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SCM 점검]DB하이텍, 에칭가스 3개월치 확보…다변화 '절실'일본산 고순도 대체재 찾기 어려워…8인치 웨이퍼 활용, 포토레지스트 규제는 안심
윤필호 기자공개 2019-07-24 08:31:27
[편집자주]
우리 경제가 일본의 일부 품목 무역 제한 조치로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들어가게 됐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물론 아직 일본의 수출규제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대기업마저도 파장 확산에 촉각을 세운다. 정치적 갈등이 이유가 됐지만 대외의존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취약함도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십 년간 누적돼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더벨이 부품·소재·장비 산업 대외의존도가 높은 업종·기업을 꼽아 공급망관리(SCM) 현황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23일 13: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B하이텍은 아날로그반도체, 센서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파운드리 업체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메모리반도체 중심의 종합 반도체 회사와 성격은 다르지만 반도체 제조 공정은 유사하다.DB하이텍도 일본의 보복 규제조치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상황이다. 일본산 고순도 삼불화질소(NF3), 이른바 에칭가스도 일본산을 쓰고 있다.
DB하이텍은 에칭가스는 현재 재고를 3개월치 규모로 확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제조 라인이 멈춰설 우려는 없지만 3개월 뒤엔 장담하기 어렵다. 단기간 내에 국내산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포토레지스트(감광액·PR)은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일본이 제재를 가한 포토레지스트는 12인치 웨이퍼용이다. DB하이텍이 쓰는 8인치용 웨이퍼 공정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일본산 소재의 수출 규제가 이어지고 확대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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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외부에서 조달하는 주요 품목은 웨이퍼(Wafer)와 케미컬(Chemical), 가스(Gas), 타겟(Target), 레티클(Reticle) 등이다. 이 가운데 일본의 수입 규제와 연관된 품목으로는 포토레지스트과 공정용 에칭가스가 있다.
에칭가스의 경우 이번 일본의 규제와 연관성이 있지만 재고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에칭가스의 경우 공정 과정에 연관이 높다"면서 "현재 3개월치 수준의 재고를 확보한 상태여서 내부적으로 생산은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이 공급받는 전체 원재료 가운데 반도체 공정용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6%다. 공정에 필요한 에칭가스의 순도는 적어도 파이브-나인(순도 99.999%)급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회사는 세븐-나인(순도 99.99999%)급 에칭가스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하지만 3개월 이후까지 일본의 규제가 이어진다면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DB하이텍이 가스를 공급받는 곳은 솔브레인과 SK머티리얼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식각 등 미세 공정을 만드는 데 활용하는 에칭가스는 모두 솔브레인이 일본에서 들여와 가공한 제품을 공급받아서 쓴다. 솔브레인이 일본으로부터 원재료 공급이 끊길 경우 DB하이텍도 가공된 에칭가스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SK머티리얼즈에서 매입하는 특수가스는 세척 등 공정에 활용한다.
회사 관계자는 "세븐-나인급의 고순도 에칭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현재 일본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3개월 재고 소진 이후를 위한 공급 다변화에 대해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데, 국내 거래처와 소통을 통해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 업체로 8인치 웨이퍼에 특화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갖췄다. 일본의 규제 대상은 주로 12인치 웨이퍼용 포토레지스트에 집중돼 DB하이텍은 이번 일본의 규제에서 한 발짝 빗겨났다. 앞선 관계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제시한 카테고리를 보면 12인치 웨이퍼용 포토레지스터를 규제하고 있다"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 8인치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서 다른 영역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이 작년 기준 포토레지스트 등 공정용 화학약품을 매입한 규모는 전체 매입 원재료에서 24% 비중으로 웨이퍼 다음으로 많았다. 대표적인 매입처로는 동우화인켐이 있다. 고순도 공정용 케미컬을 생산해 납품하는 동우화인켐은 일본 스미토모화학(住友化學)의 100% 자회사다. 시장 점유율은 국내 D램 생산의 10% 가량으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적인 원재료 가운데 웨이퍼가 절반을 넘긴 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공정작업을 위해 737억원어치의 웨이퍼를 구매했다. 주요 구매처를 살펴보면 국내기업으로는 SK실트론이 있고 외국 기업으로는 신에츠화학(Shin-Etsu)이 있다. 일본 정부는 2차 규제품목으로 웨이퍼를 지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신에츠화학에서 도입하는 웨이퍼 조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레티클(마스크) 장비는 전체 매입 원자재 가운데 10%의 비중을 기록했으며 매입액은 141억원 수준이다. 국내 포토마스크(Photo Mask) 제조업체인 PKL과 중국의 TPK가 주요 거래처다. 공정용 메탈 타겟 비중은 2% 수준으로 주요 매입처는 중국의 KFMI다. 아울러 라인 소모품용으로 구입하는 공정용 부자재는 주로 미국의 롬엔드 하스와 거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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