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디딤 품는 정담유통, 배달·HMR 힘 싣는다③재원 마련 관건, 이범택 대표 등 재출자 관측…이사회 구성에 눈길
신상윤 기자공개 2021-02-03 08:29:43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1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인다이닝 프랜차이즈 전문기업 '디딤'을 품는 정담유통은 기존 외식업에 배달과 가정간편식(HMR)을 접목할 계획이다. '배달삼겹 돼지되지'를 통해 쌓았던 배달 노하우를 결합하고, 아직 걸음마 단계인 HMR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정담유통은 당분간 디딤의 기존 경영진과 공동으로 이사진을 꾸려 경영권 인수를 위한 연착륙에 나선다.코스닥 상장사 디딤은 최대주주 변경 절차가 진행 중이다. 창업주 이범택 대표가 경영권 주식을 정담유통에 넘길 예정이다. 구주 매매 규모는 277억원을 웃돌며 거래 종결 예정일은 다음달 29일이다.
디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상장 후 첫 적자 전환 등 수익성 악화로 발목이 잡혔다. 2019년 말 528개(직영 58개, 프랜차이즈 470개)였던 점포는 지난해 9월 말 485개(직영 54개, 프랜차이즈 431개)로 감소했다. 외식업 문화가 배달, HMR 등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이를 반영하는 것이 늦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창업주 이 대표가 경영권 매각을 결정한 배경이다.
새 주인 정담유통은 디딤의 기존 사업에 배달과 HMR을 덧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디딤이 운영했던 파인다이닝, 프랜차이즈 사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직격탄을 맞자 활로를 모색하는 데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정담유통은 배달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 법인 전환 4년차인 올해 가맹점 수가 전국 180개를 넘어서는 등 업계 주목을 받는 곳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소비 확산과 1인 가구 중심으로 배달 수요가 늘었던 점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평가받는다.
HMR 사업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디딤은 2019년 3월 유통사업을 주력할 디딤트레이딩을 설립하고, 그해 7월에는 대표 브랜드인 '연안식당'의 꼬막비빔밥을 출시하기도 했다. 현재는 '집쿡마켓'이라는 통합 브랜드를 내세워 HMR 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러나 디딤의 사업구조가 직영 식당과 프랜차이즈 가맹 영업을 중심으로 짜였던 만큼 HMR 시장에선 그다지 성과를 보진 못했다.
인천 본사에서 가동 중인 공장도 양념육을 비롯해 소스류 등을 생산해 각 점포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을 뿐 HMR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안전관리인증(HACCP)' 기준을 충족하는 설비와 생산 시스템을 구촉하고 있는 만큼 HMR 사업 강화를 위한 전제 조건은 갖췄다는 평가다.
관건은 디딤과 정담유통 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재원 마련이다. 특히 정담유통의 인수금은 주주와의 거래인 만큼 디딤에 유입되는 자금은 없는 상황이다. 디딤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25억원을 기록하는 등 현금 창출도 녹록하지 않은 상태다. 현금성 자산도 연초 대비 30억원 가까이 줄어든 67억원에 그친다. 부채비율은 440.8% 수준이다.
문제는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선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담유통의 추가 출자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 대표 등의 재출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대표를 비롯해 지분을 매각한 주주들이 다시 일부를 디딤에 재투자하는 형식으로 출자할 예정"이라며 "이사회도 기존 경영진과 정담유통 측이 나눠 운영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디딤 이사회는 현재 이 대표를 비롯해 임재준·윤정규 사내이사와 박호인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됐다. 임기는 모두 2023년 3월까지다. 정관상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8인 이내로 정하고 있는 만큼 정담유통 측의 이정민 대표 등이 이사회에 들어갈 여유는 충분하다. 다만 경영권을 매각한 이 대표는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넘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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