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해소' 리코운용, 판매사 저변 넓힌다 [헤지펀드 운용사 실적 분석]고유재산운용 덕 최대 실적 달성…신한은행 집중된 판매잔고 분산될 듯
이효범 기자공개 2021-02-05 08:14:09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이일드펀드 강자' 리코자산운용이 자본잠식에서 탈피했다. 수년째 일부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다 지난해 고유재산 운용 수익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사모펀드 사태로 판매사들이 자산운용사의 재무상태를 상품선정 과정에 반영하는 가운데, 리코자산운용이 판매처 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리코자산운용의 2020년말 자본총계는 66억원이다. 2019년말 기준 41억원에서 25억원 증가했다. 연간 순이익이 27억원 발생하면서 작년말까지 쌓여있던 누적손실을 모두 털어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을 8억원 내면서 자본잠식에서도 벗어났다.
운용사 설립 초기였던 2016년말부터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다. 적자 등이 이어지면서 자본금을 까먹었지만, 초기 자본금이 60억원을 상회할 정도로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영업활동에 지장은 없었다. 더욱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흑자기조를 2년 연속 이어가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면서 리코자산운용의 지난해 초 수립한 목표 중 하나가 자본잠식을 탈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이같은 목표를 달성했다.
리코자산운용은 2020년 영업수익 65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54.53%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로 인해 시장이 침체되면서 영업환경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실제로 운용자산을 확대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본업인 펀드운용보수는 15억원에 그쳤다. 전년대비 23.54% 감소했다.
대신 고유재산 운용을 통해 실적을 큰폭으로 개선시켰다. 기관투자가로서 지난해 공모주 시장이 호황을 보이면서 투자수익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평가 및 처분이익만 45억원에 달했다. 판관비가 3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전년대비 비용 부담이 늘었지만 순이익 27억원을 내 큰폭의 실적개선을 이뤘다.
개선된 재무구조는 영업 측면에서도 선순환을 마련할 전망이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들의 상품 선정 기준이 높아졌고, 운용사의 재무상태도 중요한 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리코자산운용의 자본잠식이 영업을 강화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자본잠식에서 벗어나 올해 판매사를 다변화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리코자산운용의 판매잔고는 신한은행에 집중돼 있다. 2020년말 기준 총 판매잔고 1425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729억원이 신한은행을 통해 팔렸다. 또 미래에셋대우의 판매잔고가 275억원으로 19%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포함한 판매사는 총 8곳이다.
리코자산운용은 하이일드채권 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공모주에 투자해 8% 안팎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펀드로 은행 고객들에게 각광 받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낮은 예적금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제공하면서 저금리에 고민하는 고객들의 발길을 돌려세울 수 있었다.
리코자산운용과 신한은행의 공생관계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금융감독당국이 은행들의 사모펀드 판매에 제동을 거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은행 판매잔고는 2018년말 274억원에서 2019년말 766억원으로 불어났으나 지난해는 소폭 감소했다.
은행들은 판매 상품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에서 특정 운용사에 판매잔고가 집중되는 현상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리코자산운용은 올해 판매사를 한층 다변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리코자산운용 관계자는 "자본잠식을 해소해 판매사를 다양화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판매사를 확대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운용자산을 급속도로 늘리는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현재 규모를 유지하면서 펀드 수익률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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