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으뜸기업 리포트]'50년 염료 노하우' 경인양행, IT소재 국산화 밑거름①포토레지스트 분야 도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급망 참여 기회 확보
윤필호 기자공개 2021-02-09 08:32:10
[편집자주]
대기업이 받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수많은 소부장 중견·중소기업의 노고가 숨어있다. 균형잡힌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중견·중소기업의 더 많은 역할과 지원이 필요하다. 최근 국가 간 무역갈등이 빈번해지면서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핵심전략기술을 보유해 정부가 관리에 들어간 '으뜸기업'에 주목하는 이유기도 하다. 더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주요 으뜸기업들의 기술가치와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3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스피 상장사 경인양행은 지난 50년 동안 염료사업을 영위하며 화학 기술에 노하우를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부터 진출한 전자소재 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됐다. 진출 초기부터 연구소를 세우고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데 주력했다.그러나 일본과 기술 격차는 여전했고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상황은 반전됐다. 주요 규제품목인 포토레지스트의 원재료 '감광재' 국산화로 주목을 받았고 정부로부터 소부장 으뜸기업에 선정됐다. 경인양행은 향후 국가 단위로 진행하는 소재 국산화 공급망(Supply Chain) 참여 기회를 통해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경인양행은 1971년 설립된 '신오화학공업사'가 모체다. 초기 염료산업으로 출발해 현재는 섬유와 전자제품, 식품, 농업 등에 사용하는 화학제품과 소재를 만드는 정밀 화학제품 개발업체로 거듭났다.
설립 당시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형광증백제' 특허권을 취득해 양산에 나서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창업자인 김동길 명예회장은 서울대 사범대 화학교육과 출신으로 한때 화학 분야에 꿈을 위해 안정된 교사로의 길을 버리고 산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염료업체 취직해 연구개발 업무를 맡으며 전문성을 갖췄고 직접 회사를 설립했다.
염료산업은 1970~1980년대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배경으로 자급률을 높이며 성장했다. 경인양행도 1977년 인천공장을 세우고 반응성 염료 연구개발(R&D)를 진행하며 국산화에 일조했고 이후 1984년 안산공장도 추가로 설립하며 규모를 키웠다.
2000년대 들어 변화를 모색했다. 글로벌 염료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수익성 하락과 침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업체들은 전반적인 생산구조 변화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경인양행은 그간의 노하우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했다. 2003년 전자재료 연구실을 신설해 전자화학 소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이어 전자재료사업부도 발족시켰다.
당시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포토레지스트 분야에 도전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빛에 의해 성질이 변하는 고분제와 감광제가 섞인 혼합물이다. 집적회로(IC) 제조 과정에서 식각기술에 쓰이는 감광성수지로 쓰이며 반도체 미세공정의 필수 소재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인양행은 오랜 기간 일본 선진기술 업체들과 R&D 협력과 자체 연구 등을 통해 기술 장벽을 뛰어넘는 데 주력했다.
초기 포토레지스트 제조 공정 하부단계에서 기초화합물인 'NAS-5'을 제조에 참여했다. 2003년 일본기업과 NAS 상위 단계인 NAC-5의 생산기술 전수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시행착오 끝에 2005년 자체적인 공정 기술을 확보했다. 국내 반도체 소재 분야 국산화 흐름에 발맞춰 판매 증가를 꾀하고 있으며 제품 개선을 위한 R&D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같은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상대적 기술 격차는 여전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국내외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은 반전의 기회가 됐다. 국내 산업군에 위기를 가져왔지만 경인양행은 기술 국산화 노력을 알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중요성을 깨닫고 육성 정책에 나섰다. 다만 업계에선 정부의 자금 지원보다 국산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큰 분위기다. 포토레지스터 소재 기술을 발전시키고 사업도 확장하기 위해서는 고객사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한 기술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탓이다.
경인양행은 이번 소부장 으뜸기업 정책을 통해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라인에 참여하고 협업도 진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공급망 참여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화학 사업을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경인양행이 영위하는 사업은 크게 전통적인 염료부문과 화학부문으로 나뉜다. 화학 분야의 주요 제품으로 사카린(Saccharin)과 황산가리, 설포(SULFO) 제품, BCMB 등이 있다. 이 가운데 반도체 본지재 주요 원료인 BCMB의 성장 기대감이 높다. 반도체 봉지재는 반도체 소자를 열이나 수분, 충격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밀봉하는 재료를 말한다.
화학사업 성장을 통한 수익률 증진도 계획 중이다. 특히 포토레지스터 감광제와 원재료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2018년 전라북도 익산시에 생산기지 구축을 진행했다. 2019년부터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영업허가도 받았다. 남은 3만평 부지에서도 단계적 투자를 진행해 생산라인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몇 년 동안 3000억원 안팎의 안정적인 실적을 올렸지만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동기대비 10.4%, 84% 감소한 2486억원, 2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20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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