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인터넷은행 왜 필요해? 내부서도 '갑론을박' 기획·전략부 '적극' vs 디지털부 '우려' 엇갈린 반응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14 07:32:41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3일 08: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연합회가 쏘아올린 은행권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 취득과 관련해 각 금융지주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대부분 금융지주가 기획, 전략 라인에선 '시도해볼 만 하다'는 입장이지만 막상 디지털전환(DT) 실무 부서에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우려의 시선이 나오고 있다.◇은행연합회, 금융지주 CSO와 논의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김광수 회장을 중심으로 작년 말부터 금융지주사들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해왔다. 기존 금융지주들이 은행업 라이선스를 하나만 가지고 경영전략을 마련해온 관행 자체를 타파하는 움직임이다.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는 건 빅테크에 대항해 은행업계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물꼬를 터주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건은 금융당국의 허가 의지에 달렸다. 라이선스 사업인 만큼 정부 인가가 필수 관문으로 여겨진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현재 (금융지주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라이선스 취득은) 법상 어떠한 결격 사유도 없다"며 "비용적인 부담이 큰 것도 아니고 금융위의 인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의견을 표했다.
문제는 이전까지 전례가 없었다는 점이다. 일부 금융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하는 인터넷은행에 재무적투자자(FI) 형태로 가담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SC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이 각각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지분을 각각 6.67, 9.35%씩 들고 있으며 우리은행도 케이뱅크 지분 26% 가량 보유 중이다.
김 회장은 "기존 금융권에선 레거시(legacy) 은행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 자체가 공론화되지 않았기에 현업부서들도 고려해보지 못했던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든 만큼 은행들이 새로운 프레임을 고려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생각이 금융당국과 논의된 건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 측에 구체적인 계획이나 타다성 여부 등에 대해 건의하는 첫 시도인 만큼 잘 정리된 보고서 형태로 이를 건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이달 초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을 대상으로 정식 수요조사에 돌입했다.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CSO와 전략라인을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했다. 적극성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관심이 있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금융연구원 등과 함께 해외 사례 등 자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이스라엘 등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인터넷전문은행업 시도를 하고 있는 분위기다. 의지가 큰 금융지주사들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프레임 등에 대한 아이디어도 취합했다.
단순히 MZ세대를 공략해 플랫폼을 만드는 방향부터 UI/UX를 완전히 새롭게 가져가는 방안, 100% 자회사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등 다양한 방향성이 검토하고 있다. 향후 금융위가 내놓을 추가 설립 조건 등 피드백을 반영해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이 금융지주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추진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장점이나 구체적인 구상안을 제시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 전략-디지털 부서 의견차, 금융위 유보적 입장
그러나 금융지주사 내부적으로도 의견차가 팽팽하다. CSO 소관의 전략 라인의 경우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하고 있으나 디지털전환(DT) 전략을 마련하는 디지털 현업 부서에서는 필요성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금융지주사 전략 담당 임원은 "레거시 은행들 대부분 IT 인력 비중은 5~6%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려웠다"며 "만일 국내 금융당국 정책이나 인허가 과정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향후 영업 전략 구상 과정에서 선택의 여지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디지털 실무진들의 입장은 사뭇 달랐다. A금융지주 디지털 임원은 "전략 라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한 의견을 물어봤지만 사실상 경쟁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물론 당국에서 라이선스를 추가로 준다면 금융지주 차원에선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은행 본업의 경쟁력을 잃게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B금융지주 디지털 임원도 "현재 모바일 뱅킹앱이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디지털뱅킹 채널을 만드는게 의미가 있을 지 모르겠다"며 "결국은 은행 본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게 빅테크와의 경쟁에도 대응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C금융지주 디지털 부서 관계자는 "사실상 은행 플랫폼을 사용하는 고객 층은 ICT기업과 달리 송금과 이체 등 금융거래가 목적"이라며 "비금융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고객들까지 영입하기 위해 비금융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지주는 공식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보스턴컨설팅(BCG)의 자문에 따라 디지털금융그룹을 별도의 자회사로 떼어내는 BIB(Bank In Bank)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향성만 고려 중인 상태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일단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제출한 금융지주 수요 조사 결과와 오는 7월 예정된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인터넷은행 추가 설립 필요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입장 발표도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일부 인터넷은행들은 금융지주사의 인터넷은행이 'ICT 금융 참여를 통한 금융 혁신'이라는 당초 인터넷은행 인허가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인터넷은행특례법은 정보기술(IT) 기업 등 '비금융주력자'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한 특별 제정된 법이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손현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전자재료, '오너가 절반 참여'…사외이사 파워는 미약
- [2024 이사회 평가]흥아해운, 입김 센 경영진…내부거래 견제 '낙제점'
- [IPO 모니터]달바글로벌, 고심끝 '코스피행'…조단위 밸류 기대감
- [Market Watch]"직상장 어렵다"…대형 증권사 스팩합병 사활
- [Rating Watch]기로에 선 이마트24, '이마트 보증' 효과 볼 수 있나
- [2024 이사회 평가] 카페24, 감사위원회 구성 눈길…체계 개선 나설까
- [Rating Watch]HMM, 한신평 '긍정적' 아웃룩 획득…타 신평사도 동참할까
- [IB 풍향계]대신증권, IPO 뒷심 발휘…막판 예심청구 '잇달아'
- [thebell note]'공기업' HUG의 숙명
- '금융당국 우려' HUG, 신종자본증권 재개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