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04일 11: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염료업계 강자 경인양행은 2000년대 전자재료 소재 사업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설립자 김동길 명예회장에서 2세 경영인 김흥준 회장으로 이어지는 적절한 세대교체가 유효했다. 오랜 업력으로 다진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외부 기술을 받아들여 신사업에 진출한 유연한 경영 전략이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인수한 '제이엠씨(JMC)', 2005년 일본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다이토키스코', 2010년 세운 '와이즈켐' 등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든든한 자회사도 구축했다. 이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공급망(Supply Chain) 참여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사업 시너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동길 경인양행 명예회장이 회사를 설립해 성장궤도에 올렸다면 아들인 김흥준 회장은 이를 기반에서 확장기를 이끌었다. 김 회장은 당초 부친과 다른 길을 찾아 나섰고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았다. 1995년 친구들과 나모웹 에디터를 만든 '나모인터랙티브'를 설립해 공동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2년 엔씨소프트 사외이사에 올랐고 2004년 부사장에 선임되며 IT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김 회장은 경인양행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었지만 IT 업계에서 주로 활동했다. 하지만 2005년 회사가 위기에 몰린 가운데 구원투수로 돌아와 2세 경영의 막을 올렸다. 그해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0.7% 감소한 2억원에 그쳤다. 김 회장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2000년대부터 본격화했던 전자소재 신사업들은 이런 배경을 가지고 추진했다.

김 회장이 경인양행 지분을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시기도 2000년대 들어서다. 전자공시를 살펴보면 김 회장은 1998년 처음으로 5.29% 지분을 취득했다. 이는 계열사인 경인합성의 흡수합병 당시 합병 기업의 주주로서 보유했던 지분에 비례해 받은 몫이다. 이후 2000년에 주식 20만9510주를 매입해 지분을 8.45%로 늘렸다.

김 회장은 2003년 대규모 주식 매입을 통해 지분을 24.11%까지 늘렸다. 반면 부친인 김 명예회장은 매도를 통해 지분을 3.34%까지 줄였고 자연스럽게 최대주주 자리를 교체했다. 이후 2014년 김 명예회장은 그동안 자식에게 주식 증여를 하지 않았던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처음으로 50만주를 김 회장에게 증여하며 사실상 경영일선 은퇴의 뜻을 내비쳤다.

확고한 지배력을 갖춘 김 회장의 지휘 아래에서 전자소재 신사업은 성장을 이어갔다. 여기에는 주요 계열사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 경인양행은 5개 종속기업과 2개의 관계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자소재 사업 관련 자회사는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다이토키스코와 50.6%를 보유 중인 와이즈켐, 79.52% 지분의 제이엠씨 등이 대표적이다.


다이토키스코는 경인양행이 2005년 일본의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용 감광제 제조사인 다이토케믹스(Daito Chemix)와 합작으로 설립했다. 경인양행의 염료, 정밀화학분야 기술과 다이토케믹스는 다양한 전자재료 제조 기술이 합쳐진 셈이다. 당초 감광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세운 만큼 포토레지스트 감광재 신사업에서도 생산성을 책임질 예정이다. 특히 모회사와 함께 익산 3일반산단에 2022년까지 총 1800여억원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재료 제조사인 와이즈켐은 2010년 경인양행이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설립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당시 자본금 10억원을 들여 시화공단에 LCD 주원료인 안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다. 국내 LCD 패널 기업들의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안료 국산화를 통해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목적이었다.

경인양행이 2004년 인수한 제이엠씨는 기초화학물 제조업체로 사카린과 칼륨비료, 반도체 봉지재 원료인 BCMB를 생산했다. 이후 2018년 축적한 기술을 활용해 신소재인 고품질 산화그래핀(그래핀옥사이드) 제조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탄소원자로 만들어진 그래핀은 흑연을 원료로 만들어진 벌집형 구조의 소재로 반도체 등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다.

이처럼 자회사들은 경인양행이 추진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급망 참여를 위해 공정 과정에서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인양행은 모회사로서 다이토키스코와 와이즈켐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금융기관에 각각 12억원 규모의 지급을 보증하는 등 지원을 제공해 안정적인 사업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