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2755억 자사주 매각 카드 '만지작' 2100억 설비투자로 CAPEX 발생…1년 새 주가 5배 상승, 자기주식 활용 가능성 커져
조영갑 기자공개 2021-02-04 09:04:27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0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2차전지 양극재 대장주 '엘앤에프'가 자사주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21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결정하면서 대량 CAPEX(자본적 지출)가 발생한 탓이다. 여기에 엘앤에프의 주가가 1년 전보다 5배 넘게 상승하면서 자사주의 재무적 활용가치가 극대화됐다는 평가다.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엘앤에프의 자기주식은 지난해 3분기 기준 374만주로 총주식 수 대비 13.32% 수준이다. 최대주주 새로닉스의 460만주(16.41%)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엘앤에프는 허 대표의 선친인 허전수 전 회장 시절인 2004년부터 10억원 단위의 자기주식을 수십 차례 증권사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늘려왔다. 하지만 계약과 해지를 반복하는 탓에 늘어난 주식 수는 많지 않았다. 터닝포인트는 2015년 10월 자회사 엘앤에프신소재의 흡수합병이다. 엘앤에프는 엘앤에프신소재 보유 지분(48.57%)을 자기주식으로 전환하면서 단번에 약 354만주를 확보했다.
업계에선 당시 합병 결정을 '신의 한수'로 평가한다.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자사주를 대량으로 확보해 향후 허 대표의 승계가 안착하는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신소재 흡수합병으로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던 LCD BLU(백라이트유닛) 사업에서 2차전지 양극재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면서 엘앤에프의 주가 역시 꾸준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3월19일 1만3158원이던 주가는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올해 1월 중순 8만5600원까지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3800억원대에서 2조1300억원 수준으로 5.6배 증가했다. 엘앤에프는 타 경쟁사 대비 니켈 함량이 높은 90% NCMA(니켈카드뮴망간알루미늄) 양극활 물질을 생산하고 있다.
자사주의 가치 역시 매우 커졌다. 1월 30일 종가 7만3700원을 기준으로 전량 매도하면 총 2755억원의 현금을 쥘 수 있다. '긁지 않은 복권'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15년 엘앤에프신소재의 합병가액(4329원)과 엘앤에프의 당시 보유주식(622만주)를 감안하면 270억원의 지분가치가 5년만에 10배 불어난 셈이다.
엘앤에프가 자사주 매각 카드를 검토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지난해 11월 양극재 생산설비 확장을 위해 결정한 21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원인으로 꼽는다. 투자기간은 2022년 10월까지다. 단순 산술하면 연간 1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돼야 한다. 하지만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자산의 척도인 당좌비율이 36.02%로 낮은 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장기차입금 역시 952억원 규모다.
결국 안정적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사주 일부 혹은 전량을 매각하는 방안이 VC 및 IB업계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VC업계 한 임원은 "엘앤에프가 대규모 설비투자를 공시한 이후 재원 마련을 위해 자사주 매각을 추진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방법론 역시 구체적이다. 자사주 일부를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안과 전량을 전략적투자자(SI)에게 매도하는 방안이 거론됐다는 것이다. 엘앤에프 역시 자사주 매각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설비투자액은 금융권 장기차입과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면서 "자사주를 일부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허 대표의 지배력 유지와 연동돼 있다. 엘앤에프의 최대주주는 새로닉스로 16.41%의 지분을 쥐고 있다. 허 대표는 새로닉스의 지분 21.04%을 보유, 엘앤에프를 간접 지배하고 있다. 개인지분은 2.49%다. 엘앤에프 내에서의 지배력이 압도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13.32%에 이르는 자사주가 이를 지탱하는 모양새다. 지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일부 유동화하거나 확실한 우군인 SI의 인수가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엘앤에프 자사주를 LG에너지솔루션이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엘앤에프가 '범 GS계열'로 분류되는 탓이다. 허 대표는 LG공동창업주 허만정 선생의 증손자다. 사업 초기부터 LCD BLU를 LG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을 두고 LGES, SK이노베이션, 삼성SDI는 안정적인 수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LGES 역시 양극재 동맹을 강화하는 연장선에서 엘앤에프에 지분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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