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갱신 면세점 승부수]신라면세점, '이행률 99%' 재갱신 통과①'서울·제주점' 700점대 대기업 최저치, 공정위제재 발목
정미형 기자공개 2021-01-26 07:40:14
[편집자주]
면세업계가 매섭게 불어 닥친 코로나19 한파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그럼에도 유통업계 대기업은 정부가 발급한 특허를 손에 쥐고 사업 지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살아남는 자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 키워드는 관세청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모두 담겼다. 그 비밀창고 문을 열고 각 면세점이 그리는 청사진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1월 22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라면세점은 관세법 개정 이후 첫 갱신 평가를 받은 곳이다. 업계 2위로 글로벌 시장에서 면세사업을 하는 신라면세점이 갱신 평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걱정은 전혀 없었다. 관건은 점수였다. 얼마나 높은 점수로 갱신 평가를 통과하고 업계의 본보기가 될지가 중요했다.2019년 초 관세청은 신라면세점을 시작으로 갱신 평가에 앞서 2018년 말 기준 사업계획서 이행 내역을 공개했다. 신라면세점은 사회공헌 등과 관련된 총 4개 분야 14개 항목에서 99%에 달하는 이행 성적을 기록했다. 서울점과 제주점 모두 각각 한 항목만 제외하고 모두 100% 이행률을 기록했다. 시장의 낙관에 힘을 실어준 지표였다.
그런데 막상 점수가 나오자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신라면세점이 서울점과 제주점에서 모두 700점 초중반대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첫 타자이다 보니 까다로운 평가가 진행됐다는 데 무게가 실렸다.
◇낮은 평가 받은 '상생·사회공헌' 항목
신라면세점 중 2019년 관세청의 갱신 평가 대상에 오른 곳은 서울점과 제주점이다. 서울점은 2019년 7월, 제주점은 10월 각각 갱신을 앞두고 있었다. 해당 특허는 2014년 취득한 것으로 5년 연장되면 2024년까지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다.
평가 항목은 기존 이행 내역과 향후 계획 두 가지로 서울점은 이행내역 765.01점, 향후계획 723.67점을 받았다. 제주점은 이행내역과 향후계획이 각각 718.33점, 754.55점을 기록했다. 각각 1000점 만점으로 600점 이상을 획득하면 특허 갱신이 가능하다.
신라면세점은 특허 기간 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뤘다고 자체 평가했다. 우선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는 동시에 5년간 2545억원을 투자를 집행하는 데 성공했다. 600억원을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한 것 외에 1945억원을 유보 현금으로 충당했다. 2014년 144%였던 부채비율은 2018년 말 160%대로 늘었지만, 2018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이자보상비율이 1126%로 급증했다.
이행내역 전체 1000점 중 절반인 500점을 차지하는 ‘사회 환원 및 상생 협력 등 경제·사회발전을 위한 기업 활동’도 인력 채용과 근로 환경 개선, 소비자 보호 및 편익 제공, 지역 사회 발전 기여 등을 중심으로 5년간 개선세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2014년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서울 시내점 직·간접고용 인원 목표치를 1513명으로 설정하고 이보다 174명 많은 1687명(2018년 말 기준)을 초과 채용했다. 제주점 역시 계획보다 200여명을 초과 채용했다. 두 곳 공통으로 해당하는 보세화물관리인력의 경우 지난 5년간 620여명 증가했고 고용 안정을 위해 면세 부문 비정규직 비율도 같은 기간 약 8.2%포인트 감소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실제 평가에서 가장 아쉬웠던 대목 역시 상생·사회공헌 항목으로 나타났다. 신라면세점은 해당 항목에서 서울점 370.01점, 제주점 333.33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얻었다. 신라면세점이 상생과 사회공헌 활동에서 소극적이었으며 이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신라면세점은 특허 갱신에는 성공했지만 대기업 면세점 중 가장 낮은 점수로 통과했다. 향후 이뤄진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갱신 심사에서 두 면세점은 평균 800점 중반의 점수를 받았다. 업계 1위인 롯데를 추격하고 업계 3위인 신세계의 도전을 받는 신라면세점 입장에서 위기감을 느낄 만한 점수다.
◇가격 담합에 거짓 광고까지…발목 잡힌 공정위 제재
신라면세점이 갱신 평가에서 두 지점 모두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는 특허 기간 내 받은 각종 제재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라면세점은 특허를 받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세 번의 조치를 받았다.
2015년 6월 거짓·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 온라인 완결 서비스 미제공(전자상거래법 제21조 제1항)으로 시정명령과 과태료 250만원 처분을 받았다. 신라인터넷면세점이 상품 구매와 동시에 적립금을 할인해주는 혜택을 경쟁사도 제공하고 있음에도 단독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광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듬해인 2016년 5월에는 가격담합(공정거래법 제19조 제1항 제1호)으로 시정명령을 받았다. 2017년에도 가격담합으로 시정명령과 함께 2억7900만원의 과징금 제재를 받았다.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 등과 담합을 통해 국산품에 대한 적용환율과 그 적용 시기를 공동으로 결정했다. 또 전자제품의 할인 행사를 하지 않기로 담합해 면세점이용자 부담을 늘렸다.
신라면세점의 신뢰성에 적지 않은 금이 간 셈이다.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공약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으로 돌아왔다. 특히 가격담합의 경우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관련 제재를 받으면서 신라면세점의 법규 준수도는 크게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해당 기간 면세품이 대량으로 불법 유출되는 사건도 있었다. 신라면세점 입점업체 고용 파견 직원이 보따리상들의 명의를 이용해 면세품 17억원치를 불법 유출해 적발됐다. 신라면세점 소속 직원은 아닌 탓에 큰 행정 제재는 면할 수 있었지만, 면세구역(보세판매장)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신라면세점이 책임론이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해당 내용은 신라면세점의 자체평가서와 사업계획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공정거래 개선을 위해 컴플라이언스 매뉴얼 제개정과 임직원 준법 자가 점검, 사내 준법경영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임직원 대상 준법 교육 및 예방활동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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