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한진 부사장 주도한 '게임', 단순 마케팅 수단? 자타공인 게임 매니아, 업무에 접목해 시너지…추후 확장성 주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4-16 13:24:50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0: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계열 종합물류기업 ㈜한진이 모바일 택배게임을 출시한다. 이종산업인 게임과의 시너지 창출 시도는 국내 택배·물류업계 최초다. 작년 9월 ㈜한진으로 적을 옮겨 마케팅을 총괄하기 시작한 조현민 부사장(사진)의 작품이다. 소비자들이 친근함을 느끼는 '모바일 게임'이란 매개체를 통해 택배·물류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조 부사장은 예전부터 자신의 관심사를 단순 취미로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직무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게임에 대한 흥미는 e스포츠 프로게임팀 공식 후원으로 이어졌고 해외여행 경험을 살려 동화작가로 데뷔한 이력도 있다. 지금은 게임이 택배를 알릴 단순 마케팅 수단이지만 추후 추가적인 기회를 엿볼 지 주목된다.
1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조만간 모바일 게임 '택배왕 아일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는 개발 마무리 단계로 사내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게임 서포터즈를 운영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말 본격적으로 기획하기 시작해 실제 출시까지 6개월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9월 마케팅 총괄로 합류한 조 부사장이 직접 진행상황을 챙기며 드라이브를 건 결과다. 사실상 ㈜한진으로 둥지를 옮기자마자 택배·물류와 게임간 접목 작업을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한진이 직접 게임을 만든 건 아니다. 조직 내에 별도의 개발 인력을 두거나 전담 팀을 꾸리지 않았다. 대신 외부 제작사를 선정해 개발을 의뢰했다. 조 부사장이 이끄는 마케팅팀에서 관련 내용을 총괄하고 있다.
일각에선 ㈜한진이 신규 먹거리로 게임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자타공인 게임 매니아인 조 부사장이 미래성장전략을 총괄하며 주도적으로 신사업을 물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실제로 ㈜한진은 이번 건을 시작으로 택배·물류업계 내에 로지테인먼트(Logistics+Entertainment)를 구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다.
㈜한진 측은 게임이 차별화된 '마케팅 수단'이라고 선을 긋는다. 회사 관계자는 "마케팅 툴(Tool)로서 기존 사업을 알리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며 "택배와 물류를 고객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가 들어간 마케팅 활동"이라고 말했다. 사업 확장 차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이번 게임 출시로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이 무료로 다운 받아 즐기는 형태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 안에 광고가 붙으면 일부 부가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 측은 게임으로 거둔 수익을 택배기사 근로환경 개선에 활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 부사장이 '게임'을 기반으로 마케팅을 펼친 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는 그간 자신의 관심사 및 취미와 업무간 교집합을 찾아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종종 보여왔다.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서 전무와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프로 e스포츠팀을 공식 후원했다. 평소 직접 즐기던 e스포츠가 글로벌 스포츠 컨텐츠로 부상하자 마케터로서 가치를 인정해 경영에 접목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조 부사장의 주도 하에 진에어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며 2013년 '진에어 그린윙스'팀이 출범했다. 팀 명칭에는 항공사의 상징인 날개를 바탕으로 힘차게 도약하고 e스포츠 업계에서 큰 바람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미가 담겼다.
그린윙스는 진에어의 이름을 세계 곳곳에 알리는 데 보탬이 됐다. 국내뿐 아니라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서 e스포츠 시장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다. 직접적으로 게임산업에 뛰어들진 않았지만 효과적인 마케팅 툴로 활용한 셈이다.
이후 조 부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한동안 경영에서 손을 떼며 그린윙스는 해단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현재 진에어의 정관상 사업목적에는 'e스포츠게임단 운영 및 부대사업'이 있다. 작년 3월 주주총회서 추가한 것이다.
당시 진에어는 그린윙스로 홍보 효과를 누리는 것은 물론 디지털 굿즈 출시와 연계 여행상품 개발 등 추가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정관을 바꿨다. 조 부사장은 이미 떠난 상태였지만 사실상 그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2014년에 동화작가로 데뷔한 이력도 있다. 어릴 적부터 세계 곳곳을 누볐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을 펴낸 것이다. 책 제목은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으로 초등학생인 지니가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 현지 문화를 체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는 조 부사장이 국내 대기업 최연소 임원이자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등 대한항공 광고 캠페인으로 많은 주목을 받던 시기였다. 광고분야에서의 탁월한 감각과 기획력 뿐 아니라 글솜씨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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