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쿠팡이 쏘아올린 해외 상장 '러시'...한국거래소 고심 일부 주관사에 국내 기업공개 독려 요청, 차등의결권 도입 난망

최석철 기자공개 2021-03-25 13:06: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3일 14: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에 자극받은 국내 유니콘기업 일부가 해외 증시 상장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국내 IPO시장이 역대 최대 규모로 활성화될 전망이지만 유니콘기업이 국내 증시의 미래 성장동력이라는 측면에서 두고 보기만 할 순 없다.

하지만 거래소가 시장의 건전성 관리와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완화의 정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의 국내 증시 상장유인은 정치권에 달린 만큼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국내 유니콘기업, 속속 해외 상장 검토...유망 신사업 '고평가' 기대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과 접점을 갖고 있는 일부 하우스에게 국내 상장을 독려해달라고 권유했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뒤 국내 유니콘 기업에게 미국 상장이 하나의 선택지로 떠오르자 나타난 움직임이다.

쿠팡이 미국 증시에서 시총 100조원을 돌파하면서 이슈 몰이에 성공하자 많은 이커머스는 물론 IT, 공유경제, 게임 등 유망 신산업 업종의 유니콘 기업이 미국 증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현재 마켓컬리와 야놀자, 달콤소프트 등을 비롯한 다수 기업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바이오기업, 대그룹의 후광을 등에 업은 기업이 아니고선 국내 증시에서 ‘제 몸값’을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기본적인 배경이다. 적자 기업으로 지속 가능성을 끊임없이 의심받던 쿠팡이 국내 증시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시총 100조원을 기록하자 유망 신사업을 바라보는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각이 국내보다 우호적이라는 평가에 힘이 실렸다.

최근 국내 증시에 대어급 IPO가 다수 대기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의 소화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네임드’와 경쟁하기보다는 다른 무대를 찾는 것이 합리적 공모 전략이라는 의미다.

유니콘기업에 자금을 투자한 뒤 엑시트를 기다리는 일부 재무적 투자자(FI)도 발행사에게 미국 상장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장을 통해 더 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한 수순이다.

◇거래소, 상장요건 완화에도 '머쓱'...시장 건전성·특혜 시비 '얽힌 실타래 '

국내 증시 활성화를 꾀해야하는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해외 상장을 검토하는 예비 IPO기업을 당장 설득할 방안이 뾰족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이미 거래소는 올해 1월 미래 성장형 기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을 완화하기로 결정했지만 적용 대상인 국내 유니콘 기업이 해외 상장을 검토하면서 머쓱해졌다.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는 다른 재무 요건 없이 IPO기업의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만 되면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다. 기존 적자 기업의 상장 요건이었던 시총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도 각각 시총 5000억원, 자기자본 1500억원으로 낮아졌다.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요건도 일부 완화해 미래 성장형 기업은 매출액 미달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5년간 면제해준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 지속되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여기서 추가로 상장 허들을 낮추거나 유인을 제시하기엔 부담이 크다. 증시 문턱의 낮추는 만큼 시장 건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 특례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 중 일부가 문제를 일으킨 뒤 지난해 말부터 기술 평가 심사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와도 상충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지난 미국 증시 입성을 고려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국내 상장으로 유인하는 과정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던 점도 거래소의 움직임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이다.

차등의결권 등 국내 증시 입성으로 유인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이슈는 정치권에 달려있지만 선거를 앞두고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흐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서상 자본시장에서도 평등이라는 개념이 강하게 뿌리박혀있는 데다 재벌그룹의 승계 이슈와도 맞물릴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 자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발행사와 협의 과정에서 국내 차등의결권은 언급된 바조차 없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