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다른 삼성생명의 배당, 당국 탓 전략 틀었나 순익 증가에도 축소, 확대 기조 유지 입장과 배치…IR에 관심 집중
이은솔 기자공개 2021-02-04 07:40:05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보험의 배당전략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혀온 것과 달리 올해는 순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줄였다.전략을 완전히 선회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의 변화에 배당성향을 낮출만한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만큼 금융투자업계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기존 전략 방향성과 '미스매치'가 발생하면서 IR에 등장할 경영진의 목소리에 업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결산실적에 따른 현금 배당을 결의했다. 삼성생명의 2020년 연결기준 당기순익은 1조2658억원으로 전년(9774억원) 대비 30% 증가했다. 현금배당은 주당 2500원씩 총 4494억원, 배당성향은 35.5%로 결정됐다.
전년 대비 배당 총액도, 배당 성향도 축소됐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주당 2650원씩 총 4759억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성향으로 계산하면 36.5%였다. 주당 배당금은 150원, 배당성향은 1%포인트 감소했다.
큰 폭의 변화는 아니었기 때문에 배당을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년과 재작년 삼성전자 지분매각익 반영분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도 나온다. 삼성생명은 2018년 5월 삼성화재와 합산해 10%를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면서 1조1544억원의 매각차익을 얻었다. 이에 따라 2018년과 2019년 2년에 나눠 연간 1185억원씩을 배당했다.
다만 삼성생명이 최근 수 년간 '배당확대' 기조를 밝혀왔던 것과는 맞지 않는다. 전략의 '미스매치'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IR 실적발표를 통해 꾸준히 배당을 늘릴 계획이라는 점을 밝혀왔다. 2019년 반기 실적 발표 당시 김선 삼성생명 CPC기획팀장은 "새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과 관련한 대비를 잘 해왔다"며 "배당성향을 50%까지 끌어올리는 주주환원정책을 계획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기조는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지됐다. 2020년 3분기 실적발표 IR 행사에서 유호석 삼성생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보다 높은 성향으로 배당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배당성향을 정상이익 30~50%수준에서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상향하는 정책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런 경영진의 전략 방향성을 고려해 올해 배당성향을 30% 후반에서 40% 정도로 예측하고 있었다. 3년내 50%까지 상승하려면 연간 4%포인트 내외의 배당성향 증진이 적정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올해 실제 배당이 발표되자 업계의 예상은 뒤집혔다. 2018년과 2019년 반영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익을 제외하더라도 당초 발표처럼 배당성향이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이 올랐다, 내렸다 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상황"이라며 "삼성전자 지분 매각분을 제외하면 배당성향은 1%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삼성생명 규모에서 이 비용은 그렇게 크지 않다"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분명한 건 그동안 컨퍼런스콜을 통해 경영진이 밝혀온 건 '배당성향을 높이겠다'는 것이었다"며 "이런 맥락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존 방향성과 미스매치가 발생했기 때문에 왜 이렇게 됐는지, 내년에도 이렇게 할 건지 회사에 답변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은행처럼 배당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니고 지난 3년간 평균치 수준을 유지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2017년 30.8%, 2018년 28.5%, 2019년 36.5% 수준이었다. 당국의 당부대로 최근 3년간 배당성향 평균을 계산하면 32%가량이다.
삼성생명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주요한 전략 변화가 있으면 공시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 섣불리 언급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측은 "실적발표회에서 경영 전략 방향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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