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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과 다른길' 티몬의 반성, IPO 속도조절 하나 '사모펀드 대주주' 수익성 중심 전략 한계, 매각 이어 상장 지지부진

최은진 기자공개 2021-04-05 08:14:04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1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100조원의 기업가치로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업주 김범석 대표의 영리한 전략과 맞물려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대표를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기다려준 것은 물론 풍부한 자금력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계획된 적자'라는 불확실한 말을 믿고 기다려 줄 파트너가 얼마나 될까.

같은 시기 쿠팡과 마찬가지로 사모펀드(PE)를 등에 업고 이커머스 사업을 시작한 티몬은 전혀 다른 길을 걸었고 결과 역시 달랐다. 수익성 중심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영업이익이 소폭 개선됐지만 시장에서 존재감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쿠팡과 비슷한 규모였던 거래액(GMV)은 큰폭으로 줄었다. 쿠팡의 흥행을 보고 내부적으로 자성이 쏟아지고 있다.

◇쿠팡 앞섰던 티몬, 대주주 바뀌면서 수익성 전략

티몬은 2010년 최초의 소셜커머스 기업으로 설립됐다. 쿠팡, 위메프와 함께 소셜커머스 선두업체로 자리를 잡았다. 5년 뒤 창업자인 신현성 대표가 지분을 사모펀드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로 넘기면서 사업 모델이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전환됐다. 이 역시 업계 최초였다. 쿠팡은 이보다 늦은 2016년께 시작해 티몬이 한 참 앞섰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티몬의 감사보고서에는 'Monster Holdings LP'가 지분 98.38%로 최대주주로 나온다. 세부적으로는 KKR과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각각 지분 44%씩 소유한 최대주주다. 나머지는 창업자 신 대표와 일부 경영진 등 개인주주들이 보유 중이다.


이커머스로 전환하고 사모펀드를 등에 업은 티몬은 온라인 최저가로 생필품을 판매하는 '슈퍼마트'를 론칭하면서 성장의 한 획을 그었다. 2015년 196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슈퍼마트의 흥행으로 2016년 2040억원, 2017년 3562억원으로 각각 불어났다.

2017년 쿠팡의 창립멤버인 유한익 현 티몬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면서 외연확대와 신사업 추진이 가속화 됐다. 신선식품과 생필품에 대한 빠른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물론 패션·뷰티·가전·여행 등 카테고리를 넓혀 라이브커머스나 타임딜 등 티몬만의 새로운 판매전략을 선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티몬은 매출액을 2018년 4972억원으로 늘리는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티몬의 전략이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적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사세를 넓히는 쿠팡과는 괴리를 낳았다. 같은 시기 쿠팡은 4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티몬의 영업적자는 1225억원에 불과했지만 쿠팡은 1조원을 넘어서는 부담을 안았다.

'성장과 수익성' 두마리 토끼를 쫓는 티몬, 적자를 감내하고 성장만 추진하는 쿠팡. 두 기업의 다른길에 대해 유통업계는 '갑론을박' 했지만 대체적으로 티몬의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티몬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들은 엑시트를 염두에 둬야 하는 만큼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2018년 말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쿠팡은 기존과 다름없는 성장 중심의 전략을 이어나갔다. '계획된 적자'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설득시켰다. 실제로 2019년 매출을 7조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적자폭을 7000억원대로 줄였다는 점에 시장 역시 쿠팡의 저력을 주목하게 됐다.

이 시기 티몬도 기로에 섰다. 쿠팡과 같이 성장에 더 초점을 둘 것이냐, 아니면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지속할 것이냐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러나 티몬의 대주주인 PE들은 쿠팡의 소프트뱅크와 다른 선택을 했다. 엑시트를 염두에 둔 매각 혹은 상장을 추진키 위해선 수익성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슈퍼마트, 항공권 및 숙박 대행 서비스 등 유망사업을 과감하게 접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주주와 경영진이 이견을 빚으면서 당시 대표이사였던 유 의장이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났다. 후임은 PE들이 밀어준 MD 출신 이진원 대표가 맡았다. 이 때부터 이 대표는 내부 경영을, 유 의장은 외부 투자유치 및 매각 등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담됐다.

◇매각불발, 상장시점 의문…성장정체 '경영진 이탈' 가능성

엑시트를 중심에 둔 수익성 전략은 공교롭게도 성장은 물론 매각이나 상장 그 무엇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티몬의 2019년 매출액은 1751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 추정치는 이보더 더 떨어진 1690억원 정도다. 영업적자가 각각 800억원, 600억원대로 예년 수준대비 절반으로 축소됐지만 영광없는 성과였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여파로 비대면 수혜를 입은 쿠팡이 13조원 규모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큰 격차다.

양사의 GMV는 2018년까지만 해도 티몬이 5조원, 쿠팡이 7조원 규모로 엇비슷했지만 지난해 각각 24조원, 3조원 규모로 상당한 괴리를 낳았다. 티몬 인수를 최근까지도 고려했던 롯데그룹 등 일부 대그룹들은 '쿠팡이 아니면 소용없다'는 판단으로 검토를 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티몬의 기업가치는 불과 1조원 초반대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미 티몬과 쿠팡은 경쟁사로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된다. 10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4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한 쿠팡은 투자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쿠팡의 성공을 티몬도 꽤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PE들이 추진하던 전략이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맞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며 자성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티몬이 최근 국내 최초로 마이너스 수수료 정책을 도입한 것도 성장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있다. 오픈마켓을 최대한 키우기 위해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승부수를 띄웠다.

상장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성장이 정체된데다 쿠팡이 장악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티몬만의 무기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 높은 기업가치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PE 등 대주주들 사이에서도 지금은 상장보다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인수 등을 통해 성장동력을 장착한 후 상장을 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성장전략을 강조했던 유 의장이 의장직 사임을 표명했다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유 의장은 CJ그룹, 롯데그룹 등 유수의 대그룹으로부터 부사장급으로 영입을 제안받았다.

티몬에 정통한 관계자는 "티몬은 수익성 중심의 전략을 펼친 데 대한 자성에 빠진 상황으로 새롭게 전략을 재정비 하고 있다"며 "성장을 주장하던 유한익 의장이 사의를 표하고 대그룹으로 이직을 준비한다는 얘기가 들리는 만큼 티몬 내부적으로 꽤 불안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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