계열사들이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총 5개 계열사를 불러모으고 약속한 인력을 맞추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쉬운 점은 5년 가까이 신사옥 입주를 약속했던 두산건설이 이제는 구체적인 확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밖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면 안에 있는 직원들 중에서도 사옥 이전 여부를 모를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선 주인이 바뀌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회사의 위치가 바뀌는 것이다. 서울에 남든, 분당에 가든 분명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선 두산건설 자체 매각을 위해 전략적인 행보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아무래도 계열사가 운집해 있는 분당보다는 서울에 사옥을 유지하는게 나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매수청구권 외에 만기일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콜옵션을 쥐고 있다면 매각가치 향상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계열사 가운데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이 진행 중인데도 신사옥에 합류했다. 두산건설은 신사옥 개발을 처음부터 맡았던 곳이다.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약속을 지킬 기회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자기가 지어놓은 건물에 입성하지 못하는 속사정을 다 알긴 어렵다. 여력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부 딜 진행 과정과 외부 행보가 상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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