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초 벤처생태계에는 위기감이 엄습했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으로 모험자본이 급격하게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기던 작년 1분기 국내 대부분의 벤처캐피탈이 곳간을 단단히 잠궜다.운용사들은 유례없는 상황에 섣불리 자금을 풀기보단 추이를 살폈다.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한 모태펀드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공적 자금으로 조성된 벤처 펀드의 규모는 불어났지만 실제로 벤처기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일시정지 됐기 때문이다.
이때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투자 촉진을 위한 확약서를 받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벤처 투자가 위축될 것을 고려한 조치다.
투자 촉진 확약서는 총 2개안으로 구성됐다. 1안을 선택한 운용사는 연내 조합결성 최소 승인금액의 20% 이상을 투자해야 했다. 2안은 운용사 선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첫 투자 집행을 완료해야 한다.
확약서를 제출한 운용사에겐 혜택이 있었다. 심사 과정에서 각 안당 5점의 가점을 받았다. 안을 이행한 운용사는 2021년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서도 우대를 받는 조항이 포함됐다. 대신 약속을 지키지 못한 운용사는 올해 출자 사업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는다.
가산점이라는 '당근'에 대부분의 운용사가 확약서를 제출했다. 2개안에 모두 사인한 벤처캐피탈도 상당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벤처기업의 생사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 촉진 확약은 상당한 부담이었지만 모태펀드 도전자에게 가점은 달콤했다.
결과적으로 투자 촉진 확약은 큰 빛을 발휘했다. 1분기 경색 국면이었던 투심이 2분기부터 살아나면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의 벤처 투자가 이뤄졌다. 펀드 결성과 함께 빠르게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투자 촉진 확약의 효과가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투자 촉진 확약서는 벤처생태계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은 한국벤처투자의 묘수였다는 게 증명됐다. 다만 확약서 이행을 위해 불철주야 활약한 운용사들의 노력도 간과해선 안된다. 펀드 자금 모집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신속히 투자를 집행한 운용사가 없었다면 2020년은 벤처업계 최악의 보릿고개로 기억 됐을지 모른다.
올해에도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의 경쟁은 치열하다. 이 가운데 지난해 투자 촉진 확약서 2개안을 모두 이행한 벤처캐피탈도 다수 포진해 있다. 이들은 투자 촉진 이행에 따른 보상으로 올해 심사에서 가점을 받는다.
해당 운용사는 내심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힘든 시기 벤처생태계에 심폐소생을 한 만큼 웃을 자격이 충분하다. 올해 이들이 최종 승자가 될 지 여부가 2021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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