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호의 혜안, 18년전 승계 '갈등없는 남매경영' 지주사 설립 후계 마무리…신동원 중심 '신동윤·신현주' 체제
김선호 기자공개 2021-03-27 12:43:06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7일 12: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형제분쟁을 겪으며 고초를 치뤘던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승계를 준비했다. 신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이나 경영권 등 문제로 갈등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리 교통정리를 해 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승계는 2003년 지주사 출범과 함께 이뤄졌다. 경영 역시 이미 수년여 간 3남매 체제가 구축되면서 큰 잡음없이 무난하게 안정화 될 것으로 관측된다.고인이 된 신 회장은 1954년 김낙양 여사와 결혼해 슬하에 3남 2녀를 뒀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결혼한 막내딸인 신윤경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농심기획은 신현주 부회장, 농심홀딩스와 ㈜농심은 신동원 부회장, 율촌화학은 신동윤 부회장, 메가마트는 신동익 부회장이 각각 맡고 있다.
신 회장은 농심그룹의 승계를 이미 20여년 전부터 준비했다. 핵심 계열사인 ㈜농심의 대표이사직에 신동원 부회장을 올리면서 장남을 구심점으로 삼은 지배구도를 고민했다. 신동원 부회장이 ㈜농심의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린 건 1999년 이전부터로 20년도 더 됐다.
신동윤 부회장 역시 같은 시기에 율촌화학의 대표이사를 수행하면서 그룹 및 ㈜농심은 신동원, 율촌화학은 신동윤으로 정한 셈이다. 둘은 쌍둥이 형제이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판을 짤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분승계의 기점은 2003년 농심홀딩스를 분할하면서다. 당시 ㈜농심을 인적분할 해 지주사 농심홀딩스를 설립했다. 설립 당시 총수일가가 직접 소유한 지분율은 13.87%였다. 신 회장이 9.96%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를 차지하고 신동원 부회장 2.78%, 부인 김낙양씨 0.57%, 차남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 0.36%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 계열사 율촌화학이 13.16%, 농심근로복지기금 15.26%, 율촌재단이 5.09%를 보유했다.
율촌화학, 농심근로복지기금, 율촌재단이 주식을 매도하고 오너 2세들이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분이 2세 중심으로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한때 차남 신동윤 부회장의 지분이 신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곧바로 교통정리가 됐다.
지주사가 출범하자마자 농심홀딩스는 제3자배정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신동원 부회장이 36.18%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18년이 지난 현재 신동원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42.92%로 압도적이다. 신동윤 부회장 13.18%, 신윤경 씨 2.16%와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신동원 부회장은 지주사인 농심홀딩스가 출범할 때부터 등기임원 자리에 앉으면서 중역으로 활동했다. 2010년 농심홀딩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고 2011년 회장직함까지 얻었다. 최근까지 농심홀딩스의 회장은 신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 '두 명'이 있었던 셈이다.
사실상 이미 10여년 전부터 신동원 부회장이 그룹의 총괄 책임자로서 활약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오랜 기간 내부 조직에서 실무를 직접 도맡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분은 물론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후계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신동원 부회장과 형제간 갈등은 가시화 된 적도 없었다. 신동윤 부회장과 신현주 부회장이 각각 계열사 요직을 꿰차고 있는 가운데 농심홀딩스의 이사회 구성원으로까지 참여하며 신동원 부회장을 지원하는 형태다.
신 회장이 일찍부터 경영 승계를 추진한 배경에는 오래 전 맏형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의 분쟁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농심그룹의 모태가 된 롯데공업을 설립할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춘호 회장 두 형제는 라면사업에 대한 첨예한 대립 각을 세웠다.
형의 라면사업 만류를 무릅쓰고 신 회장은 1965년 롯데공업을 세웠고 1966년에는 자본금 500만원으로 대방공장을 준공하면서 본격적인 라면 생산에 돌입했다. 그러다 신 명예회장과 갈등이 더욱 심화되면서 소송공방까지 오갔다. 롯데라는 사명을 빼라는 롯데그룹의 엄포에 1978년 기업명을 '농심'으로 바꾸고 제2의 창업을 선언했다.
재계에서는 농심그룹이 오래 전 이미 지분 및 경영승계가 모두 이뤄진 데 따라 신 회장의 타계 이후에도 현 경영체제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랫동안 '따로 또 같이' 형태로 경영을 함께 해 온 만큼 현 질서가 크게 변동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더욱이 롯데그룹의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갈등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부친의 얘기를 끊임없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영권 관련해 잡음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란 게 농심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농심그룹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 때부터 경영 승계에 대한 구도는 명확했다"며 "신동원 부회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현 이사진 체제는 안정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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