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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펀드 부활의 조건]“만기 3년 짧다” 수익성 핵심 ‘장기투자’③미술품시장 유동성 부족, 적시 매각 난항…단기간내 매매차익 확보 불리

이민호 기자공개 2021-04-13 13:05:04

[편집자주]

미술품 시장이 활황을 띠면서 아트펀드가 재조명받고 있다. 2006년 국내 첫 아트펀드가 출시된 이후 미술품 매매를 펀드 수익으로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전문가들은 아트펀드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술품 전문 매니저 육성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 등 요건이 만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더벨이 과거 아트펀드의 실패요인을 분석하고 성공적인 성과 달성을 위한 개선점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8일 10: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트펀드 성공의 필수조건으로 5년 이상 장기투자가 거론된다. 단기상품을 선호하는 국내 사모펀드시장 특성상 아트펀드 만기도 대부분 3년 수준으로 설정됐지만 편입 미술품을 제값에 팔지 못하면서 수익률 상승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3년 만기 다수…단기상품 선호 반영 ‘울며 겨자먹기’

200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설정된 20여개 국내 아트펀드의 만기는 대부분 3년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다수 설정됐던 아트펀드들의 만기는 3년에서 3년 6개월이었으며 비교적 최근 사례인 더블유자산운용의 아트펀드도 3년간 운용된 이후 지난해 2월 만기 청산됐다.

국내 아트펀드의 만기가 3년으로 비교적 짧은 데는 사모펀드 시장에 만연한 판매사와 투자자의 단기상품 선호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아트펀드는 은행과 증권사 판매창구를 통해 리테일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했다. 일반적으로 판매사는 선취수수료 수입 극대화를 위해 만기가 짧은 다수 사모펀드를 차례로 공급하는 전략을 선호한다.

사모펀드의 경우 최소가입금액이 수억원 단위로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높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로서도 투자금이 오랜 기간 묶이는 것은 부담이다. 미술품 투자에 대한 강한 니즈보다는 부동산 등을 포함하는 대체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인식하기 때문에 만기가 길면 투자매력도 떨어진다. 운용사로서는 자금 모집을 위해 판매사와 투자자 입맛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

◇미술품시장 유동성 부족…단기간내 매매차익 확보 불리

결국 미술품이라는 투자자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만기 책정은 아트펀드 실패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미술품 투자에서의 가장 큰 리스크는 주식과 달리 시장 유동성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펀드에 편입한 미술품은 화랑(갤러리) 등 전문 브로커를 통한 수의매각 또는 경매를 통한 경쟁입찰로 현금화해야 한다.

하지만 수의매각에서 원매자를 찾지 못하거나 경매에서도 유찰될 수 있어 적시에 현금화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만기가 임박할 경우 환매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경우도 생기는데 펀드 전체자산에서 이런 작품의 비중이 높아지면 수익률에 치명적이다.

여기에 펀드 만기가 짧을수록 기간 내에 미술품 가격이 매입가보다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미술품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거나 글로벌시장에서도 인정받는 유명작가의 작품이 아니라면 가격 상승폭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로 수익자 구성이 집중되면서 펀드 사이즈가 수익성 확보에 충분할 정도로 크지 않았던 점도 실패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모 모집에 따른 수익자수 제한으로 국내 아트펀드는 미술품 담보 대출펀드를 제외하면 대부분 설정규모가 100억원 이하였다. 하지만 100억원 이하의 자금으로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유명작가의 작품을 다수 확보하기 쉽지 않다. 가장 최근에 운용됐던 더블유자산운용 아트펀드의 경우 2017년 2월 353억원 규모로 설정돼 김환기 '무제' 등 국내외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포트폴리오 일부로 확보할 수 있었으며 이들 작품에서 수익 기여도가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미술품은 실물이기 때문에 거래와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펀드 사이즈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이들 비용이 수익폭을 상쇄할 수 있다. 매매시 경매를 통할 경우 국내는 낙찰가의 15~20%, 해외는 25% 수준의 프리미엄(수수료)을 경매사에 지급해야 한다. 보관, 운반, 보험 등 고정적으로 소요되는 비용도 부담이다.

◇해외 아트펀드 만기 최소 5년…기관 장기투자 보편화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평가받은 아트펀드를 보면 장기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펀드 운용기간이 길수록 미술품시장 추이를 보면서 유리한 가격에 매수 및 매도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진다. 국내와 달리 포트폴리오 일부를 미술품에 투자하려는 기관투자자의 수요가 존재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 아트펀드의 성공사례로 꾸준히 언급되는 영국철도연금펀드(BRPF·The British Rail Pension Fund)는 1974년부터 1980년까지 펀드자산의 약 3%인 4000만파운드(약 615억원)어치 미술품을 사들였다. 이 펀드는 보유한 컬렉션을 1996년까지 모두 매각하면서 투자기간 22년 동안 연간 13%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국내처럼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최근까지 운용했거나 현재 운용 중인 아트펀드도 만기가 5년 이상으로 국내의 최소 2배에 이를 만큼 여유있게 잡는다. 앤시아(Anthea Art Investments)가 2013년 출시한 ‘Contemporary Art Investment Fund’(CAIF)나 파인아트그룹(The Fine Art Group)이 2004년부터 설정하고 있는 ‘The Fine Art Fund’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아트문디(Artemundi)의 경우 2010년 ‘Artemundi Global Fund’를 론칭해 5년간 운용했다.

특히 ‘Artemundi Global Fund’는 운용기간 동안 96%를 웃도는 누적수익률을 달성했으며 비용을 제외한 연간 내부수익률(IRR)은 약 17%에 이르렀다. 아트문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글로벌 미술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The Guernica V. Fund’를 새로 내놨다. 연간 목표 IRR을 17%로 잡은 이 펀드도 만기가 10년으로 제시됐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만기 1년 수준의 단기상품을 선호하는 국내 사모펀드시장 특성상 운용기간이 3년 이상 소요되는 폐쇄형 상품을 출시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아트펀드가 성공하려면 장기적인 호흡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먼저 투자자들 사이에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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