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태계 리포트]LX로 간판 바꾼 실리콘웍스, 사업 다각화 승부수매출 1조 달성한 팹리스 대표주자…'미래 먹거리'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과 관건
김혜란 기자공개 2021-03-26 08:16:33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는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일대 변화를 가져왔다.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부장 기업들이 한단계 진화하는 계기가 됐다. 뒤이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도래하며 한국 반도체 산업은 절호의 찬스와 함께 지속 성장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맞았다. 더벨은 슈퍼사이클에 대비하는 반도체 생태계 구성원들의 경쟁력과 과제를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4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는 유독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팹리스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대에 그치기 때문이다. 중소 팹리스 상장사 가운데 매출 1000억원을 넘는 곳은 6곳에 불과하다. 열악한 생태계 속에서도 매출 1위인 실리콘웍스는 지난해 사상 첫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하며 두각을 보였다.LG그룹 내 유일한 반도체 회사였던 실리콘웍스는 계열분리로 새 출발을 앞뒀다. 오는 5월 LG 품을 떠나 LX홀딩스로 옮겨간다. 이를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웍스의 최대 과제는 매출처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꼽힌다. LG 계열사로 편입된 뒤 외형 성장을 거듭했던 실리콘웍스가 앞으로는 어떤 성장스토리를 그려갈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꾸준한 실적 개선....외형성장·수익성 개선 모두 달성
1999년 설립된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가 LG로 바뀐 시점은 2014년이다. LG그룹 인수 전인 2013년만 해도 매출액이 4000억원대 수준이었던 회사의 매출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5년부터 3년 연속 매출이 전년 대비 14%씩 증가했고, 지난해엔 전년보다 매출이 무려 33% 뛰었다.
특히 지난해 수익성 개선을 이룬 점이 눈에 띈다. 지난 5년간 400억~500억원 수준에 머물렀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942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년보다 3%포인트가량 개선된 약 8%를 기록했다. 회사의 주력 제품인 드라이버IC(DDI) 수요 증가에 힘입어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모두 이룰 수 있었다.
실리콘웍스는 DDI 외에도 타이밍컨트롤러(T-CON), PMIC 등 디스플레이 구동을 돕는 비메모리반도체를 설계·판매하는데, 이 중 DDI 매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86%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또 전체 매출의 74%를 LG디스플레이로부터 올리고 있다. 이 외에 BOE와 CSOT, HKC 등 중국 고객사도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이익을 개선할 수 있었던 건 수익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구동 칩 판매 비중이 늘어난 덕분이다. 실리콘웍스는 OLED와 액정표시장치(LCD)에 적용되는 반도체 모두 판매하는데 LCD보다 OLED에서 DDI가 더 많이 사용되고, 고사양이 요구돼 단가가 높다.
회사의 재무건전성도 우수한 편이다. 현재 2433억원 규모 순현금 상태로 무차입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M&A가 꼽히는데, 실리콘웍스는 향후 M&A를 위한 실탄도 두둑한 상태라는 얘기다.
◇계열분리라는 이벤트, 성장모멘텀 될까...도약 위한 과제는
실리콘웍스는 그동안 높은 LG디스플레이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제품군을 다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2018년엔 LG전자로부터 OLED TV용 T-CON 사업을 양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또 모바일용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 DDI, 터치 컨트롤러 집적회로(IC) 등으로 반도체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왔다.
회사가 그동안 TV와 모바일까지 디스플레이용 부품 전문 회사로 안정적인 성장을 해왔다면, 올해부터는 가전과 전장 등 다른 영역으로 진출해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회사는 전장용 시스템반도체인 Power IC(전력 반도체)와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BMS(배터리관리시스템) IC 등을 개발 중이다. 실리콘웍스가 만든 MCU는 LG전자 일부 가전 제품에 탑재될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선 SiC(실리콘카바이드) 반도체 부문 진출을 예상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제품군과 매출 비중이 점차 증가한다면 실리콘웍스의 최대 고민거리인 제품군과 해외 매출 다변화를 동시에 해소해나갈 수 있다.
실리콘웍스는 BOE와 CSOT, HKC 등 중국 고객처 비중을 높여가고 있지만, 아직 국외 기업으로부터 올리는 매출이 전체의 20%를 넘지 못한다. LG디스플레이 의존도가 높은 현재 매출 구조에선 LG디스플레이 실적 변화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주력인 디스플레이 반도체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인 중국과 대만 고객사 비중을 더 확보해나가면서, 신사업에서도 성과를 내는 것이 실리콘웍스의 과제인 셈이다.
정부는 지난해 팹리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현재 1.6%에서 2025년까지 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인프라 지원책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국내 팹리스 1위 업체인 실리콘웍스가 올해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팹리스 산업 육성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얘기다.
회사 측은 "기존 주력인 DDI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어 한 발짝 도약하기 위한 제품 다양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SiC 등은 고민하는 미래 사업 중 하나로 구체적으로 인력 투입 등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계열분리 이후 고민해온 여러 신사업 중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며 "지금은 검토 단계라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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