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 김기환號 출범 신호탄 '대규모 후순위채' 지주 CFO출신 사장 첫 자본정책…RBC비율 176%→213%, 역마진 부담 상존
이은솔 기자공개 2021-04-01 07:38:1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1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손해보험이 역대급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KB금융지주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김기환 대표가 취임 후 단행하는 첫 자본정책이다. 순이익 하락세인 KB손보의 실적 회복을 위해 과감한 자본확충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이에 따른 장단점은 뚜렷하게 갈릴 전망이다. 지급여력(RBC)비율은 발행 후 200%대에 안착하게 된다. 다만 투자이익률이 저조한 상황이어서 후순위채 이자의 역마진이 매년 수십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손보는 전일 이사회를 열고 8000억원의 후순위채권 발행안을 의결했다. 연내 상하반기에 나눠 발행하며, 만기와 금리는 미정이다. 국고채 금리에 수요예측에서 정해질 가산금리 등을 반영해 최종 금리가 결정된다.
후순위채는 다른 채권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다음에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이다. 현행 RBC제도에서는 자기자본의 50% 내에서 보완자본으로 인정되고, 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20%씩 자본인정액이 차감된다.
자본적정성은 즉각 개선된다. 8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이 완료되면 KB손보의 RBC비율은 176%에서 213%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 기준 가용자본은 3조8100억원, 요구자본은 2조1700억원 가량이었다. 8000억원의 가용자본이 추가로 인정될 경우 RBC비율은 약 37%포인트 가량 높아지게 된다.
다만 후순위채 이자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동급의 손해보험사는 메리츠화재로 2020년 2월 발행 당시 금리는 3.2%였다. 지금은 당시보다 국채 금리가 상승해 이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2월 국채 10년물 금리는 1.4%대였는데, 3월말 현재는 2.06%로 크게 상승했다.
채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 기조를 보이며 금융사들은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채권을 발행하려는 추세"라며 "현재 후순위채 발행을 진행 중인 메리츠화재의 경우 3%대에서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 KB손보 역시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KB손보는 후순위채 발행시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조달한 금리보다 운용을 통해 얻는 금리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KB손보의 투자영업이익률은 2.85%로 업계 평균인 3.5%를 하회했다. 8000억원에 3%대 금리가 결정될 경우 매년 300억원 내외의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역마진 규모는 연 80억원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조달에 나서는 건 매년 하락하는 RBC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KB손보의 RBC비율은 175.6%로 2019년 말 대비 13%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업계 평균인 240%대를 한참 하회한다.
지난해 KB손보의 요구자본(지급여력기준금액)은 크게 늘어났지만, 가용자본(지급여력금액)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요구자본은 퇴직연금 계정 관련 제도가 변경되고 위험익스포저가 커지며 1년 사이 2300억원 가량 늘었다. 그러나 당기순이익 적립 등을 통한 가용자본 증가폭은 같은 기간 1550억원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연말 하락폭이 급격했다. 해외 대체 투자자산의 손실분을 반영하며 위험 익스포저가 4분기에만 930억원 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미 국채금리가 상승으로 채권평가익이 줄어들면서 가용자본은 102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RBC비율은 지난해 3분기말 189%에서 4분기말 176%로 한 분기만에 13% 하락했다.
본질적으로는 당기순이익을 회복해야 자본적정성 악화 추세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손보는 최근 수년 사이 내재가치(EV)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연간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익잉여금은 가용자본에 포함돼 RBC비율을 제고하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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