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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제안 '금호석화 자회사 상장’, 현실화 가능성은 '글쎄' 금호미쓰이화학 등 상장 제안...합작사 입장 및 모회사 디스카운트 가능성 우려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12 11:09:2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10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카드 가운데 하나로 자회사 상장을 제시했다. 주식시장 활황을 적시에 이용해 우량 자회사의 상장이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상무는 현재 금호석유화학 경영진이 좋은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량 자회사를 상장하면 최소 5000억원의 추가적 재원 확보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박 상무가 얘기하는 자회사는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미쓰이화학 등이다. 셋 모두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자회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금호폴리켐과 금호미쓰이화학은 합작회사다. 금호폴리켐은 금호석유화학이 50%, 일본 JSR이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85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의 합성고무회사 JSR이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회사로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품에 사용되는 합성고무(EPDM)를 생산하는 회사다. 양쪽은 지금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경영진을 살펴봐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과 함께 일본 측의 스기모토 타케시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사내이사 및 감사로도 금호석유화학 측과 일본 측 인사가 반반씩 포함돼 있다. 상장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를 모두 갈아엎고 일본 측의 동의도 얻어야 해 사실상 쉽지 않다. 상장을 추진하기엔 최근 실적도 그리 좋지는 않다. 2019년 기준 매출은 3907억원이지만 영업손실이 82억원이다. 2018년에도 영업손실 28억원을 냈다.

금호미쓰이화학은 실적 면에서는 손꼽히는 ‘알짜’ 회사다. 2019년 매출은 6910억원, 영업이익은 9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4%에 이른다. 2018년의 경우 매출 9080억원, 영업이익 2743억원으로 영억이익률이 무려 30%를 넘겼다.

그러나 금호미쓰이화학도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미쓰이화학이 50대 50으로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둘 역시 1989년부터 30년 넘게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경영진 역시 박찬구 회장과 함께 일본 측 한 명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이사회를 봐도 양쪽이 사내이사로 반반씩 참여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고 지금의 규모로 성장하기까지 양쪽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며 "상장하는 건 합작회사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상대방과의 협의를 통해 지배구조를 뒤집어야 가능한 것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금호피앤비화학의 경우 금호석유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전자, 제약 및 도료 등에 사용되는 산업용 기초소재인 페놀, 아세톤, BPA, 에폭시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2019년 기준 매출은 1조3838억원, 영업이익은 509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특수로 아세톤의 수익성이 높아졌고 경쟁사의 증설도 지연되면서 전체 실적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100% 자회사인 만큼 금호석유화학이 마음만 먹으면 상장을 추진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상장 이후다. 구주 매출로 모회사에 자금이 유입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연 모회사와 자회사 모두에서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상장=주주가치 제고’라는 공식이 무조건 통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장은 단순히 상장 과정에서 모회사에 유입되는 자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상장 이후 그 자금을 어떻게 쓸지, 그리고 상장한 기업의 성장성을 포함해 향후 주가 관리를 어떻게 할지 등을 고민해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모회사 디스카운트’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모회사 디스카운트란 증권시장에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상장돼 모회사가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회사에 직접 투자할 수 있어 모회사에 투자할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LG화학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 계획을 밝혔을 때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모회사 디스카운트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서스틴베스트는 “최근 5년 코스피 및 코스닥에 단 한 개의 자회사만 상장한 국내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자회사 상장 이후 12개월 동안 39곳(분석 가능 기업 기준) 가운데 24곳(61.5%)에서 모회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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