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AA 신용도로 첫 7년물 발행 도전 [발행사분석]현금창출력·재무구조 개선, 스플릿 해소
이지혜 기자공개 2021-01-21 13:00:33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1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상㈜가 AA급 발행사로서 2021년 공모채 발행대열에 합류했다. 1월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AA-로 평정하면서 마침내 스플릿(등급 불일치)에서 벗어났다. 식품 등 주력사업 실적이 개선되고 자산을 매각하면서 차입부담이 가벼워졌다. 대상㈜는 높아진 신용도에 힘입어 처음으로 7년물 발행에 도전한다.시장 분위기도 대상㈜에 긍정적이다. 올 들어 AA급 발행사들이 ‘조 단위’ 흥행기록을 세우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데다 여전히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져 있어 금리 메리트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당분간 연초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7년물 첫 발행, 신용등급 상향 ‘자신감’
대상㈜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22일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구조는 3년물 200억원, 5년물 500억원, 7년물 300억원 등 모두 1000억원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공모채 발행일은 29일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과 미래에셋대우다.
대상㈜가 7년물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로 3년 연속,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7차례 공모채를 발행해왔던 대상㈜지만 장기물로는 5년물을 발행했던 것이 전부다.
대상㈜가 만기구조를 장기화를 노릴 수 있었던 데는 신용등급 상향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상㈜는 올해 1월 한국신용평가에서 ‘AA-/안정적’을 받으며 비로소 스플릿에서 벗어났다.
한국신용평가는 “식품 등 주력사업과 자회사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대상㈜의 전반적인 수익창출력이 좋아졌다”며 “차입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영업현금창출력이 확대된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상은 2020년 3분기까지 매출 2조3739억원, 영업이익 1682억원을 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6%, 영업이익은 47.3% 증가했다.
대상㈜는 △조미료와 장류, 편의·신선식품 등 식품 △당, 전분, 아미노산 등 소재사업 △식자재 유통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효조미료 ‘미원’을 출시해 이 시장에서 95% 이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청정원’ 브랜드로 고추장과 간장, 된장시장에서도 2위에 올라 있다. 또 ‘종가집 김치’ 브랜드로 포장김치 시장도 개척했다.
대상㈜의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2017년 3.3%에서 지난해 3분기 7.1%로 개선됐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편의·가공식품사업 수익성이 좋아진 덕분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김치와 가정식 대체식품 판매가 증가했다.
식자재유통사업은 대상베스트코 등 저수익 거래처와 적자매장을 정리하고 채산성 높은 외식채널 비중을 확대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다만 소재부문은 매출비중이 높아졌지만 수익성 개선은 과제로 남아 있다. 대상㈜은 2015년 말 라이신사업을 인수하고 2017년 인도네시아 전분당 신공장을 완공하면서 소재사업의 외형을 키웠다. 소재사업 매출비중은 2014년 17%에서 2019년 29%로 확대됐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소재사업은 수익성 약화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법인에 초기 투자비용이 든 데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2020년 주요제품 가격회복 지연 등이 겹친 탓이다.
◇재무구조 개선, 투자부담 ‘문제없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대상㈜의 재무안정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거나 개선될 것이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수익창출력이 좋은 데다 꾸준히 자산을 매각하면서 외부차입 조달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재무지표도 개선됐다.
대상㈜는 2015년 라이신 사업을 인수하는 데 1207억원, 인도네시아 전분당 사업에 진출하는 데 696억원, 2016년 베트남 육가공업체를 인수하는 데 358억원을 들였다. 2017년 이후에도 마곡연구소 토지를 매입하고 소스공장을 새로 짓거나 국내외 설비를 자동화히고 증설하는 데 투자를 지속했다.
올해도 투자부담이 끝나지 않았다. 마곡연구소 신축, 설비 증설, 배당금 지급 등 계획이 쌓여 있다.
그러나 재무안정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대상㈜은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8년 이후 건강기능식품 사업과 용인물류센터, 미니스톱 지분 등을 매각했다. 덕분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17년 5070억원에서 2020년 3분기 말 3611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54.7%에서 129.5%로 개선됐다.
올해 말에도 상봉동 사옥 매각잔금 1232억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국내외에서 사업을 확장하며 투자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사옥 매각잔금 유입,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등에 힘입어 재무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차입금 상환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모채 수요예측 시장 분위기도 좋은 편이다. 연초 투자자들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연초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허영주,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메리트가 남아있는 AA급 회사채를 중심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지만 정작 회사채 물량은 적어 회사채 발행시장의 초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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