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냉난방 1위' 지엔원에너지, 포트포리오 확장 총력 [스팩 합병 상장사 분석]수열·연료전지로 사업 쏠림 해소...코로나19 패닉 속 급락했던 주가 정상궤도 복귀
김수정 기자공개 2021-03-29 13:04:50
[편집자주]
스팩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기업이 점점 늘고 있다. 과거 스팩은 직접 상장을 추진하기 어려운 기업의 우회 상장 수단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알짜 기업들도 속속 스팩을 통한 상장에 나서면서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스팩 합병 상장사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 최근 스팩 합병에 성공한 기업의 상장 전후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6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 첫 스팩 합병 상장사는 국내 지열냉난방시스템 시장 1위 사업자인 지엔원에너지다. 지열 시스템 매출 비중이 80% 정도로 압도적이나 수열냉난방시스템과 연료전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지속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지엔원에너지는 작년 3월 상장 이후 열흘 만에 주가가 반토막 나면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코로나19 우려가 급속도로 퍼지며 전세계 증시가 패닉에 빠졌던 때다. 하지만 이후 증시 전반이 회복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친환경에너지 트렌드와 이에 따른 성장성 등이 주목받으면서 주가도 정상 궤도를 되찾았다.
◇지열냉난방 시장 선두주자, 다년간 축적된 수주 레퍼런스
지엔원에너지는 2002년 1월 8일 코텍엔지니어링으로 설립된 국내 지열냉난방시스템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다. 지중 에너지를 이용해 건물에 냉난방 에너지를 공급하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설계·시공하는 것이 주요 사업이다. 작년 2월 하나금융10호 스팩과 1:8.26 비율로 합병하고 같은 해 3월9일 합병 신주를 코스닥에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 발전기 제조사인 지엔씨에너지가 3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엔원에너지 설립자인 김금파 전 대표는 2017년 지엔씨에너지에 지분을 매각하고는 이듬해 중순 대표직에서도 물러났다. 2019년 초부터 기술연구소장 출신인 민경천 전 대표가 회사를 이끌다가 최근 최근화 신임 대표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지엔원에너지의 지열냉난방은 히트펌프를 이용해 연중 평균 15°C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땅 속과 열을 교환하는 간접 생산 방식으로 이뤄진다. 땅 속에 수직으로 150~200m의 지중열교환기를 설치하고 파이프 내 유체순환을 통해 흡열·방열이 이뤄지게 한다. 이 기술은 한국의 모든 지질과 지형에 적용 가능하다.
수년간 지열 시장을 선도하며 착실히 수주 성과를 쌓아왔다. 제2롯데타워, 서울시 신청사, 한국전력 신사옥, 네이버 제2사옥, 경북도청사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민간 시장에서도 점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지열냉난방 시스템은 현재 국내에선 연간 200건, 해외에선 연 10만건 이상 시공되고 있다.
◇원가 인상, 상장 비용 발생…작년 실적 주춤
작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4억원과 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5.1%, 65.6% 감소한 액수다. 당기순손익은 -3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당초 목표했던 매출액 400억원, 영업이익 40억원, 순이익 33억원 등 수치에 못 미쳤다.
매출액이 감소한 데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스팩 합병을 위해 서류 변경 작업을 진행한 2~3개월 동안 기존 진행중인 프로젝트의 매출이 인식되지 않았다. 업계 경쟁 심화, 코로나19 여파 등도 매출에 악영향을 줬다.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면서 수익성도 저하됐다. 순손실에는 스팩 합병비용 약 40억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재무제표상 매출총이익이 급감한 것이 확인된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상품·제품의 원가를 공제한 금액이다. 지난해 매출총이익은 35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 감소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주단가가 낮아지는 동시에 원재료 비용까지 상승한 영향이다. 지엔원에너지 관계자는 "지열에너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초기보단 원가경쟁력이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지엔원에너지는 지열에너지 사업 수익성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카테고리 안에서 수열냉난방시스템, 연료전지, 태양광발전 등 다방면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건 수열에너지 시스템이다. 수열 시스템은 구조가 지열에너지와 동일하다. 다만 땅이 아닌 물을 열원으로 활용한다는 게 차이점이다.
◇코로나19 '패닉' 속 상장, 급락 딛고 반등
지엔원에너지는 3월9일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하필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한 직후였다. 당연히 지엔원에너지 주가도 상장 직후부터 곤두박질쳤다. 상장 첫 날부터 23.4% 하락한 1625원에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코스피는 4% 이상 급락해 1900선까지 후퇴했고 코스닥도 600포인트 초반까지 4% 이상 밀려났다.
이튿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패닉장세 속에서 연일 주가가 떨어졌다. 상장 둘째 날엔 전날보다 5.5% 하락한 1535원에 장을 마감했고 그 다음 날 종가는 전날보다 2.3% 낮은 1500억원을 기록했다. 약 열흘 뒤인 3월20일 장중에는 769원으로 최저가를 찍기에 이르렀다. 상장 후 열흘 만에 주가가 63.7% 급락한 것이다.
비운의 첫걸음을 뗐지만 이후 코로나19 우려가 잦아들면서 주가는 차츰 제자리를 찾았다. 25일 기준 종가는 3800원으로 상장일 시가 2115원 대비 79.7% 상승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장려하고 있는 정부 방침과 세계적인 친환경 트렌드 속에서 꾸준한 성장을 기대하는 시장 투자심리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지엔원에너지 관계자는 "상장하자마자 외부 요인으로 주가가 반토막이 나 안타까웠지만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 아이템과 향후 성장성 등으로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지열에너지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수열 등 보완사업 연구와 수주도 확장해 80% 수준인 지열 시스템 매출 비중을 낮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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