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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상장폐지 위기 대한전선 인수부터 매각까지 경영진 교체·우발채무 정리 등 구조조정 단행…정상화 총력

박시은 기자공개 2021-03-31 08:23:3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13: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MM PE가 대한전선의 인수자로 호반산업을 최종 선정했다. 호반산업은 IMM PE가 특수목적법인 니케를 통해 보유한 지분 40%를 2518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IMM PE는 자본잠식에 빠져 상장폐기 위기에 처했던 대한전선을 정상화시킨 후 인수 6년여 만에 새 주인을 찾아주게 됐다.

1955년 설립된 대한전선은 국내 최초의 전선회사로, 2008년까지 54년 연속 흑자를 낼 정도로 위세가 탄탄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의류업·건설업 등 무리한 사업확장과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2009년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2012년에는 자율협약을 맺었다.

IMM PE는 2015년 9월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대한전선의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취득한 지분은 71%였다. 채권단도 800억원을 출자전환하며 고통을 분담했다.

IMM PE에겐 대한전선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였다. 가장 먼저 경영진 쇄신 인사를 단행했다. 채권단 관리 시절 일진전기에서 영입된 최진용 대표를 제외한 경영진 전원을 교체했다. 부실경영을 초래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었던 셈이다. 그간 최 대표 중심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돼온 지배구조도 집행임원체제로 변경했다.

집행임원제는 주주총회에서 선출한 이사회가 CEO나 CFO 등 경영진을 선임하는 제도로 이사회와 경영진이 분리돼 있다. 주총이 아닌 이사회가 집행임원에 대한 인사권을 갖기 때문에 과도한 권력 집중에 따른 CEO의 전횡을 막고 기업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최 대표는 대표이사 대신 대표집행임원이란 직함을 달게 됐다. 송인준 IMM PE 대표가 이사회 의장 겸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영호, 이해준 부문 대표, 박찬우 부대표도 기타비상무이사에 포함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IMM PE는 비핵심 자산 정리와 우발채무 감축에 총력을 기울였다. 인수 당해 재무개선의 가장 큰 과제로 꼽혔던 남부터미널 사업을 1775억원에 서울루첸에 매각한 데 이어 이듬해 280억원 규모 서울 금천구 독산동 일대 부지 매각을 완료했다. 이어 '에이엘디제1차피에프비(이하 안양PFV)'와 관련된 250억원 규모 우발채무까지 해소했다. 잇단 자산매각으로 2015년 1분기 4500억 원에 달했던 부동산 우발 채무는 1년 만에 1000억 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부실법인 역시 정리 대상이었다. 주력사업인 전선업과 무관한 투자업이나 무역업을 영위하는 법인들을 줄줄이 처분했다. 중국법인 영출국제무역유한공사와 타이한 글로벌 홀딩스(Taihan Global Holdings) 산하의 룩셈부르크 법인 등을 청산한 뒤 콩고에서 통신업을 영위하는 스탠다드 텔레콤 콩고(Standard Telecom Congo) 지분(51%)도 매각했다. 전선업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에 따른 행보였다. IMM PE 으로 피인수 이전 3000%에 달했던 대한전선의 부채비율은 2017년 200%대로 줄어들었다.

대한전선의 기존 영업 포트폴리오도 조정했다. 고부가가치제품인 초고압케이블과 해저케이블 매출 비중을 늘린 반면 채산성이 낮은 소재부문 비중은 떨어뜨리면서 수익창출력과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개선시켰다.

재무건전성 개선은 곧 대형수주로 이어졌다. 수주 입찰에 나설 수 있게 되면서 2016년부터 미국·유럽·오세아니아·아시아·중동 등 다양한 국가에서 대규모 초고압케이블 전력망 프로젝트 수주에 잇따라 성공했다. 해외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그간 유럽·미주 동부·인도네시아 지역에서 국가별로 운영해오던 해외지사를 대륙·권역별 방식으로 변화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2019년엔 '영업통', '재무통'으로 통하던 나형균 수석부사장을 대표집행임원으로 새로 선임하며 해외 영업망 확대와 현지와 전략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인수 후 6년여 동안 IMM PE는 대한전선의 체질개선에 확실하게 성공했다. 그럼에도 경영권 매각에 어려움을 겪은 건 실적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과 회사가 보유한 독보적 기술력 때문이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기술안보 문제를 이유로 500kV 이상 초고압 전력케이블 시스템 설계·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데 따른 여파였다. 몇 차례 블록딜로 보유지분을 줄여 거래가격을 낮추고, 국내기업인 호반산업을 인수자로 결정하면서 IMM PE는 대한전선 매각을 둘러싼 모든 우려를 불식시켰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로서 투자 수익률만 좇지 않고 구조조정과 우발채무 정리 등에 힘써 회사를 정상화시킨 후 다시 적합한 새 주인을 찾아줬다는 점에서 토종 PEF 운용사로서 긍정적인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IMM PE는 그간 여러차례의 블록딜과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이번 매각 절차에서 가격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던 이유다.

IMM PE는 대한전선의 미래를 책임질 새 주인으로 호반산업을 낙점했다. 호반그룹이 보유한 재무적 역량을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을 도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가격적 요소보다 향후 대한전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후문이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매출 1조5968억원, 영업이익은 566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수주 확대와 고수익제품 매출 증가 등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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