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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퇴직연금 ETF 투자 실현되나 신한은행 TF 발족...비용·규정 등 걸림돌도 만만찮아

이돈섭 기자공개 2021-03-02 08:10:38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13:18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 태스크포스(TF) 조직도 신설했다.

하지만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 비용 문제와 당국 협의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상당하다. 자칫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가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은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올초 TF 조직을 신설했다. 퇴직연금그룹 산하 퇴직연금사업부가 해당 TF를 이끌고 있다.

신한은행 퇴직연금그룹이 해당 TF 조직을 만든 것은 퇴직연금 가입자의 운용상품 선택범위를 확대하려는 의도에서다. ETF는 판매보수와 수수료가 없어 일반 펀드와 비교해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주식과 같이 장중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어 환금성도 높고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행 퇴직연금 감독규정에 따르면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도 포함된다. 펀드 자산의 70% 이상을 위험자산으로 채우지만 않으면 된다. 위험자산에는 주식 개별종목과 주식혼합형펀드, 파생결합증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모든 금융권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은행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다시 말하면 은행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레버리지ETF와 인버스ETF, 이 밖에 파생상품 비중이 전체의 70%를 넘는 ETF 등을 제외한 ETF라면 운용상품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퇴직연금 운용상품군에 ETF를 지정할 수 있게 한 국내 은행은 단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은행 퇴직연금 계좌를 가진 가입자가 ETF를 운용상품으로 지정하려면 증권사 계좌를 트고 자금을 옮겨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이탈 고객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퇴직연금 운용상품에는 공모리츠 등도 포함할 수 있어 상품군에 ETF를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 영업점을 중심으로 제기된다는 전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 고객에게 다양한 운용상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ETF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추가하려면 해결해야 할 업무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퇴직연금 운용상품으로 ETF를 지정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ETF는 상장된 펀드증권이기 때문에 은행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유롭게 ETF를 매매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수준의 브로커리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해당 시스템 구축에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사진=신한은행]


금융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가입자 대부분이 원리보장형 상품을 통해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ETF에 투자하는 가입자는 극소수일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 굳이 거액의 자금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고 증권업계가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TF 매매를 하려면 투자중개업 라이선스도 필요한데 은행이 가진 투자중개업 라이선스가 단순 펀드 판매만을 위한 것인지, ETF 매매도 포함하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해석도 필요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검토요청이 오지 않은 단계에서 해석을 내리는 것은 이르지만 해석이 나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퇴직연금 시장에 디폴트옵션 도입 등과 같은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적극적 액션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더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은행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업권을 아우르는 협의체도 현재 전무한 상황이다.

금융업권 화두로 떠오른 디지털 전환 움직임도 외면할 수 없다. 서비스를 론칭해도 결국 비대면 디지털 채널을 주력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에 IT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은행권이 ETF를 도입하더라도 증시가 하락장으로 전환할 경우 ETF로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는 수요는 작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론칭 타이밍도 중요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도입하려면 거쳐야 할 절차가 너무 많기 때문에 아이디어 차원에서 그칠 수 있다"면서도 "퇴직연금 시장 안에서 사업 보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이슈"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퇴직연금 관련 사업부 안에서 퇴직연금 운용상품에 ETF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별도의 조직을 꾸린 곳은 신한은행뿐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유관 부서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있을 뿐,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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