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신용도 부담에도 장기물 압도적…투심 견조 [Deal Story]자회사 보증채, 90억달러 주문 몰려…신사업·그린본드로 지속가능성 입증
피혜림 기자공개 2021-01-21 12:59:51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0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Inc)를 통해 글로벌 채권시장 내 달라진 위상을 드러냈다. SK이노베이션은 국제 신용등급 기준 BBB급 끝선에 몰리는 등 크레딧 불안감이 상당했다. 그러 자회사 보증채 발행에서 90억달러에 달하는 수요를 확보해 압도적인 투심을 확인했다.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상당했다. 'BBB-' 등급에 '부정적' 아웃룩을 다는 등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높았지만 투심은 보다 만기가 긴 5년물에 집중됐다. 전기차 배터리 등 신사업 확대 등을 부각해 중·장기적 안정성을 부각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 자회사 보증채, 글로벌 기관 '사자 행렬'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는 20일 모회사 지급보증을 활용해 10억달러(약 1조 1000억원) 규모의 유로본드(RegS) 발행에 성공했다. 트랜치(tranche)는 3년과 5년물 고정금리부채권(FXD)으로 각각 3억달러, 7억달러씩 배정했다.
투심은 뜨거웠다. 20일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한 프라이싱(pricing)에서 90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집중됐다. 3년물과 5년물에 각각 200여개 이상의 기관이 참여한 것은 물론, 발행액의 9배에 해당하는 주문을 모은 것이다.
국제 신용등급 하향 등의 악재도 SK이노베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꺾을 수 없었다. 지난해 10월 S&P의 등급 하향에 이어 이달 무디스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aa2(부정적)에서 Baa3(부정적)으로 떨어뜨렸다. 'BBB-'에 '부정적' 아웃룩까지 달아 투기등급으로의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투자자들은 보다 만기가 긴 장기물에 열광했다.
5년물에만 52억 5000만달러의 수요가 집중됐다. 3년물에 37억 5000만달러의 주문이 몰린 것과 대조적이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등 신성장에 대한 SK이노베이션의 행보가 투심을 사로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만기가 길 경우 금리 메리트가 보다 부각되는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SK배터리아메리카는 이번 채권을 그린본드(green bond)로 발행해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드러냈다. 조달 자금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등에 활용된다. SK배터리아메리카는 2022년 본격 양산에 나서는 것은 물론 2025년까지 추가 투자 등을 진행해 생산 능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그린본드로 친환경 사업을 부각한 점 역시 투심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기관들은 환경·사회·지속가능(ESG)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나날이 늘리고 있다. ESG채권일 경우 한 기관 내 ESG와 일반 투자 섹터가 각각 주문을 넣는 등 수요를 늘리는 효과도 상당하다.
◇기업물 희소성 부각도…금리 절감 효과 상당
민간기업 채권으로서의 희소성도 투심을 끌어올렸다. 한국물의 경우 공기업과 금융권 발행이 대다수인 탓에 상대적으로 물량이 적은 기업물에 대한 투자 수요가 상당하다. 글로벌 기관들은 SK배터리아메리카 딜 당시에도 추후 나올 한국 기업 발행물에 대한 문의를 이어가는 등 해당 섹터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진행한 SK하이닉스의 글로벌본드 발행 역시 흥행 분위기를 북돋았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국내 첫 한국물 민간기업 발행주자로 나서 25억달러를 마련했다. 당시 미국 국채 금리 대비 105bp를 더해 발행했던 5년물 유통금리가 현재 90bp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투자 수익이 상당해진 상태다.
투심에 힘입어 SK배터리아메리카는 금리 절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3년물과 5년물 가산금리(스프레드)는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금리 대비 각각 150bp, 175bp 수준으로 확정됐다. 당초 제시했던 이니셜 가이던스(IPG) 대비 45bp씩 감소한 수치다.
비슷한 등급의 유통물과 비교해도 SK배터리아메리카의 금리 절감세는 단연 돋보였다.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스프레드를 끌어내린 결과 유사등급 크레딧물보다 10~15bp 가량 낮은 금리로 글로벌 채권시장에 안착했다. 마이너스(-) 뉴이슈어프리미엄(NIC) 달성으로 흥행 기록을 다시 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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